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5. 14:43ㆍ기타 덕질의 기록
화제의 코리안 인디게임 산나비.
도트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조선풍 사이버펑크 와이어 액션게임.
마침 스팀 가을세일 목록에 있길래 잽싸게 구매해서 플레이해봤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도트 그래픽의 퀄리티.
이게 진짜 도트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트가 진짜 예술입니다. 한 챕터에 하나씩은 꼭 이렇게 사람 경악시키는 엄청난 장면들이 나오는데 진짜 육성으로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단순히 아트만 좋은 게 아니라 연출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주인공이 사슬팔로 적들을 후려치는 장면이나, 짤막한 암전과 정적을 활용한 장면 전환, 3챕터 보스전의 무시무시한 조준 장면은 정말 강렬하게 뇌리에 박혔습니다.
'와이어 액션'도 훌륭합니다. 횡스크롤에 간단한 키보드 조작과 마우스 조준 정도지만 손맛이 굉장히 좋아요. 빠르고 시원시원하게 날아다니면서 맵을 이동하고 적들을 때려잡는 맛은 그것만으로도 플레이를 즐겁게 합니다. 4챕터 보스인 불새전은 꽤 난이도 있는 보스지만, 이 와이어 액션의 손맛을 아주 잘 즐길 수 있는 기믹이어서 그거만으로도 큰 열받음 없이 플레이한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빼어난 것은 스토리.
상술했듯 연출이 아주 훌륭한데, 그 훌륭한 연출에 사이버펑크의 맛을 잘 살린 설정과 스토리 전개가 사람을 빨아들이고, 마지막 장에서 기어코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슬픈 엔딩이란 얘기는 많이 들었고, 실제로 '자 여기서 우시면 됩니다' 하면서 아주 판을 깔아주는데도, 이건 정말로 울지 않고 못 배기겠더라고요. 대사, 브금, 연출 삼박자가 톱니바퀴마냥 맞아떨어지면서 정말 사람 마음을 제대로 쥐어짭니다.
'조선풍 사이버펑크'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조선은 스킨 내지는 양념 정도로 사용되고 메인은 사이버펑크입니다. 핵심 설정이나 주제도 사이버펑크에서 자주 등장하는 포인트로 잡았는데, 이걸 '가족'과 '사랑'으로 잘 요리해서 아주 맛있는 작품을 내놓았어요.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가장 문제되는 것은 역시 3챕터 공장 파트인데, 후반부 최종보스 2연전은 즉사패턴으로'만' 무장을 한데다가 맵도 굉장히 복잡해서 여러 번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심지어 굉장히 길기까지 합니다. 아마 이 게임에서 가장 못 만든 파트가 아닐까.... 플라즈마포를 쏠 때마다 화면이 하얗게 되면서 소위 말하는 '눈뽕'이 굉장히 심하기도 합니다. 물론 게임 켤 때 그거에 대한 주의를 주긴 하는데, 이게 주의만으로 끝날 게 아닌데요....? 공격 한 번에 눈뽕 한 번인데, 공격을 한 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많이 쏘면.... 패치로 밝기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4챕터 불새전도 보스 공략법이 직관적이지 않아서 좀 헤맸습니다. 쉬프트로 잡을 수 있다는 것까진 알겠는데 그걸 어떻게 쓰는지를 안 알려주니까....
그래도 보스전만 좀 짜증나는 게 많았지, 일반 스테이지들을 대체로 할 만한 편이었습니다.
....아냐 그래도 3챕터는 좀 드러웠다.
종합하자면 끝내주는 도트, 끝내주는 연출, 끝내주는 스토리와 양심없는 공장으로 이루어진 명작 인디게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타입문의 나스 키노코가 플레이해보고 극찬을 했던데, 과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올해 가장 후회 없는 선택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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