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과 울버린]을 봤습니다.

2024. 8. 7. 15:07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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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본다고 그동안 미뤄뒀던 엑스맨 유니버스 시리즈 급하게 다 정주행했다. 망작이라 소문난 것들은 빼고 봤는데, 다른 것들은 확실히 다 재밌긴 했다.

 

 

 

 

본작은 기존 데드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청불로 제작될 것임이 진즉 공인되었었고, 영화는 그 호언장담에 제대로 보답한다. 이게 정말 디즈니가 맞는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위가 엄청나게 높다. 대가리 터지는 건 예삿일이고, 피와 뼈와 내장이 난무하는 살육파티가 벌어진다. 정말 신명나게 쏘고 찌르고 썰어제낀다. '마블표 19금 슈퍼히어로 액션'의 진수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잔인해진 것만은 아니고, 액션의 퀄리티 자체도 굉장히 보강되었다. 특히 울버린의 경우 기존 영화들이 다 청불이 아니어서 거침없는 액션을 보여주는 게 좀 힘든 면이 있었다. [로건]은 청불이었지만 그땐 노쇠해서 풀파워가 안 나왔잖아?

그렇지만 이번엔 전성기 수준의 스펙에 청불 딱지까지 더해져서 진짜 '짐승같이' 싸운다. 훨씬 호쾌하고 훨씬 무자비하다. 울버린의 시원시원한 전투를 기다렸던 팬들이라면 반드시 만족할 만한 영화다.

 

 

 

 

스토리의 경우에는 액션보다는 결점이 있지만 그래도 합격점은 된다. 못 만들었다는 얘기는 아닌데, '데드풀과 울버린'이라는 두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쳐내었다. 그 결과 기존 데드풀 시리즈의 레귤러 등장인물들은 피터를 빼면 사실상 단역으로 전락했고, 바네사와의 관계도 좀 어중간해졌다. 데드풀이 그들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잘 드러나지만, 나는 다른 등장인물들도 다 좋아했었어서 좀 많이 아쉽긴 했다.

 

 

 

 

또한 영화 전반적으로 'MCU를 제외한 모든 마블 영화들에 대한 헌사'가 가득하다. 폭스 엑스맨뿐 아니라 워너의 [블레이드] 시리즈나 크리스 에반스가 나왔던 [판타스틱 포], 벤 에플렉 주연의 [데어데블]과 [엘렉트라] 등 옛 영화들에 대한 샤라웃이 꾸준하다. 제작 무산된 채닝 테이텀의 [갬빗]까지 꺼내왔을 땐 그 디테일에 정말 감탄했다.

그리고 이들을 단순한 드립 용도로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어른들의 사정으로 중단되어버린 우리들의 엔딩을 제대로 끝맺기 위함'이라는 목표를 쥐어줌으로서 멋진 활약도 보여주었다. 저항군 멤버들의 단체 액션신은 각 캐릭터들의 특징들과 스타일들이 다 잘 살아있는 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

 

다만 이걸 나쁜 말로 표현하자면, '캐릭터빨로 밀어붙이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데드풀도 울버린도 저항군도 개인 서사랄 게 있지만 딱히 깊이는 없다. 각자의 이야기에 시간을 거의 할애하지 않고 개드립과 액션신과 피에 더 할애한다. 눈과 귀는 즐거운데 다 보고 나오면 금세 휘발되어버린다고 할까. 물론 애시당초 데드풀 시리즈에 대단히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기대하고 보러 가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MCU 및 엑스맨 영화들 중에서, 가장, 가장 진입장벽이 높다. 적어도 [로건]이랑 [로키 드라마 시즌 1] 정도는 봐줘야 하고, 넓게는 데어데블 영화, 판포 영화, 블레이드 영화, 제작 무산된 영화 및 비하인드 썰까지 챙기지 않으면 100퍼센트 이해가 힘들다. 물론 나도 다 챙겨본 건 아니다. 시간 날 때마다 나무위키 뒤적거리는 사람이라 다 알고 있어서 무리 없이 즐긴 거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피닉스와 뉴뮤턴트를 장렬하게 조져버리면서 좋지 못한 엔딩을 맞이한 엑스맨 유니버스 및 그 팬들에겐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다. 가장 좋았던 건 엑스맨 세계관을 어설프게 MCU로 안 끌어당기고 그대로 냅뒀단 것에 있겠다. 아주 훌륭한 결정.

뭐 마블도 마블대로 뮤턴트 쪽을 전개해나가려는 계획같긴 한데, 그건 알아서 하겠지. 멀티버스에 편하게 개입할 수 있는 TVA라는 장치도 있는데.

 

 

 

 

위에 개인 서사에 깊이가 부족하다고 썼는데, 이게 악당을 만드는 데는 편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본작의 악당인, 찰스 자비에의 쌍둥이 누나 카산드라 노바.

원작에서나 영화에서나 '그냥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놈'인 캐릭터인데, 이게 디테일한 서사를 요구치 않는 본작에서는 '악당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없어지면서 장점이 되었다. 얘가 엄청 천진난만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정말 '순수 악'인 캐릭터인데, 뭔 사연이나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본 투 비 악당'이라고 해버리니까 스토리에 녹이기도 써먹기도 편하게 된 것. 자비에와 동급 혹은 살짝 아래인 초강력 염동력도 잘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쁘다. 대머리인데 이쁘기 쉽지 않은데, 담당 배우 엠마 코린의 비주얼로 헤어스타일의 단점을 그냥 찍어눌렀다. 영화 보면 알겠지만 묘한 고혹스러움까지 느껴져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마블의 구세주는 되지 못 했지만(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폭스 엑스맨을 향한 미소짓는 작별은 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보기 좋은 수습은 한 정도.

진정한 마블의 구세주가 누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얼마 전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로다주가 무려 '닥터 둠'으로 복귀한다는 충격적인 오피셜이 떠서 아무래도 그쪽에 무게가 쏠리는데....(심지어 루소형제도 복귀)

그것보다는 2월에 개봉할 캡아4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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