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를 봤습니다.

2023. 7. 23. 19:44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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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들 중에 제일 많이 웃은 거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핑크의 향연.

인생 최애 색깔이 핑크인 나에게 있어서 이곳이야말로 유토피아요 엘도라도였다. 실제 테마파크로 건설된다면 오픈런 의사 100%이다. 바비들을 위한 공간 '바비랜드'를 정말 완벽 그 이상의 비주얼로 구현해낸 그레타 거윅 감독.... 당신이 최고야....

 

 

 

100점 만점의 비주얼에 배우들의 호연이 극에 재미를 더한다.

마고 로비의 바비 연기는 그가 연기한 이전 캐릭터들을 모두 머리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완벽하다. 필모그래피에 또다른 대표작이 하나 제대로 추가되었다고 봐도 될 정도.

메인 켄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은 캐스팅 때부터 화제였는데, 직접 영화를 보니까 진짜 격이 다르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눈빛에 지성이 없다'. 마치 강수진이 연기하는 강백호 같다. 한껏 느끼하고, 한껏 얄밉고, 한껏 바보같다. 진짜 뛰어난 배우다.

그리고 그런 고슬밥 켄의 라이벌인 샹치 켄 시무 리우. 고슬밥의 정적(?) 포지션으로 나와서 고슬밥만큼이나 느끼하고 얄미운 연기를 잘 보여주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아주 인상적인 얄미움이었다. 캐스팅 참 잘 되었어 다들.

 

 

 

대충 스토리는 이렇다.

현실세계와 바비랜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고, 마고 로비의 바비는 '전형적인 바비'이다. '바비'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의 바비.

그런데 어느 날 마고 바비에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게 되고, 이것은 현실세계에서 마고 바비를 갖고 노는 사람의 영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세계로 출동한다는 내용.

 

....이 표면적인 내용이고,

이 영화는 근래 가장 친밀하고 상세한 페미니즘 가이드북이다.

 

어렸을 때 온라인 게임이나 패키지 게임이 출시되면 공략집도 나오고 그랬는데, 이게 그렇다. 입문자를 위해 준비된 아주 친절한 페미니즘 기초서적, 아니 기초영화다.

시작부터 갈등 요소 삽입과 그 해결 과정 및 영화 결말에 이르기까지, 현 시대에 존재하는 페미니즘 및 가부장제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고 간단하고, 또 적나라하게 늘어놓고 있다. 특히 가부장제에 대한 풍자와 해학, 비판이 상당한 수준이다. 마초성과 남성우월주의에 홀라당 넘어가지만 사실은 그 허세에 본인도 시들해져버린 켄, 여성을 위한 마음가짐으로 바비인형을 만든다지만 정작 단 한 명의 여성 임원도 존재하지 않는 마텔 사 등.

특히 '여성 임원은 어디 있느냐'는 마고 바비의 물음에 대한 마텔 CEO의 대답은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부류들이 흔히 하는 말과 완전히 아주 완전히 일치해서 보면서 소름이 좀 돋았다. 세상 어딜 가나 다 똑같구나 싶었고, 그레타 거윅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바비가 출시했을 당시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있는 것도 좋았다. 여자아이를 위한 장난감은 아기 인형밖에 없던 시절,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처음 한 장난감이었던 바비는 이제는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구습으로 공격받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여기에선, 바비를 갖고 놀며 행복했던 한 여자아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고 바비랜드도 위기에서 구해낸다. '장난감'으로서의 본분을 다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마지막엔 장난감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면까지.

 

 

 

뚱뚱한 바비, 마른 바비, 흑인 바비, 동양인 바비, 트랜스젠더 여성 바비까지, 온갖 종류의 여성들을 총망라해놓았다.

가장 좋았던 건 영화로서 좋았다는 점이다. 굉장히 교육적이고, 굉장히 현실적이고, 굉장히 정치적이지만, 굉장히 영화다. 교육방송이나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많은 얘기를 하면서도 재미까지 있었다는 거다.

바비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현실에 최대한 접목시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를 정말 많이 궁리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걸 다 해냈다. 바비도 거윅도 자신들의 능력치를 200% 발휘해서 아주 아기자기하고도 멋진 영화를 만들어내었다.

 

'인상깊음'으로는 아마 올해 본 실사 영화 중에 가장 인상깊을 거 같다. 올해 더 나올 개봉작까지 포함해도 말이다. 다방면으로 참 뛰어난 영화였고 심지어 OST도 아주 일품이다. 초반하고 중반부 댄스 장면은 춤과 음악 모두 기가 막혔고 특히 중반부는.... 직접 보시라 진짜 '약 빨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무튼, 결론은 무척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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