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 제로의 비보 클리어 감상

2023. 12. 25. 00:09기타 덕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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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록의 가면은 스샷 찍은 게 거의 없어서 부득이 남청 위주의 포스팅이 되겠습니다.

 

아무튼 12월 14일 공개된 남청의 원반을 통해서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의 DLC 컨텐츠 '제로의 비보'가 모두 완결되었습니다. 1월달에 외전격 에피소드가 하나 더 공개된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엔딩은 떴으니까요.

메인 스토리에서 활약한 친구들인 페퍼, 네모, 모란 등이 아예 배제된 채로 시유와 카지라는 두 새로운 등장인물들을 위주로 플레이가 진행되었는데, 둘 다 눈에 띄는 캐릭터성으로 큰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유는 벽록의 가면 초반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까칠하고 틱틱거리는 캐릭터였지만, 사실 그냥 되게 착한 애였죠.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하고, 임간학교 끝에는 주인공이랑 사이 좋아져서 제대로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부들부들 화내는 모션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게임 특유의 후진 그래픽 및 연출과 더해지니 묘한 웃음벨이 되기도....

 

 

 

하지만 핵심은 이 녀석이죠. 시유 동생 카지. 사실상 제로의 비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

분명 벽록의 가면 때만 해도 소심한 소년 캐릭터 정도였는데, 애가 점점 흑화를 하더니,

 

 

 

일진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후진 그래픽 때문에 다리를 달달달 떨던데 그 때문인지 더욱 일진력이 상승하더군요. 승리와 강함에 맹목적인 집착을 하는 캐릭터로 변해서 사천왕을 모조리 도륙내고 블루베리 아카데미 챔피언 자리까지 오른 여러모로 굉장한 녀석이 되었습니다. 이 녀석의 최종 목표는 주인공을 쓰러뜨리는 것, 주인공보다 강해지는 것입니다.

 

애가 어쩌다가 이렇게 변해버렸나.... 하면 원래부터 강함에 대한 동경은 있었습니다. 오거폰을 좋아한 것도 강해서였고. 하지만 주인공이 더 강했고, 오거폰도 주인공을 선택했죠. 아마 그게 제일 큰 포인트였던 거 같아요.

 

 

 

남청 후반부의 절규가 이 녀석의 마음을 말해줍니다. 무슨 수를 써도 주인공을 꺾을 수가 없었다는 속마음이 나타나죠.

 

근데 사실 그건 당연한 겁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플레이어', 즉 우리들이고, 우린 질 수 없잖아요.... 지면 게임 진행이 안 되는데. 설령 배틀에서 지더라도 리트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승리한 결과만이 다음 스토리를 향해 이어지고요.

슬프지만 카지는 NPC입니다. 지도록 되어있는 NPC죠. 운명적으로 주인공을 이길 수 없는 운명인 겁니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은 포켓몬 역사, 아니 게임 역사에서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널렸습니다. '이겨야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임'에서 '이기지 못하는 NPC'는 말이 안 되잖아요? 주인공은 그래서 무수히 많은 캐릭들과 싸워서 승리를 쟁취했죠. 그게 당연했고요.

그렇지만 NPC 입장에서 보자면 억울하겠죠. 뭐가 어떻게 되든 NPC는 져야만 하니까요. 이겨도 이긴 취급을 못 받으니까. 뭐 NPC 입장에서 서술을 할 일은 없어왔지만, 그 녀석들에게도 발언권이 주어진다면 분명 '우리도 제대로 이겨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녀석들이 있지 않겠어요? 민진이라던가....

 

그렇기 때문에 카지라는 캐릭터는, '이길 수밖에 없는 주인공 보정에 가로막힌, 져야만 하는 운명에 절규하는 NPC'에게 마이크를 쥐어준 결과라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너는 왜 그렇게 강하지? 왜 무슨 수를 써도 너를 이길 수 없지? 왜 모든 캐릭터들이 너에게 쉽게 호의를 보이는 거지? 왜 모든 전설의 포켓몬들이 너에게 관심을 갖는 거지?

주인공이니까. 플레이어니까. 감히 NPC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니까.

그치만 NPC에게도 할 말이 있다면,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품고 있던 생각이 있다면.

그걸 직접적으로 드러낸 게 카지라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뭐 이건 그냥 제 생각입니다. 실은 그냥 단순히 열폭하는 캐릭터일수도 있죠. 겜프릭 놈들 속을 누가 알겠어요?

 

 

 

아무튼 저랬던 카지도 마지막 전투에서 주인공의 '함께 싸우자' 한 마디에 금방 안광이 돌아오고 갱생을 하는데.... 그간의 행적에 대해 확실히 반성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너무 쉽게 갱생된 게 아닌가 하는 불만은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도 주인공을 친구로써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겠지만, 기승전 나쁘지 않다가 결이 너무 싱거우니 좀 아까웠습니다. 안그래도 겜프릭의 연출력 부족 때문에 '깔끔하지 않네'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제법 있었는데, 결말을 슝 끝내니 더욱 구멍이 느껴지는 그런....

그렇지만 주인공과 대립하는 라이벌 캐릭터들 중에선 상당히 잘 만들어진 캐릭이라고 생각해요. 연출만 좀 더 좋았어도 역대급 캐릭터라고 치켜세웠을텐데 아쉽.

 

 

 

블루베리그 사천왕은 넷 다 캐릭터가 괜찮게 나왔습니다. 전형적인 열혈캐 하솔, 사무적으로 보이지만 상냥한 네리네, 귀여운 걸 좋아하는 변태(?)지만 무려 '야콘의 딸'이라는 엄청난 설정을 달고 나온 타로, 대충대충하는 성격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치밀한 '사간의 손자' 제빈까지. 게다가 전부 배틀 난이도도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무엇보다 블루베리 아카데미가 하나지방에 있다는 설정 덕에, 5세대에 애정을 가진 저 같은 사람들에게 더 어필하는 면이 있네요. 

 

 

 

아쉬운 건 에리어 제로 떡밥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점? 테라파고스에 대한 것도 뭔가 시원스럽지 않고, 예고 트레일러 등지에선 '에리어 제로의 모든 비밀이 드러난다' 약간 이런 분위기였는데, 딱히 뭐 대단한 게 없었습니다. 카지에 너무 집중한 탓일까요. 안타까웠네요.

 

 

 

특히 브라이어가 그래서 더 아쉬웠습니다. 흑막인 줄 알았는데 그냥 눈치 없는 과학자였던 건 넘어가고, 전반적으로 이 캐릭터를 제대로 못 써먹었어요. 에리어 제로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려는 인물이 이 녀석밖에 없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정말 하는 일이 별 게 없어요. 막말로 페퍼에게 이런저런 사연을 가볍게 붙여준다면 브라이어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뭔가 있는 척만 했지 실제로는 대단하지 않은' 게 에리어 제로 파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쩝.

 

 

 

이 녀석.... 위험하다

뭐 여차저차해도 잘 즐기긴 했습니다. 신규 스토리와 함께 추가된 신규 포켓몬들과 신규 컨텐츠들도 나름 괜찮았고요. 물론 최종적으로 저의 최애 포켓몬 크로뱃이 입국하지 못했으니 똥쓰레기 게임인 것은 맞겠습니다. 근본 박쥐인데 8세대부터 왜 이렇게 취급이 안 좋은지 젠장....

제가 실전러가 아니라서 1월에 나올 외전 스토리 깨면 소소하게 컨텐츠나 즐기는 식으로 마무리가 될 거 같네요. 10세대는 아마 스위치 다음 기종이 나오면 같이 나올 거 같은데 언제가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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