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를 봤습니다.

2024. 12. 18. 23:50기타 덕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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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강풀 작가의 팬이긴 하지만, 사실 드라마 <무빙>은 안 봤다. 원작이 연재될 때 실시간으로 봤고 내용을 다 알고 있어가지고 뭔가 막 땡기지 않았다. 그런데 <조명가게>는 미심썰 시리즈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안 본 만화라, 드라마를 통해 첫 접근을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방탄유리좌 김희원 배우의 첫 감독 연출작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웠고.

 

 

 

보면서 놀라웠던 건, 입봉작 느낌이 전혀 안 났다는 것이다. 빛을 활용한 연출도 좋고, 카메라 움직임이나 사운드 활용도 깔끔하다. 초심자의 어색함이라고 할 만한 게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쓴 각본도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김희원 감독의 연출도 상당한 실력임을 느낄 수 있었다.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많이 나와서, 자칫 잘못하면 중구난방으로 가기 쉬운데, 첫 주에 한꺼번에 올라온 4화로 한 챕터를 정리하고, 그 다음 주에 나온 5화에서 전말을 잘 정리해서 공개해줘서, 내용 이해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화별 내용의 구성이나 연결이 잘 정돈되어 있어서, 그만큼 각본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원작자가 직접 집필하니 다른가.

그리고 강풀 특유의 휴머니즘도 잘 살아 있고, 감동을 주면서도 신파 느낌은 없어서 좋았다. 특히 8화에서 대사 없이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두 사람의 연기는 가히 하이라이트라 할 만했다. 어쩜 그렇게 연기들을 잘 하는지. 심지어 한 사람은 말을 못 하고 한 사람은 눈빛이 안 보이는데, 그 모든 감정이 전부 전달되었다. 이거야말로 각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다 어우러진 명장면이었다.

 

 

 

또한 쿠키 영상을 통해서 차기작을 암시하기도 했다. 바로 <아파트>와 <타이밍>. 둘은 각각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바 있는데, 그냥 개별 작품에 불과했고, 뭣보다 둘 다 퀄리티가 조져가지고... 이제 본격적으로 강풀 유니버스가 시동이 걸릴 듯하다. 양성식도 저승사자가 되었으니.

근데 사실 배성우가 양성식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음주운전 배우라는 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원작 만화를 읽으면서 상상했던 양성식의 목소리는 배성우보다는 좀 더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였어서... 그리고 배성우는 뭔가 싸움 못 하게 생겼잖아.

그리고, 이제 막 저승사자 능력을 얻은 상황인데, 시간대는 드라마 상으로 <무빙> 이후이고, 게다가 아파트 사건이랑 타이밍 사건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시간대가 너무 많이 꼬인 거 아닌가... 어게인이랑 브릿지는 어떻게 되는 거야. 김영탁도 고딩이 아니라 성인 백수로 나오던데, 앞으로의 전개가 솔직히 미궁처럼 보인다... 물론 강풀이 직접 각본을 쓰는 만큼 뭔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게 있겠지.

그래도 김영탁 역할의 배우가 박정민으로 확정난 것은 좋았다. 좋아하는 배우거든. 

 

 

 

아무튼 제법 봐줄 만한 드라마가 나왔다. 장르도 요즘 흔치 않은 장르고, 취향에 맞는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다만 하필 공개 타이밍에 계엄이 터지는 바람에 화제성을 몽땅 빼앗긴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뭐 이런 건 예상할 수 있는 범주의 사건은 아니었으니... 운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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