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8. 12:16ㆍ본 영화
타입 상성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영화였다. 물, 땅, 풀, 전기, 드래곤을 전부 빌려줘버리니까 전기타입 기술을 반감 이하로 받을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창조신이라는 게 고작 10만볼트랑 전격파에 개털리는 결과물이 나오지....
아니, 아무리 신이라도 결국 상성의 족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진정한 창조신은 결국 게임프리크라는 것인가.
여하튼 DP 3부작 마지막을 장식하는 본작이 드디어 개봉했다. 친구 스케줄 맞춰서 보러 가게 되어서 나는 좀 늦었다만. 게다가 특전 안 주는 극장에 보러 가서 빈털터리고....
그건 그거고 어쨌든 충분히 재밌게 볼 만한 영화였다. DP 시리즈 특유의 주제의식은 여전하고, 크게 유치한 장면도 없고, 뭣보다 작화력이 굉장했다.
특히 분노에 찬 아르세우스가 심판의뭉치를 난사하는 장면은 창조신의 위엄을 아주 멋지게 드러낸 명장면. 정재헌 성우의 열연에 힘입어 그야말로 심판과 멸망의 분위기를 한껏 보여주었다. 정재헌 성우의 목소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요새 특히 너무 버터를 잔뜩 먹인 느낌이라), 여기서는 아주 멋있고 좋았다.
전작에서 계속 싸우기만 했던 세 전설의 포켓몬이 힘을 모아 아버지에게 대항하는 모습도 감상 포인트. 전포가 셋이나 한꺼번에 등장하고 협력하는 모습은 좀체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구.
물론 셋 다 개털리긴 했다. 뭐 게임상으로나 설정상으로나 상대가 안 되는 게 맞긴 하니까....
약간의 웃음 포인트였던 것은 히드런. 얘도 나름 준전설 포켓몬인데 고작 인간 따위에게 조종이나 당하고 있다니.... 정말이지 한결같이 취급이 좋지 않은 녀석이다. 기신은 택트의 조상이라도 되는 거냐?
그나저나 기신, 어렸을 때 슬쩍 본 기억에는 그냥 나쁜 녀석이었던 거 같은데, 까고 보니 의도 자체는 순전히 마을을 위한 것이었다. 역사를 고친 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명의 보옥이 없으면 다시 옛날 땅으로 돌아가는 것도 맞는 말이었고. 딴에는 대의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인데....
결과적으로 DP 3부작의 모든 사건들의 원인을 제공한 만악의 근원이 되어버렸다. 의도가 좋으면 뭐하나, 마을을 살리겠다고 신을 공격했는데.
그리고 아르세우스는 다모스를 믿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의 일부를 떼어주기까지 했다. 기신의 행동은 여러모로 많이 몹쓸 짓인 셈.
그리고 보옥을 돌려준 후에도, 다모스와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 황무지를 가꾸어서 마을을 존속시켰다. 그 정도의 저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거라구. 신이 인간을 믿었는데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해서야.
가만 보면 시나도 은근 구멍이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신급 포켓몬과 자유자재로 소통하지만, 기신을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바람에 일을 크게 그르칠 뻔하지 않았나.
이런 거 보면 본작의 인간들은 소통 면에서 뭔가 하나씩 나사가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 또한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려는 본작의 주제의식은 아니겠지 설마.
뭐 애들 영화고.... 이 정도 구멍들은 있어야 이야기가 전개되지.
어쨌든 꼬마 시절 만화책으로 봤었던 극장판을 드디어 극장에서 보게 된 것은 무척 감회가 새로웠다.
디펄다를 극장에서 못 본 게 한이긴 하지만.... 그것도 재개봉해줬으면 좋겠다 벌써 5년 전이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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