[미키17]을 봤습니다.

2025. 2. 28. 23:48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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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이 두 명이 되었다면... 나눠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이걸 진짜로 영화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니. 진짜 극장에서 보고 감탄했다.

그리고 얼굴이 로버트 패틴슨이면 아무리 사람이 찐따여도 바로바로 애인이 생기는구나. 역시 에드워드 컬렌, 케드릭 디고리, 브루스 웨인의 얼굴을 가진 이답다.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함께 마카롱 사업을 하다 쫄딱 망하고 빚쟁이에게 쫓기던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유명 정치가 케네스 마샬(마크 러팔로)이 주도하는 외계 행성 개척 사업에 참가하게 된다. 미키의 역할은 '익스펜더블'로, 위험한 임무에 제일 먼저 투입되다가 죽으면 이전의 생체 정보와 기억 정보를 저장한 복제 미키가 프린트되는, 한마디로 '무한히 되살아나는 복제인간'인 것이다. 그렇게 죽어라 뺑이를 치다가 17번째 미키까지 도달한 어느 날, 모종의 사고에 의해 미키17과 미키18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데...

 

 

 

SF 영화에서 사실 '복제인간'은 굉장히 낡은 소재다. [파묘]의 쇠말뚝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낡았으며, 이미 너무나도 많은 담론들이 오간 소재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재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도 얼마든지 떡밥을 굴리기 용이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의외라면 의외인데, 복제인간에 대해서 진지한 고찰을 파헤치지는 않는다. 영화 내에서 그런 논의가 안 나온 것은 아닌데, 중점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좀 더 중심이라고 느끼는 것은 '생명'과 '노동자'이다. 상술했듯 미키는 위험한 임무에 가장 먼저 투입되며, 가장 많이 죽고, 가장 많이 살아난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그 자신에게도, 주변 인물들에게도 딱히 심각한 일이 아니다. 죽는 게 아프고 무섭긴 해도 어차피 살아나니까. 주변의 동료들도, 과학자들도, 모두 미키를 '죽어도 상관없는 이'로 본다. 그는 얼마든지 다시 대체할 수 있는 '편리한 소모품 생명'이니까.

이 지점은 영화에서도 정말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 부분에서 가슴에 느껴지는 게 있었다. 현실을 보라. 대체할 수 없는 생명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소모되고 있나. 공상의 힘을 빌어 현실을 차갑고도 우습게 묘사하고 있는 점에서 감독의 실력을 느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우리의 헐크 아저씨 마크 러팔로는, 생애 첫 악역으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정치인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 옆에서 그를 조종하는 실세 아내 일파를 연기하는 토니 콜렛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멍청한데 막무가내고 화술도 어설픈데 이상하게 팬덤이 많은 정치가+곁에서 그를 쥐락펴락하는 천진하도록 잔혹한 성격의 아내라... 흠...

봉준호 어디까지 내다봤는가?

외에 다양한 배우들이 감초처럼 영화를 빛내준다. 처음 보는 배우들도 많았는데 다들 인상깊었어서 이번에 확실하게 각인된듯.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재밌긴 한데 이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어떻게 탈바꿈시킬까?'하는 걱정이 좀 들었는데, 기우였다. 과연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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