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를 봤습니다.

2024. 10. 7. 23:18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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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아니고 1편이다. 1편 개봉 당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안 봤다가 이제야 봤다. 이런 식으로 엄청 유명한데 그냥 별 이유 없이 안 본 영화가 산더미다.

참고로 2편은 아직 안 봤습니다. 막상 극장 가려니까 귀찮음.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가 불러온 사회적 파장에 대한 것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거랑 상관없이 그닥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다만, 세상에는 나 개인의 취향이나 잣대에 상관없이 그냥 '잘 만든 영화'라는 게 존재하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정말 정말 잘 만든 영화'다. 음악, 연출, 연기 등등 정말 엄청나게 퀄리티가 높고, 제작진들과 배우들의 열정이 보인다. 그냥 잘 만들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역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연기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연기 같지 않아서다. 이건 호아킨 피닉스가 아니라 그냥 아서 플렉이다. 배우가 스스로를 지우고 그냥 캐릭터 그 자체가 되었다. 물아일체의 경지 말이다. 그의 말투 행동 감정 하나하나가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말 엄청난 것을 보았다. 이런 게 상 받아야 하는 레벨이지. 최근에야 도주 논란으로 이미지가 깎여나갔지만, 그건 그거고 [조커]에서 호아킨 피닉스의 퍼포먼스는 적수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진짜 놀라웠다.

 

 

 

연출도 좋고 브금도 좋고 연기도 좋고 다 좋았지만, 역시 [조커]의 '조커' 캐릭터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이질적이라고 생각한다. 조커의 기원담을 다루기 때문인 게 아니라, 그냥 캐릭터 자체가 기존 영화들과의 조커 및 코믹스 속 조커랑 굉장히 '다르다'는 느낌이다.

 

최후의 장면에서 조커는 머레이를 쏴죽이고, 폭동으로 아수라장이 된 고담의 중심부에서, 광대 가면을 쓴 이들의 중앙에 우뚝 선다. '혼돈과 광기의 상징' 조커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좀 더 정확히는, '혼돈과 광기의 상징당했다'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니까, 조커가 됨을 당했다는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동 표현밖에 적절한 게 없다.

 

고담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고, 종국엔 그것이 터져나와서 분노로 가득 찬 군중들이 폭동으로 거리를 메웠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그 분노 표출의 시발점이 된 광대 가면을 쓰고 말이다. 즉 광대 가면은 군중의 분노, 혼돈, 광기의 형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감정을 대변하기 위해 내세운 얼굴 마담이라고도 할 수 있고.

아서 플렉은 '군중의 혼돈과 광기를 대표하기 위해 내세워진 존재'인 거지, 다른 영화의 조커들처럼 그 자체가 '혼돈과 광기'라고는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굳이 따지면 얼굴을 감춘 군중들이야말로 '혼돈과 광기의 덩어리들'이라고 해야겠지.

아서 플렉은 온갖 불행과 불운을 겪으면서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어찌 되었든 '코미디언 아서 플렉'이고 싶었다. 작중에서 스스로를 조커로 칭하는 것도 한 번뿐이고 그조차 반 비꼼이다. 그러나 혼돈의 군중은 그가 그들을 대표하기를 원했고, 아서는 거기에 맞춰주기로 했다. 조커의 기원담이기도 하지만 아서가 스스로를 내려놓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서는 병이 있고, 마찬가지로 병든 홀어머니가 있고,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처방을 받고 있지만 신통치 않고, 인간관계도 좁고,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폭력을 당하고, 충격적인 과거사를 알게 되는 등 온갖 불운 불행 억까가 무수히 겹치게 되었다. 레미제라블이다. 너 참 불쌍타는 거다.

물론 사람 죽인 게 잘 한 건 아니다. 나쁜 놈들이긴 하고, 고담이 정말 답도 없는 도시이긴 하다. 어쩌면 그 또한 고담을 메웠던 혼돈과 광기의 덩어리 중 하나가 되었을 수도 있다. 위선과 양극화로 가득 찬 속에서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긴 했다. 그래도 하지만 살인이 최선이 될 순 없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정부 지원으로 나왔다는 그 상담사만 좀 제대로 된 사람이었더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중에서 아서 역시 '단 한 번도 내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고 하기도 했고.

결국 사회 취약층들에 대한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고도 하겠다. 애초에 고담이 가진 문제점이 그거기도 하고.

 

 

 

아무튼 직접 이렇게 보고 나니,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수많은 논란과 왈가왈부와 사회 현상이...

더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아서 플렉의 어디에 그 인셀 친구들의 감정이입 포인트가 있단 말인가? 진짜로 그들은 아서와 조커가 그들을 대변한다고 여겨서 그렇게 코스프레를 하고 시위를 뛰었다는 건가? 정말로 그렇다면 그 양반들의 진짜 얼굴은 아서가 아니라 혼돈 덩어리인 폭동 군중일 것이다. 그런 점에선 가면 뒤에 모습을 감춘 비겁자라고 할 수 있겠지.

여러 모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이들의 해프닝이라고 하겠다. 자기연민에도 정도가 있지 이쯤 되면 냉정히 얘기해서 자위다. 

 

 

 

말이 길었지만 어쨌든 저쨌든 잘 만든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보는 사람 감정을 콱 쥐고 흔드는 힘이 확실하고, 배우들의 호연도 보는 맛을 더 한다. 호아킨 피닉스 얘기만 했지만 조연으로 등장하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도 일품이다. 

근데 이거 시간대가 어떻게 되나? 브루스가 꼬마로 나오는 거 보면 현대 배경은 아닌데, 그럼 나중에 배트맨과 조커가 격돌하게 될 때 아서 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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