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봤습니다.

2025. 2. 12. 19:08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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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 줄 요악을 하고 들어가자면, '간만에 볼 만한 마블 영화'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미묘하게 엑스맨 유니버스에 발을 걸친 상태이기도 하고, 데드풀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서 기인하는 게 있기 때문에 마블 영화스럽게 볼 만한 건 이번이 오랜만이다.

 

 

 

액션신은 제법 만족스러웠다. 아무래도 샘 윌슨은 스티브 로저스의 캡틴 아메리카와는 액션 스타일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특유의 공중 액션과 캡아 전통의 육탄 액션의 조화가 제법 맛있다.

특히 볼만했던 것은 최종 전투인 레드 헐크와의 대결이었는데, CG 티가 좀 난다는 것만 제외하면 아주 화끈했다. 특히 브루스 배너의 헐크가 꽤 얌전해지면서 헐크 특유의 파괴적인 액션신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런 쪽에서의 갈증을 잘 해소해줬다.

 

 

 

샘 윌슨의 경우 지금까지 팔콘으로 활약한 것도 있고, 원작에서도 캡아가 되는지라, 다른 2대 캐릭터들에 비해서 후계의 개연성이 있다고 평가받아왔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그 입지를 조금 더 공고히 다진 느낌이다. 작중에서 든든하게 캡아로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와 힘의 갈망을 고뇌하면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면모들을 보여주면서 히어로의 자질을 잘 보여준다.

2대 팔콘인 호아킨과의 케미도 괜찮다. 둘다 유쾌한 성격인데 호아킨이 젊은 신참 사이드킥답게 적극적으로 깐족거린달까. 분위기를 잘 풀어준다. 그러면서 유능한 모습도 보여주고, 샘에 대한 존경도 표하면서 [팔콘과 윈터 솔저]를 보지 않았을 관객들에게도 좋게 어필한다.

 

 

 

더 늙은 배우로 교체된 새디우스 '썬더볼트' 로스이다. 물론 해리슨 포드 옹의 캐스팅은 정말 반길 일이었다. 다만 영화 내내 배우가 늙었다는 게 좀 느껴져서 안쓰럽기도 했다.

그동안 로스 장군이 좀 '꼰대 정치인 윗분' 이미지였는데, 이번에는 좀 캐릭터가 유해졌다. 그동안 언급 없던 딸 베티를 이용하여 딸에게는 자상하고픈 아버지 이미지를 챙기고, [엔드게임]을 겪으며 히어로의 필요성을 느낀 점을 보여주면서 옛날보다는 대화가 통하는 느낌을 줬다. 물론 여전히 성깔이 살아있고 구린 모습들도 보여준다.

아무튼 그동안 좀 1차원적인 캐릭터였는데 이번에 좀 입체적이 되었다. 나쁘지 않은 변화라고 느꼈다.

 

 

 

메인 빌런 리더, 작중에선 그냥 '새뮤얼 스턴스'라고 불린다. 스틸컷이나 포스터는 없다... 

사실 로스도 그렇고 베티도 그렇고 악당 리더도 그렇고, [인크레더블 헐크] 때의 내용들을 한 번 털고 가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는 나름 성공했다고 본다.

아무튼 이 리더, 뒤에서 이것저것 조종하는 흑막 역할이다. 헐크의 감마선이 뇌에 침투해서 엄청난 두뇌를 가지게 되었다는 설정인데... 그런 것치고는 그렇게 막 똑똑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윈터 솔저]에서 하이드라가 주었던 그런 느낌은 없다. 단 이는 리더만의 문제가 아니긴 한데...

 

 

 

아쉬운 점들을 설명하자면, 이 영화는 똑똑한 영화가 아니다.

예고편 느낌도 그렇고 앤서니 마키가 '본인등판'에 나와서 설명했던 것도 그렇고, [윈터 솔저] 시절 첩보물 느낌을 강조하던데, 택도 없다. 이 영화는 첩보물인 '척'만 한다. 스토리의 퀄리티로는 그때 그 시절 마블에 비비지 못한다.

문제는 내용이 영리하지 못하다 보니까, 두뇌형 빌런인 리더의 영리함도 같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하면서 서서히 주인공들을 옥죄어오는 그 쫄깃한 맛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파훼가 잘 된다. 샘과 호아킨이 너무 유능하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막판에 자수하는 건 좀 아니었다...

 

더불어, 영화의 전개 속도가 후반 갈수록 점점 빨라진다. 사람에 따라서 충분히 '급전개하네?'라고 느낄 수 있는 수준. 그 과정에서 전개가 은근히 대충 훅훅 넘어간다. 리더의 자수도 그렇고, 죽일 듯 치고박고 싸웠던 레드 헐크가 베티도 아니고 캡틴의 말빨에 넘어가서 변신이 해제되는 것도 짜쳤다. 여러모로 마무리가 굉장히 아쉬웠다.

종합적으로 보면 [윈터 솔저]와 [시빌 워]에 아성에는 결코 미칠 수 없는 작품이다.

 

 

 

캡틴 일본어 못 하더라

그러나 [가오갤]와 [데드풀] 정도를 제외하면 죄다 시원찮았던 근래 마블에서, 오랜만에 '이 정도면 극장 가서 볼 만하다' 수준의 영화가 나온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라 할 만하다. 어쩌다 마블이 이 정도까지 전락했는지...

사실 개인적으로도 '제발 평타만 쳐라' 하고 있었어서, 괜찮게 보고 나온 건 사실이다. 적어도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 후회되지 않았다'라는 느낌은 받았으니까.

이제 다음은 [썬더볼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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