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봤습니다.

2023. 6. 28. 15:02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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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안 나온다.
특촬 버전 스파이더맨의 레오팔돈도 없다.

 

 

 


미친 영화가 나왔다.
뭐라 설명하기도 힘들다.
그냥 미쳤다. 말이 안 되는 걸 말이 되게 했다. '이게 되네'라는 말을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이게 왜 되는 거지?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다고?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무방하다. 기성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등이 해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내었다. [뉴 유니버스]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이건 그걸 가볍게 뛰어넘고도 남는다.
맹세컨데, 역대 마블 원작 영화들 중에 단연코 원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실사 비실사 통틀어서 최고의 작품이며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에서 보아도, 노웨이홈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인피니티워와 엔드게임과도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며
그냥 애니메이션으로 따져보아도, 아니 그냥 영화로 따져보아도 역사에 발자국을 크게 남긴 걸작 중의 걸작이다.
이 이후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백이면 백 본작과 비교당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이걸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이 작품의 후속작인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가제)]조차도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게 또 단점이긴 하다. 얘네 이렇게 만들어놓고 후속작은 어떡하려고 그래? 자신 있냐? 최소 본작이랑은 퀄리티가 비벼야 할 거 아냐....

 

 

 

 

 

내가 뭐 전문가도 아니라서 이 영화의 영상미나 디테일이 얼마나 어떻게 훌륭한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일반 관객 나부랭이에 불과한 내가 봐도 단박에 '아 이게 진짜 대단한 거구나'라고 느껴지게 한다.

일단 그림체가 그렇다. 각 멀티버스에서 날아온 오만 종류의 스파이더맨들이 하나의 장면에서 어우러지는데, 이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묘한 조화를 이룬다.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개성을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열렬하게 표현하는데도 말이다. 단순히 '멀티버스'라는 설정 하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이 아니다. 차원(그러니까 2D 그림체와 3D 그림체 같은)이 다른 스파이더맨이 뒤엉키는데도 비주얼적인 부자연스러움이 없었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여기에 한 술 더 뜨는 것이 메인 빌런 스팟과의 전투이다.

온몸이 '멀티버스를 이동하는 차원 구멍'으로 이루어진 녀석인 만큼, 스팟과의 전투에선 공간 이동이 정신없이 이루어진다. 정말 빠르고 휙휙 움직이며, 눈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장면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장면들은 따라가게 된다. 그림체가 다른 네 스파이더맨이 공간을 쉴 새 없이 이동하면서 하나의 적을 따라 몸을 날리는데 그게 눈에 잡힌다니까. 그리고 그게 아주 아름다운 비주얼로 움직인다니까.

이게 되는 거였냐고.

 

 

 

본작에서 등장하는 스파이더맨들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한다.

포스터에 열거된 위의 이들은 물론이고, 2D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실사영화 시리즈 스파이더맨(카메오지만), 심지어 고양이와 공룡 스파이더맨까지 등장한다.

상상의 나래를 극한까지 펼치는 것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잘 사용했다고 느껴졌다. 전작에서도 그 상상력의 일각을 보긴 했지만, 이번 건 진짜 레벨이 다르다. 실크와 레오팔돈이 빠진 건 아쉽지만, 그 외에는 진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거미들을 다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작품들의 패러디나 오마주도 챙기면서, 확실한 팬서비스까지. 진짜 말 그대로 '스파이더버스'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스파이더우먼 제시카 드루. 원작 코믹스에서 나름의 인기를 얻었던 임산부 설정을 고대로 갖고 왔다. 또한 코믹스와는 인종이 바뀌었는데, 전반적인 디자인이 멋있어진 데다가 성우의 연기도 좋아서 무척 좋은 시너지가 발생했다.

 

 

 

 

 

스토리적인 부분에서도 전작인 [뉴 유니버스]보다 뚜렷한 발전이 있었다.

스파이더맨에게 중요한 키워드인 '정체를 숨기는 것'과 '반드시 겪게 되는 불행과 희생'을

마일스 모랄레스, 그웬 스테이시, 미겔 오하라라는 세 인물을 통해 잘 버무려서 이어놓았다. 전 우주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미겔의 주장과 행동은 그가 겪은 개인적인 불행을 통해 한층 이해를 돕고, 마일스와 그웬의 복잡하고 슬픈 개인사를 통해 그 대항점에도 설득력을 부여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스파이더 그웬 a.k.a. 고스트 스파이더가 거의 더블 주인공급으로 비중이 격상했는데, 이쪽 이야기도 슬프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어서 더욱 호감도가 증가했다.

 

특히 마일스의 틀을 벗어난 행동은, '스파이더맨이라면 당연히 이러이러해야지'와 같은(다른 캐릭터도 대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틀과 공식, 설정 등을 거부하는 듯한 파격적인 행보라 묘한 쾌감도 느껴졌다. 그리고 거기에 딸려오는 반전은 덤.

 

 

 

빌런 얘기도 안 할 수 없지.

스팟이라는 캐릭터는 이전까지 인지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시니스터 식스 후보로 지난 몇 년간 온갖 캐릭터가 거론되는 와중에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으니.

하지만 본작에서 가히 엄청난 임팩트와 '성장'을 보여주었다. 아마 이 영화 내에서 가장 잘 성장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연한 사고로 탄생한 빌런에, 다소 어설프기도 하고 묘하게 친절하기도 했던 녀석이, 마일스에 대한 복수심으로 열심히 자신을 갈고닦고,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잠재성도 깨달으면서 종국에는 멀티버스 전체를 위협하는 거대 빌런이자 마일스의 숙적으로 거듭났다.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의 스팟을 비교해 보면 상당한 갭이 느껴질 정도이다.

특히 이 녀석의 탄생 과정과 마일스와의 관계를 보면 정말 아치 에너미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제작진이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멀티버스'라는 주제에 굉장히 잘 부합하기도 하고.

차라리 MCU 멀티버스 사가의 최종 빌런이 이 녀석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서 굉장한 매력을 느낀 캐릭터.

 

 

 

그리고 영화 보는 내내 느낀 건데 그웬 디자인 진짜 끝내주지 않아요?

슈트 디자인도 엄청난데, 갠적으로 저 헤어스타일이 매력이 대박이다. 반쪽은 마일스가 전작에서 뜯어먹어서 저리 된 건데.... 녀석 잘 뜯어먹었어.

또 그웬의 방과 아버지인 조지의 경찰복에 붙어있는 플래그를 바탕으로, 그웬이 트랜스젠더라는 해석도 존재하더라. 사실 여부야 제작진만 알겠지만, 무척 괜찮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체를 숨기는 것과 밝히는 것을 고뇌하는 스파이더맨의 캐릭터성에도 부합하고. 뭐 부모가 자기 직장용 복장에 플래그 붙이는 시점에서 단순 앨라이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진짜 엄청났다.

아마 '멀티버스'를 주제로 한 영화들 중에서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함께 쌍벽이라고 해도 될 거 같다. 다른 영화들이 불쌍해질 정도로 잘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플래시]도 멀티버스가 주제던데, 걔도 이 영화에 비비진 못할 듯?

어떤 사람은 애니메이션 버전 [제국의 역습]이라 칭하기도 하던데, 틀린 비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클리프 행어로 끝난 것도 그렇고,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점도 그렇고.

 

그래서....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 언제 나오니. 진짜 너무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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