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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덕질의 기록

포탈 1 클리어 감상평

by 표류선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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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고의 게임으로 반드시 거론되는 포탈 시리즈의 1편을 드디어 플레이해봤다.
워낙 그 명성이 드높고 밈도 많은지라 간단하게는 알고 있었는데, 직접 해보니까 또 매력이 있더라.
 
 
 

게임은 간단하다. 포탈을 만들 수 있는 포탈건을 이용해 입구와 출구를 자유자재로 만들면서 퍼즐 스테이지를 풀어나가는 것. 어디선가 많이 본 총으로 어디선가 많이 본 포탈을 만드는데, 이게 원조다.
포탈로 이동을 하거나, 스위치를 누르거나, 오브젝트를 조작해서 길을 여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중간중간 나오는 큐브 같은 보조 도구를 조작해서 푸는 퍼즐들도 있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속력을 이용해서 먼 거리를 이동할 수도 있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심하게 어렵지는 않다. 조금 시간을 들여 고민한 스테이지는 있지만, 플레이어를 엿먹일 의도로 디자인된 그런 퍼즐은 없어서 머리 쓰다 보면 다 풀 수 있다. 무엇보다 포탈을 이용한 플레이가 정말 창의력 넘치는 게 많아서, 그냥 이리저리 박치기해보는 과정 자체도 꽤 재밌었다.
다만 씽크빅은 좋은데 종류가 다양한 건 아니라, 익숙해지면 익숙해질 수록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기믹이 반복되는 것도 많아서 뒤로 갈수록 좀 귀찮긴 해도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구만'하면 진짜로 된다. 그래서 머리에 열을 올리는 그런 퍼즐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퍼즐 게임에 약한 사람도 해볼만 한 게임이다. 그닥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닌 나도 충분히 즐겁게 할 수 있었으니까. 마지막 탈출 맵이랑 보스전은 좀 헤맸지만.
 
 
 

단순히 퍼즐만 재밌는 건 아니고, 스토리도 나름대로 흥미롭다. 애퍼처 사이언스라는 회사의 포탈건 실험에 참가하게 된 주인공은,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심리 상담 및 케이크를 제공하겠다는 인공지능의 뜻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많은 것을 대놓고 알려주진 않지만, 묘하게 으스스한 분위기와, 노골적으로 나를 죽이려드는 장치들이 수상쩍음을 강조한다. 중후반부부터 등장하는 터릿들이 대표적.
 
 
 

특히 16스테이지에서 등장하는 숨겨진 장소는 더더욱 미스테리함을 자아내는데....
 
 
 

여기 그 유명한,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대사 중 하나인 'the cake is a lie'가 등장한다. 게임계에서 '케잌=거짓말' 등식을 완성시킨 희대의 명장면이고, 대충 다 알면서 플레이하는 나도 스산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삭막한 분위기, 나를 죽일 작정으로 총을 갈기는 터렛, 절박함이 생생히 느껴지는 낙서들과, 유일한 보상이 거짓이라는 절규. 이 모든 게 합쳐져서 대단한 거 없이 대단한 감상을 만들어낸다. 기묘하다면 기묘한 연출인데, 아주 좋았다.
 
 
 

그러고 보면 최종보스와 주인공은 작중에서 단 한 번도 이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둘 말고 등장인물이 없는 것도 있고, 과묵한 주인공과 딱딱한 인공지능의 대결이라.... 다만 도덕성 코어가 박살나면서 인공지능의 말투가 확 바뀌는 그때부터는 또 무섭더라.
많은 걸 설명하지 않지만, 필요한 건 다 전달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고수의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플해 보이지만 창의력이 넘치는 퍼즐, 심플해 보이지만 내공이 있는 스토리, 이걸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제작진의 기량까지, 왜 명작 시리즈라 불리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된 시간이었다.
진짜 명작 중의 명작은 포탈 2라고 하는데, 좀 시간 지난 뒤에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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