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를 봤습니다.

2024. 11. 26. 00:22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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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먼저 얘기하자면,
나는 뮤알못이다.
살면서 내 돈 주고 본 뮤지컬 영화는 [라라랜드]랑 [맘마미아]가 전부다.
위키드는 원작 뮤지컬은커녕 원작 소설도 안 봤다.
<오즈의 마법사>는 옛날에 어린이를 위한 버전으로 읽은 기억이 있는 정도이다.
 
그럼 이 영화 왜 보러 갔냐,
첫째, 극장에 볼 만한 게 이거밖에 없어서.
둘째, 그래도 'Defying Gravity'는 알고 있고 자주 들어서.
셋째, '아리아나 그란데'. 음.
 

우선 상술한 목적들의 경우 다 충족되었다.
내가 뮤지컬 영화는 많이 안 보긴 했지만, 이 영화의 'Defying Gravity' 연출은 근래 본 연출들 중에서 가장 웅장하고 짜릿했다.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 연출' 중에서 가히 탑티어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뮤알못 기준.
신시아 에리보의 뛰어난 가창력과 거기에 가세하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목소리, 극장이 아닌 스크린 속 세계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장면들, 모든 것들이 시너지를 이루어 엄청난 시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글린다도 무척 만족스러웠다.
[thank you, next]를 기점으로 아리아나의 스타일이 변하면서(바뀐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니), 옛날의 그 살벌한 고음을 들을 기회가 줄어들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그 갈증을 충족할 수 있었다. 정말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가창력을 뿜어낸다. 게다가 생각보다 연기력이 준수한 것도 놀라웠다. 아름다운 미모는 덤. 아니 진짜, 진짜진짜 이쁘다.
 
 
 

이외에도 많은 뮤지컬 장면들이 정말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준다. 세트장과 CG를 총동원해 대자본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비주얼, 착착 떨어지는 배우들의 칼군무와 하모니,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기억 나는 넘버들도 'No one mourns the Wicked', 'What is this feeling?', 'Dancing through life', 'Popular' 등 많다. 화룡점정의 'Defying Gravity'까지 포함해서 올해 극장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즐거운 경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차별'에 관해서 제법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더해 파시즘에 대한 비판도 겸하고 있고. 뭐 <오즈의 마법사> 원작을 읽었기에 오즈에 정체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요걸 정보통제와 왜곡, 파시즘과 섞어먹으니 제법 맛이 좋다. '결속을 위해서는 공공의 적이 필요하다'라는 대사도 노골적이고.
주인공인 엘파바와 네사 자매도, 외모적인 약점과 신체적인 약점을 지닌 자매로 나와서 겪는 아픔들을 잘 보여주었다.
아리아나가 연기한 글린다는 처음에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전형적인 공주병 금발이었지만(근데 정말로 잘나고 예뻐서 뭐라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엘파바에게 은혜를 입고 우정을 느끼며 변화해가는 모습이 볼만했다. 그러나 최후에는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것도 포인트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둘이 다른 사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엘파바와의 우정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상이나 입장을 뛰어넘는 우정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아니 솔직히 우정이라기보다는 사랑이 아닐까? 이미 단단히 반했는데 본인만 눈치 못 챈 거 아닐까? 탑 옥상에서 왜 입술 박치기 안 하고 헤어졌는데! 망토 둘러주면서 한 방 갈겼어야지! 
 
 
 

아무튼 간만에 극장에서 정말 즐거운 경험을 했다. 정확하게 'Defying Gravity' 부르고 칼같이 '다음 편에 계속'을 시전했는데, 2부작 구성이란 걸 알고 가서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인터미션이 1년인 극단적인 구성이라는 게 문제지. 얼른 파트 2가 개봉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참 생각했던 건데...
동물이 말을 하는 세계관인데 사람 피부가 초록색인 게 그렇게 신기한가? 이 동네는 오크나 트롤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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