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의 밤>을 읽었습니다.

2024. 2. 9. 19:39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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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만에 최신소설을 읽었다. 일본에서는 2년 전 출간이지만,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한 건 올해 1월이니까 뭐.

내가 이 소설을 고르게 된 것은 소재의 신선함이 가장 큰 이유이다. 4개의 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인데, 모두 '코로나'가 반영되어 있어서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그걸 적극적으로 트릭에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시대의 요소가 반영된 추리소설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또한 대학 입시, 프로레슬링, 헌책방의 고서적 등 잘 사용되지 않는 소재들이 사용되어서, 거기서부터 차별화가 잘 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신선한 소재들을 잘 써먹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반전'. 소위 말하는 '뒤통수 후리기'를 참 잘 했다.
특히 좋았던 것은 반전의 템포인데, '슬슬 이야기의 끝인가?'라고 생각이 들 타이밍에 반전을 확 집어넣고, 그 반전의 열기가 가라앉을 즈음에 다시 확 반전을 넣는다. 그런 식으로 반전의 타이밍이 굉장히 절묘하다. 이는 자신의 글과 그것을 읽는 독자들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어서, 이런 반전의 타이밍만으로도 '글을 쓰는 작가구나'라는 것이 느껴지게 된다.

또 장점, 의외로 웃기다. 특히 마지막 프로레슬링 살인사건에서 그게 두드러지는데, 소재가 소재기도 하지만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나 상황으로 웃음 포인트를 자연스럽게 유발한다. 각 잡고 코믹 소설을 써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센스가 느껴졌다. 여러 의미로 작가 양반이 유능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력이 반전이라면 단점도 반전에서 찾아진다. 상술했듯 뒤통수 치는 반전이 많은데, 그게 소설 하나당 3~5번꼴로 나온다. 그리고 4개의 소설 모두 그 전개가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읽을수록 '이제 또 슬슬 반전이 있겠지'하면서 예측이 되는 지경까지 이르고, 다 읽고 나면 '반전의 뇌절'로까지 여겨지게 된다. 반전의 퀄리티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지만, 너무 많고 패턴화되어있다. 특히 3번째 소설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트료시카의 밤'의 경우에는, 양질의 반전을 보여주긴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이렇게 끝내야 했나?' 싶을 정도다. 2번째 소설도 엔딩이 영 찜찜하게 끝나기도 하는 등,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뭐 단순한 나의 취향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소설임은 분명하다. 흥미를 끄는 포인트들은 확실하고, 무겁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도 좋다. '추리소설 재밌는 거 추천해줘'하면 부담없이 누구에게나 권하기 좋은 딱 그런 종류의 책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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