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0. 11:15ㆍ본 영화
그냥 갑자기 이게 보고 싶어졌다. 넷플에 전 시리즈가 다 있길래 그냥 정말 그냥 틀었다.
소문은 많이 들었던 존 윅 시리즈. 이미 엄청난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명품 액션 시리즈이고, 이번에 개봉한 4편에 대해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나는 액션이라는 장르에 대해 그렇게 막 뜨거운 팬심을 지닌 사람은 아니지만(좋아하기 한다. 멋있긴 하니까), 다들 좋아하길래 관심은 있어왔고, 갑자기 땡긴 김에 갑자기 보게 되었다.
간단한 후기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겠다는 것.
스토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한 스토리를 아주 설득력 있게 풀어놓아서 크게 존윅의 행동 당위가 어색하지 않다.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는지, 아내가 남기고 간 모든 것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아끼는지를 영화에서 잘 보여주기 때문에, '그래 화날 만하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심플한 스토리를 심플하게 설명해서 받아들이기도 쉽다.
그리고 스토리의 또 다른 큰 중요 줄기는 '컨티넨탈 호텔'과 '표식'.
2편 초반부에서 이 둘에 대해, 그리고 시리즈 전체에 대해 두 줄 요약을 해준다.
'컨티넨탈 호텔에서는 살인 금지.'
'표식으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
이 두 줄이 존 윅의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직전까지 험악하게 치고박고 싸우던 관계라도, 컨티넨탈 호텔에 들어온 순간 싸움을 멈추고 술 한 잔 마시는 관계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표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였다'고 하자, 이글거리던 눈빛도 순식간에 '그럼 어쩔 수 없지'하며 납득해버린다.
보는 관객들은 다소 어이없을 수 있다. '이렇게 쉽게?' 하면서. 하지만, 영화 속 그들은 세상 진지하다. 이게 포인트다. 다소 어이없어 보이는 규칙과 상황을 무엇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그 진지함이 나중엔 관객들까지 납득시킨다. '그래 그게 규칙이니까' 하면서.
이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다. 1편에도 그랬다. 캐릭터들의 대사 몇 줄로 '존 윅이 정말 범상치 않은 인물이구나'하는 것을 사악 보여준다. 캐릭터를 설명하고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에 큰 힘과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가벼운 행동과 짤막한 대사로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관객들은 큰 문제 없이 납득을 한다. 이건 고수의 솜씨다.
영화의 핵심은 역시 액션이다.
나는 총기액션보단 맨손액션을 좋아하는 편이다만, 이 영화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우선 총을 정말 많이 쏜다. 탕탕 소리가 영화 내내 들리고, 권총 샷건 기관단총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신명나게 갈긴다. 덕분에 다양한 사운드와 다양한 대미지를 볼 수 있다.
또, 탄창이 제한되어 있다. 보통 총기액션 영화에서 주인공 일행이 사용하는 총들은 무한탄창으로 연출 및 설정되는데, 여기선 탄창을 정말 꼬박꼬박 갈아준다. 탄창도 바닥났거나 미처 장전할 틈이 없는 경우엔 쓰러뜨린 적이 총을 빼앗아서 사용하기도 한다. 그 경우 남은 총알이 몇 개인가 세어보는 디테일까지. 굉장히 현실적이다. 사실 이게 맞는 거긴 하지만.
또 확인사살도 철저히 한다. 적 한 명당 총알 한 발 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세 발 네 발 다섯 발을 욱여넣는다. 그렇기 때문에 쓰러뜨린 적에게 반격을 당하는 일이 거의 없다.
여기에 격투 액션도 잘 섞어놨다. 단순히 주먹질과 발길질과 총질을 지루하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무술을 참고한 기술로 상대방을 제압한 후 머리나 급소를 쏴서 사살하는 식이라, 몸싸움이 굉장히 잦다. 그 과정에서 거칠고 디테일한 치고박음이 또 보는 맛을 더한다. 특히 존 윅은 항상 이런 처절한 몸싸움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도 굉장히 큰 대미지를 입는다. 보면 주인공 보정이 없기라도 한 것처럼 무척 자주 피투성이 상처투성이가 된다. 총에도 맞고 칼에도 찔리고 차에도 치인다. 이런 처절함이 더욱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다만 3편 파라벨룸에서는 단점들도 많이 부각되었다.
세계관은 매력적이지만 스토리는 극히 심플한 전작들이었지만, 3편은 여기에 디테일을 추가했는데, 그 때문에 좀 지루해졌다. 다소 불필요한 장면들이 많아졌고, 특히 어쌔신의 어원을 설명하는 장면은 진짜 필요없는데 왜 넣었지 싶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스토리가 아니라 액션인데 핀트를 잘못 잡은 듯했다.
그리고 액션에서도 문제가 좀 있었다. 와패니즘 요소가 들어오면서 닌자스러운 악당들이 카타나를 들고 설치는데, 그 전까지 작은 단검을 들고 싸웠던 나이프 파이팅 액션신이, 카타나로 바뀌면서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다. 문제는 키아누 리브스도 카타나를 잡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의 큰 덩치와 그닥 민첩한 편은 아닌 움직임이 카타나와 역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나이프 파이팅 액션신이 상당히 느릿하고 늘어지게 되었다. 촷촷촷하는 속도감을 잃어버리게 된 것. 게다가 이게 최종 보스와의 라스트 전투신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컸다. 가장 결정적이어야 할 순간이....
오토바이를 타고 카타나를 휘두르는 장면은 멋있긴 했지만, 그건 한국 영화 [악녀]의 오마주 겸 리메이크이기도 하니 이 영화만의 독창성과 창의성은 아니고.
또 할리 베리와 함께 했던 중반부 전투씬도 좀 길었다. 적은 많은데 전투 패턴은 똑같아서 약간 지루한 감이 있었다. 2편의 동굴 속 전투신은 계속 총기를 갈면서 다른 사격을 보여주는 맛이라도 있었지....
그래서 3편은 스토리적으로도 액션적으로도 아쉬움이 많았다. 클리프행어로 끝나는 바람에 감질나는 것도 그렇고.
4편이 극장 개봉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OTT에 안 풀린 거 같은데, 풀리면 바로 볼 거 같다. 진작 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뭐 티켓값 아낀 셈 치고....
아무튼 소문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액션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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