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을 봤습니다.

2023. 7. 24. 18:48본 영화

728x90

 

 

 

 

 

폭발은 예술이다.

 

글로나 영상으로나 참 귀해진 정통 추리 시리즈, 나이브스 아웃이다. 1편을 재밌게 봤는데, 넷플릭스 재가입이 늦어져서, 재가입을 하고도 게으름에 미적거려서 이제사 2편을 보게 되었다.

무척 만족스럽게 봤으면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희한한 영화였다.

 

 

 

스포가 안 되는 선에서 대충 말하자면, 이 영화는 '별 거 없는 추리 영화'다. 화려한 트릭이나 그럴듯한 눈속임, 머리를 쥐어짜는 속임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설명하듯, 글래스 어니언(유리로 만든 양파) 같이 속이 빤히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밀한 두뇌 퍼즐 티키타카 뭐 그런 거를 기대하고 본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게 이 영화의 좋은 포인트이기도 하다. 진상을 알기 전까지 영화는 제법 영리하게 그것을 감춘다. '뭔가가 있는 척'을 '은근하게' 잘 한다. 자세히 보면 '어라?'싶은 부분들이 있지만, 처음 볼 때는 넘어가게 된다. 물론 이건 추리물의 기본이긴 하다. 근데 이건 여기서 좀 하나 꼬았다. 뭔가 있는 척을 하지만, 사실 없다. 보통은 있지 않은가, 숨겨둔 트릭이나 예리한 퍼즐 같은 게. 근데 여긴 없다. 정말 '척'만 했다.

 

 

 

그 '척'이, 추리 외적인 부분까지 포함한 영화의 큰 틀이기도 하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꽤나 유의미하고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저마다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마일스 한 명과 엮여 있고. 그 마일스조차도 깨끗하고 총명한 척을 하고 있다. 껍데기뿐인 존재들. 그리고 영화는 그 껍데기 속을 시작부터 아주 낱낱이 보여준다. 성공 뒤에 있는 그들의 엉망진창인 일면들. 앤디가 극중에서 지적했듯 '마일스의 황금 젖꼭지에 매달려 사는 존재들'.

그들의 내면과 영화 속 섬에서 벌어진 추리극, 더해서 바깥 사건의 진상까지, 참으로 별 거 없는 이들에 의해 벌어진 별 거 없는 추리극이었다. 오죽하면 명탐정 브누아 블랑께서 추리하다가 '이 머저리들!'이라며 일갈했을까. 물론 제일 별 거 없고 머저리인 건 범인이긴 했다.

 

 

 

그렇기 때문에 되게 클리셰 파괴적으로도 느껴졌다.

전작의 경우 캐릭터들의 요소는 클리셰 파괴적이었지만, 추리는 나름 정석적이었다.

이번엔 저마다 구린 점들을 가진 등장인물들끼리 얽히며 중반까지 정석적인 스토리 진행을 보여주었지만,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은 별 거 없이 스르르 풀리면서 1편과 반대로 꼬았다고 볼 수 있다. 감독이 머리를 잘 쓴 거지.

 

다만 그것과 별개로 진상이 뭐 대단한 게 없다 보니 탐정의 사건 해결 장면이 큰 힘을 얻지 못한 느낌이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기는 명품 그 자체였지만 그 연기를 재료로 내놓는 씬의 무게가 좀 약했다. 어쩔 수 없다고도 봐야 하려나....

 

그리고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은 안 하겠다만 엔딩도 다소 엥? 스러웠다. 그거 책임을 정말 오롯이 범인만 지겠냐? 물론 몰락을 더 빡세게 하는 건 범인이겠지만 일 벌인 그 사람의 책임도 만만치 않을텐데.... 뭐 이판사판으로 날린 빅엿이긴 하다만. 과도한 사이다를 자제시키려는 장치라면 이해가 얼추 간다.

 

 

 

종합적으로, 완성도 높은 추리 영화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사회 풍자도 곁들이고 있어서 추리 외적인 즐길거리가 있다는 점도 좋았다. 상술했듯 책으로나 영상물로나 양질의 추리물이 많이 줄어들어가는 요즘인데, 이런 작품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땡큐 라이언 존슨. 

728x90

'본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이브]를 봤습니다.  (0) 2023.08.28
[소스 코드]를 봤습니다.  (0) 2023.08.14
[바비]를 봤습니다.  (0) 2023.07.23
[존 윅 시리즈]를 봤습니다.(4편 빼고)  (0) 2023.07.20
[엘리멘탈]을 봤습니다.  (0) 2023.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