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 15:14ㆍ본 영화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걸 1년 넘게 기다렸는데, 감감무소식이어서 결국 네이버 시리즈를 질렀다. 조만간 섭종한다던데 명복을 빕니다.
아니 1, 2, 3편 다 올라와있고 일본 넷플릭스엔 이미 4편이 있던데, 한국 넷플릭스는 뭐가 문제여서 4편만 없는 거야? 참....
그냥 최고였다. 뭐 더 할 말이 없다. 세상에 이런 액션 영화가 다 있다.
2편에서 현 시대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여는 화려한 물건을 내놓았고, 3편에서는 좋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살짝 주춤했었다. 이번 4편은 결국 완전체로 거듭났다. 스토리도 훨씬 정리되어있고, 색감과 조명은 여전히 감탄스러우며, 브금 활용은 더 맛있어졌고, 액션은 지금까지의 모든 시리즈 중에서도 정말 입이 떡 벌어진다.
앞으로 이런 액션 영화가 또 나올까? 힘들다고 본다. 조만간 외전 영화인 [발레리나]가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4편 보고 나니까 딱히 큰 기대가 안 되어버린다. 이걸 넘거나 준하는 건 정말 힘들 거 같다. 그만큼 완벽하다.
3편이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려다가 영화가 좀 지저분해졌었는데, 그 비판을 수용한 것인지 이번에는 최대한 존 윅에게 집중한다. 신규 설정은 결투 빼곤 없고, 기존 설정들도 거의 다 셧업한다. 핵심은 쫓기는 존 윅, 반격하는 존 윅, 최후의 존 윅이다. 존 윅이 도망치고, 존 윅이 죽이고, 존 윅이 끝낸다.
매력적인 조연으로서 영화를 빛내주었던 샤론, 바워리 킹, 윈스턴 등의 캐릭터들도 비중을 최소화했다. 그래도 윈스턴은 계속 나오기는 한다. 마무리도 함께 하고.
신규 캐릭터로써 그라몽 후작과 미스터 노바디가 등장하는데, 각자 자신들의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그라몽 후작은 그 자신이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존 윅을 제거하려는 비열한 야망을 가진 매력적인 악역으로 잘 그 모습이 드러났다. 스웨덴의 명품 수출품인 빌 스카스가드의 열연도 관람 포인트. 수트핏도 끝내줘서 굉장히 잘생기게 나왔다.
노바디는 알려진 것이 없는 수수께끼의 암살자로 나왔는데, 존 윅의 적이기도 하고, 조력자이기도 하다. 애매모호한 경계에서 깔짝깔짝 얼굴을 들이밀면서 필요한 순간에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서, 뭐하고 자빠진 양반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로 남았다.
그리고 적이자 조력자인 캐릭터는 또 있다. 케인 a.k.a. 견자단.
3편에서 인도네시아 킬러들을 통해 [레이드]에 대한 오마주를 드러냈다면, 이번에는 사나다 히로유키(스틸컷 왜 없냐), 견자단을 통해 동양 액션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준다. '화기 금지'라는 오사카 컨티넨탈의 룰을 교모하게 회피하는 냉병기 킬러들도 매력 있었고, 원피스의 잇쇼처럼 지팡이 겸 칼로 싸우는 견자단도 멋있었다. 특히 견자단을 진짜 기똥차게 싸우더라. 맹인 연기도 훌륭하고 검술도 예리하고, 간간히 보여주는 맨손 액션도 멋있었다. 과연 최후의 액션 스타....
영화는 초반부터 쉬지 않고 달린다. 어설프게 세계관을 늘린 죄로 장로가 시작부터 처형당하는데, 직후 오사카에서 벌어지는 사무라이 나이프 액션 한바탕에, 베를린의 클럽에서 벌어지는 육탄전 한 방, 마지막의 파리를 무대로 한 대형 액션신 릴레이까지.
특히 파리 액션신 릴레이는 실로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했다. 개선문 액션부터가 경악스러웠는데, 한문철TV에 일러바치면 천만 조회수는 우스울 정도의 슈퍼 드라이브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원형도로에서 액션신 찍는 건 [미션 임파서블]에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화려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갱신해버렸다.
그리고 뒤이은 화염 샷건 연사는 탑뷰로 진행되면서 마치 퀄리티 좋은 게임 스트리밍을 보는 것만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알아보니까 '드래곤 브레스'라고 하는 총이라더라. 한마디로 용의숨결인데, 이렇게 굉장한 녀석이 포켓몬스터에서는 꼴랑 위력 60이라니 참.
그리고 222계단을 존 윅과 견자단이 함께 올라가며 벌이는 듀엣 액션 퍼레이드까지. 가히 액션신 오마카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의 마무리는, 결과를 받아들인 존 윅의 담담한 최후로 끝났다.
약 10년의 세월동안 관객들의 도파민을 극한으로 만족시켜 준 최고의 액션 영화 시리즈는 여기서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물론 프랜차이즈는 이어지지만.
여튼, 나는 액션 영화의 팬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에 대해서는 박수와 칭찬밖에 할 게 없다. 정말 좋은 영화, 정말 좋은 시리즈다. 그동안 고마웠다! [발레리나]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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