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2. 23:29ㆍ본 영화
뱀파이어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였다. 문제는 호러 영화는 못 본다는 건데... 그래도 이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극장에서 한 6할 정도는 눈 가리고 봤다...ㅋㅋㅋ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독일의 한 부동산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토마스(니콜라스 홀트)는 직장 상사 크녹의 지시로 보헤미안 산속의 올록 백작이라는 자의 집 계약을 하기 위해 떠난다. 계약만 성사시키면 정사원으로 취직시켜주겠다는 당근이 걸렸기에, 그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강행군 끝에 백작을 만난다. 그러나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고, 자신의 아내인 엘렌(릴리로즈 뎁)의 과거와 연관이 있는 사악한 존재였으니...
설명이 길었다. 본작은 1920년대 만들어진 고전 영화 [노스페라투]의 2번째 리메이크이며, 불후의 명작인 소설 <드라큘라>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뱀파이어 조상님들의 DNA를 잇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특히 20년대 영화 [노스페라투]의 경우, '햇빛이 약점인 뱀파이어' 설정이 최초로 등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당연히 본작의 뱀파이어 역시 그 약점을 그대로 갖고 있고.
전반적인 비주얼은 차갑고 서늘하다. 올록 백작이 기거하는 장소는 눈이 제법 쌓인 깊은 산속이고, 도시 쪽 배경인 독일 역시 사람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는데도 소위 말하는 '생활감'이라는 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묘한 차가움을 유지하면서, '언제든지 무언가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을 계속 준다. 그런 와중에 카메라로 비춰지는 풍경들은 제법 경관이 아름다워서 보기가 좋다는 게 포인트. 배우들의 복장이나 분장들도 그렇고,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토마스의 여정 출발~올록 백작과의 만남' 이 부분은 정말 뛰어나게 잘 만들었다. 상술한 경관도 그렇지만, 스산하면서도 사람 빨아들이는 연출, 꽉 조여오는 분위기와 조명,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분명히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고 도리어 점점 깊이 발을 들이고만 있는' 그 느낌을 정말 잘 표현해냈다. 무서우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게 '진짜'의 연출 실력이구나 싶더라. 감탄했다.
다만 대개의 공포영화들이 그렇듯, 메인 빌런 노스페라투가 본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내며 움직이는 뒤부터는 공포감이 약해지기도 했다. 모 소설에서 '사람을 무섭게 하는 괴물은 정체불명이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참 맞는 말이다. 특히 지퍼스 박사와 프란츠 교수가 합한 후부터는 호러물보다는 퇴마물에 가깝게 흘러가는 점도 약간 아쉽긴 했다. 물론 그때부터는 좀 덜 무서워져서 잘 보긴 했다만 ㅋㅋㅋㅋ
그러면서도 쥐를 통해 저주와 전염병을 퍼뜨리는 장면, 일반인인 하딩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사건들, 혼돈 속에 빠진 엘렌 등으로 볼거리를 충실하게 제공해준다. 결국 마지막까지 눈을 계속 사로잡았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들도 재미를 더했다. 그동안 [엑스맨]의 '비스트'나 [매드 맥스]의 '워보이' 등 항상 희한한 분장을 하고 등장했던 니콜라스 홀트가, 실로 오랜만에 그의 찬란한 외모를 마음껏 발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정장 차림으로 주로 등장하기 때문에 한층 멋이 더 잘 살기도 한다. 중반부에 올록 백작을 만나고 나서부터 보여주는 벌벌 떠는 연기는 가히 일품. 그러나 곧 개봉할 [슈퍼맨]에서는 다시 '렉스 루터'라는 빡빡이 캐릭터를 맡게 될 예정이니 유감...
홀트의 친구이자 일반인 역할로 나오는 애런 테일러존슨(퀵실버, 크레이븐) 또한, '알 수 없는 사건에 타의로 휘말려버린 일반인'의 포지션을 잘 소화해냈다. 보면 상당히 착한 인물인데, 주요 등장인물 중 가장 피해를 많이 봤다. 아니 피해를 본 수준이 아니라 집안이 풍비박산났다. 이래서 호러・미스터리 장르에서 일반인 포지션은 위험하다니까...
그 외에도 엠마 코린, 윌렘 데포 등의 조연들도 열심히 활약했다. 데포 할아버지는 간만에 좀 멀쩡한 역할을 맡은 거 같은데 여전히 활약이 눈부시다.
물론 제일 좋았던 것은 올록 백작 역할의 빌 스카스가드이다. 거대한 덩치에 두툼한 코트, 대체 어떻게 내는 건지 궁금한 우렁우렁하고 굵직한 목소리가 엄청난 포스를 선사한다.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캐릭터들을 압박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가장 놀랐던 것은 주인공 엘렌 역할의 릴리로즈 뎁이다. 완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기 때문. 그런데 연기를 상당히 잘 했다. 빙의자 연기는 언제나 어려운 것인데 몸과 목청을 최대한 활용하며 열연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찾아보니, 아버지가 그 '잭 스패로우'더라고? 그러고 보니 성이 '뎁'이다. 이걸 눈치를 못 챘었다니...ㅋㅋㅋㅋㅋㅋ 아버지를 닮아서 연기를 잘 하는 모양이다. 연기력만 닮았으면 좋겠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상술한 대로 후반부에 분위기가 좀 달라지는 점, 점프 스퀘어가 좀 있다는 점, 마무리가 싱겁다는 점 등이 있겠다. 점프 스퀘어의 경우, 그런 거 없이도 충분히 무서운데 자꾸 깜짝깜짝 놀래키니까 좀 그랬다. 이런 사람 심장 떨구려는 점 때문에 공포물을 싫어하기도 해서...
마무리의 경우 사실 작중에서 올록 백작의 약점을 확실하게 제시해주는 데다가, 엘렌과 프란츠 모두 노스페라투를 잘 알고 있어서 너무 일이 착착 진행되어서 그렇게 되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아무 위기 없이 진행되어서... 전염병이 퍼지고 하딩이 화를 내긴 했지만 그게 뭔가 일의 진전을 방해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타임 리미트만 강조했지.
그러나 어쨌든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뱀파이어 장르의 팬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일류 배우들의 연기 승부를 보기에도 알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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