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재판 123 나루호도 셀렉션 클리어 감상평

2023. 12. 21. 11:34기타 덕질의 기록

728x90






여러가지 짤방과 밈으로 참 유명한 게임이지만, 직접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몰랐는데 이거 되게 오래 된 게임이더라고요.




게임의 목표는 변호사 나루호도가 되어 의뢰인의 무죄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사람들과의 대화 및 증거물들을 통해 사건의 단서를 파헤치고, 법정에서 증인들을 추궁하고 증거품을 내놓으며 '모순'을 발견하는 것, 그래서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고 해결하는 것.
그래서인가 나루호도의 행적은 일견 탐정 같기도 합니다. 뭐 유사 법정 배틀이니까요.




게임 이름에도 들어가 있는 '역전'은 단순히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역전하여 이겨나가다' 말고도, '발상을 뒤집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중에서도 이런 '사고의 역전'을 통해서 여러 위기를 탈출하기도 했지요. 그만큼 머리 굴리는 게 중요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본격적인 추리 게임도 본격적인 법정 게임도 아니기 때문에, 난이도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에피소드별로 편차가 있는 편이라 꽤 골머리 썩는 화도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




<역전재판 2>부터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사이코 락'이 도입되었는데, 탐정 파트에서 등장인물이 숨기고 있는 것을 증거물을 모아 파헤치는 시스템입니다. 보통 이런 식의 '추궁'은 법정 파트에만 있던 것인데, 영매 설정을 통해서 법정 바깥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왔고, 하는 것도 나름 재밌어서 제작진도 머리 잘 썼네 하는 생각을 했네요.




무엇보다 이 게임의 핵심은 매력적인 캐릭터들.
시리즈별로 주요 검사 캐릭터들이 다 다른데, 전부 하나같이 이상한 놈들입니다.
....아니 검사뿐만 아니라 이 게임 등장인물들 중 9할이 이상한 놈들이에요.
그 이상한 놈들이 모여서 이상한 대사 이상한 행동들을 하는 게 엄청나게 웃깁니다. 박장대소는 아니고 피식피식하게 되는 정도? 개그 타율이 생각보다 되게 높습니다. 특히 2-4의 시간끌기 법정에서 터지는 개드립들은 이미 유명하죠.
단순히 이상하고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각 캐릭터들이 탄탄한 사연과 실력, 매력을 갖추고 있어서 한 편 한 편 끝날 때마다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샘솟게 됩니다. 처음에 등장했을 때는 재수없어 보이던 녀석도 계속 하다보면 다 정이 들게 되더라고요. 캐디 실력이 굉장히 우수하다는 것.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게임은 아닙니다.
법정과 추리 모두 진지하고 심오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다 갖추고 있어서 '추리게임'으로서 플레이하는 맛은 충분합니다.
또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변호사와 검사', '법정과 심판' 등에 대해서 나름 의미 있는 고찰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처음엔 냉철하고 비겁한 검사였던 미츠루기가, 여러 사건들을 거치면서 변화하는 과정은 이 게임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단점을 꼽자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영매 설정.
이 설정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매랑 엮인 에피소드들을 다 재미있게 플레이하기도 했고요.
다만 '법정 배틀'인데 죽은 사람 불러내는 건 역시 너무 치트키라는 생각이.... 실제로 나루호도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어김없이 사용되어서 위기 돌파에 도움을 주었으니까요. 작중에서도 그걸 지적하기는 하는데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야 태클을 거니.
사이코 락도 그렇고 이 게임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소재들이어서 이 부분이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거 같습니다.




제작진도 포기한 그 에피소드....

두 번째는 부실한 트릭.
전부 부실한 건 아닌데, 특히 '역전 서커스' 에피소드는 좀 많이.... 많이 문제가 있습니다. 작중에서도 '이게 말이 되냐'라고 꾸준히 지적하는 걸 보면 제작진들도 알긴 안다는 소린데.... 그럼 이게 최선이었냐 이 못난 친구들아!!!! '역전 서커스'는 스토리가 굉장히 제 마음에 드는 편인데, 트릭이 너무 참혹한 수준이라 칭찬이 꺼려져요 진짜.

그리고 이거 외에도, 시리즈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존재합니다. 나루호도가 밀어붙이고 증인 및 검사들이 당황하고, 어벙한 재판장이 '그, 그렇구나!' 하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는 그런 부분들. '법정 배틀'이 장르이고 '모순'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지만, 각 잡고 뜯어보면 전반적으로 구멍과 모순이 숭숭숭 난....
그래도 게임 플레이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수준은 아니긴 합니다. '스읍.... 근데 이거 맞나?' 하는 정도.




그리고 한국 스팀판만 가진 문제인데, 중간중간 띄어쓰기 틀린 거 너무 많아요. 그리고 '헐'을 너무 남발하기도 하고. 심각한 오역은 없어서 다행인데, 띄어쓰기 틀린 건 진짜 게임하는 내내 나옵니다....
나무위키 찾아보니까 제대로 검수를 하지 않은 초벌번역이 그대로 반영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일해라 캡콤....






뭐 그래도 잘 즐기긴 잘 즐겼습니다.
유명한 거 직접 해보니까 확실히 왜 유명한 건지 알겠더라고요. 특히 개성과 매력을 갖춘 캐릭터들이 한무더기라는 점에서 가장 좋았던 거 같습니다.
원래도 추리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 약간 추리 비주얼 노벨 플레이하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다방면으로 만족스러웠던 게임 되겠네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