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를 봤습니다.

2023. 4. 1. 21:32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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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제대로 된 판타지 영화를 봤다는 느낌.

 

TRPG인 '던전 앤 드래곤'을 원작으로 하고는 있지만, TRPG랑은 거리가 먼 내가 봐도 내용 이해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 물론 D&D가 판타지 및 RPG계에 미친 영향이 거대하기 때문에, 판타지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더욱 잘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영화 최고의 장점은, 정석적인 전개 및 친절함이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대단히 확고하고 심플하여 얘는 뭐 하는 애인가가 한 번에 보인다. 유쾌하고 정 많은 전략가 에드긴, 살짝 무식하지만 힘 세고 착한 홀가, 자존감이 낮지만 할 땐 하는 사이먼, 살짝 까칠해 보이지만 착실하고 지혜가 있는 도릭, 재미 없는 성격이지만 강하고 든든한 젠크 등. 캐릭터들에 대해서 한 두줄 정도로 설명 및 소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대충 저렇게 정리한 캐릭터들 소개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영화가 '쉽다'.

 

쉬운 것은 '캐릭터'뿐만이 아니다. 기나긴 역사와 방대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원작의 D&D를 여기서는 '원작에 대한 지식이 단 한 톨도 없는 관객도 즐길 수 있을 만큼' 굉장한 압축과 가지치기를 해냈다.

선악의 구도가 단순하고(주인공 일행 및 하퍼즈 vs 레드 위저드), 인간관계가 크게 복잡하게 얽히는 것도 없다. 계획은 굉장히 물 흐르듯 진행되지만, 딱히 어거지로 끌고 가는 부분도 없이 '여기선 어떻게 해야 하지?→사실은 이러이러한 방법이 있어'라는 식으로, 자연스런 돌파구들이 등장한다. 중간에 등장한 어디로든 마법봉이 다소 갑툭튀 느낌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느낌이 있지만, 밸런스 패치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정도다. 제법 톡톡하게 잘 써먹기도 했고.

그 외에 무슨 마법사의 봉인이나 이런저런 도시 던전들 이름이 나오긴 하는데, '그냥 그런 게 있다' 정도로 다 넘어간다. '강력한 봉인이라 그냥은 못 풀고 무슨 도구가 있어야 한다'라는 식이지 세세하게 파고들지 않아서 관객들도 '그런갑다'하고 슉슉 지나가게 된다.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잘 구현된 판타지 세계관'이다.

미믹, 아울베어 등 판타지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봤을 법한 몬스터들이 멋진 모습으로 등장했고(특히 미믹은 그 전에 상자 몇 개 까고 다닐 때부터 두근두근하더라), 마을 및 던전의 비주얼도 굉장히 깔끔하다.

특히 도릭의 동물 변신 탈출 씬, 사이먼과 소피나의 마법 대결 씬 등으로 괜찮은 요깃거리를 선사하고, 홀가와 젠크의 전투씬도 박력 있게 잘 뽑혔다.

 

특히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배경음악.

'빠라바밤~' 하면서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그 소리가 묘하게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게 있다. 메이플 차원의 도서관 하다 보면 비슷한 브금을 들을 수 있는데, 그래서인가 좀 익숙하기도 했다. 주인공들이 말 타고 길을 가는 중에 주로 나오는 브금이었는데 상황과 굉장히 잘 맞기도 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실사 판타지 영화 중에서도 굉장한 명작이고, 그냥 판타지 영화 중에서 따져봐도 무척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뭐 물론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 급은 아니지만.... 아니다 분위기가 달라서 그렇지 [호빗] 급은 되려나?

 

여하튼 최근 이런 정석적인 판타지 영화들이 가뭄 상태였는데, 간만에 2루타 이상으로 쳐줘서 몹시 보기가 좋다. 일각에선 [가오갤]이랑 비슷하단 얘기도 있었는데, 확실히 그런 느낌이 있다. 유머와 액션의 비중이 적절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하는 모습 등.

 

또 12세 관람가답게 묘사들이 그닥 잔인하지 않고, 내용이 단순하고 매력적이어서 전연령층이 보기에 어울리는 영화다. 어떤 관객이든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그런 영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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