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3. 17:26ㆍ읽은 책
이게 이제야 한국에 정식 발매가 되었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놀라웠다. 아니 만화는 정발했으면서 원작 소설이 더 느리면 어떡해.... 마계전생 소설도 얼른 정발해주세용.
여튼 일본 서브컬처 닌자물의 조상님, 배틀로얄 이전의 배틀로얄, 라노벨 이전의 라노벨, 나루토류 판타지 닌자 능배물의 진정한 원조, 코가인법첩이다. 만화 및 애니메이션으로 <바질리스크 코우가인법첩>도 나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온묘자가 부른 오프닝곡 '코우가인법첩'은 경력 있는 오타쿠라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것.
책의 내용은 에도 막부 초기를 배경으로 한 '닌자 능력자 배틀물+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원수인 두 가문의 후계자 남녀가 서로 사랑하지만, 결국 비극적인 엔딩을 맞게 되는 게 딱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챕터 제목에서 대놓고 언급하고 있고.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소설이 일본에 1959년 발매된, 70년이 다 되어가는 녀석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술술 읽히며, 당장 내용 몇 개 수정해서 리메이크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낡았다'는 느낌이 딱히 들지 않는다. 오락적인 대중소설로서 그 힘을 굉장히 잘 발휘하고 있는 것.
또한 기괴한 신체를 하고 판타지스런 기술을 사용하는 닌자나, 눈을 이용한 동술 등 익숙한 요소들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익숙한 요소들의 뿌리가 여기에 있었다는 게 또 재미있었다.
수 백년간 이어진 두 가문간의 악연과 혈투, 각자의 능력을 이용해서 벌어지는 살육극, 그러나 결국 모두 거대한 손바닥 안에서 장기말로 소모될 뿐인 비극 등, 흥미진진한 설정과 내용으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질질 끌지 않고 20명 정도 되는 등장인물들이 시원시원하게 싸우고 탈락하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정말 시간 잘 가는 소설이니 닌자물이나 능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고전이 무척 마음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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