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분기 J-POP 앨범 리뷰(2/2)

2022. 9. 30. 22:51일본 음악 이야기

728x90
반응형

 

Ado(아도) - 우타의 노래 ONE PIECE FILM RED(ウタの歌 ONE PIECE FILM RED)

현 일본 음악씬 최고의 뜨거운 감자 아도. 그리고 그 감자를 받아 최고급 양념들을 둘둘 쳐서 요리해낸 본 앨범은, 실로 오랜만에 '차트 줄세우기'를 보여주며 대흥행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고 애플 뮤직이고 빌보드 뮤직이고 죄다 점령해버렸다. 좋든 싫든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부른 앨범이라 할 만하다.
흥행의 원인에는 최고의 만화 원피스와 화제의 보컬 Ado가 만났다는 점도 있겠지만, 일단 아도가 노래를 너무 잘 불렀다. 안티도 굉장히 많은 아도이지만, 나는 웃세와 처음 듣고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사람인지라 딱히 거부감은 없고....
작곡가 라인업이 바운디, 사와노 히로유키, 오리사카 유타, 하타 모토히로, FAKE TYPE, 나카타 야스타카, 오오모리 모토키(미세스 그린 애플)라는 어마어마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이만큼이나 장르가 다양한데 보컬도 사운드도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다는 점이 진짜 대단하다.
이야 많지만 솔직히 내가 작곡가면 아도는 정말 탐나는 보컬일 거 같다. 어떤 스타일의 곡을 던져줘도 무조건 평타는 치는데 이것저것 해보고 싶을 거 같다. 얼마 전에는 굿바이 선언의 Chinozo도 곡을 써줬고, 조만간 발표될 신곡은 무려 시이나 링고가 작곡했다는데.... 진짜 돌풍의 주역이라 할 만하다. 과연 이 젊은 괴물신인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지 궁금해진다.

추천곡: 신시대(新時代), 나는 최강(私は最強), 역광(逆光)




9mm Parabellum Bullet - TIGHTROPE


이 양반들도 고참 제이락 밴드인데, 풀렝스 앨범을 쭉 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에 몇몇 곡들을 들었을 때는 명성에 비해 곡들이 별로였는데, 이번 앨범은 엄청나게 퀄리티가 좋다. 거칠고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가 맛있게 갈겨지면서, 우울하면서 독특한 보이스의 보컬이 한층 분위기를 더해준다. 기타 사운드가 특기할 만한데, 잔잔한 스타일이든 달리는 스타일이든 일정량의 갈김을 보장한다. 그냥 갈기는 것도 아니고 기관총으로 쏴갈기는 느낌이다. 덕분에 귀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기타 사운드만으로 이만한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역시 짬밥이라는 것이 어디 안 가는구나 싶었다. 다른 악기들과 보컬과의 조화를 통해서 한층 풍요로운 사운드를 제공해주는 것도 포인트.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락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추천곡: All We Need Is Summer Day, 타이트로프(タイトロープ), Hourglass, One More Time, 백야의 나날(白夜の日々), Spirit Explosion, 포말(泡沫), 연기의 거리(煙の街)





adieu(카미시라이시 모카)(上白石萌歌) - adieu 3

[너의 이름은.]의 여주인공 미야미즈 미츠하 성우를 맡은 카미시라이시 모네의 동생이다. 언니와 마찬가지로 배우와 가수를 겸업하고 있는데, 나는 일본 드라마나 일본 영화를 잘 안 보다보니 가수로서의 모습이 더 친숙한 편이다.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참 감성적인 보이스와 표현력이다. 눈을 가만히 감고, 고개를 까딱거리면서 듣기 딱 좋은 그런 스타일. 이번 앨범은 다른 때보다 기타를 좀 강조하고 있지만, 딱히 아듀 본연의 색이 변하지는 않았다. 그 사운드까지 끌여들여서 자신을 강화하고 있다는 느낌. 한 명의 가수로서 단단한 내공이 느껴지는 그런 앨범이다.

추천곡: 구멍 뚫린 하늘(穴空きの空), 빛의 이야기(ひかりのはなし), 와인(ワイン)





폴카닷 스팅레이(ポルカドットスティングレイ) - 춤추듯이(踊る様に)

선공개곡들이 다 괜찮아서 기대를 했는데, 다행히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앨범으로 나왔다. 특히 보컬인 시즈쿠가 가진 음색의 매력이 정말 십분 발휘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평소대로의 낭랑하고 또렷한 스타일의 곡이 있는가 하면, 랩하듯이 노래하며 잘생김을 드러내기도 하고, 한층 얇은 소리를 내면서 귀여움을 강조하기도 하고, 세밀하게 떨리면서 애절함을 강조하기도 하고. 그리고 악기들이 그것을 잘 받쳐주면서, 폴카닷 특유의 통통 튀면서도 타이트한 매력이 잘 느껴지는 수작 앨범이 되었다.

추천곡: 푸른(青い), 쇼트 쇼트(ショートショート), odoru yo-ni, dude, 리도(リドー), SURF


아이묭(あいみょん) - 눈동자로 떨어져요 레코드(瞳へ落ちるよレコード)

여전히, 현재 여성 솔로 아티스트 부동의 원탑임을 당당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층 '어른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잘 알려진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愛を伝えたいだとか)'나 '너는 록을 듣지 않아(君はロックを聴かない)' 등과 비교하면, 이번 앨범의 곡들은 좀 더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이 물씬 든다. '첫사랑이 울고 있어(初恋が泣いている)', '벚꽃이 지는 밤은(桜が降る夜は)' 같은 노래들은 기존과 비슷한 결이면서도 상기한 차이점이 잘 느껴지는 그런 곡들이다. 아이묭의 성장과 함께 노래들도 함께 바뀌어가는 것이겠고, 그러면서 좀 더 많은 세대들에게 잘 받아들여질 만한 그런 가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일본이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보편적인 가수'라고 생각한다.

추천곡: 떡잎(双葉), 첫사랑이 울고 있어(初恋が泣いている), 3636, 벚꽃이 지는 밤은(桜が降る夜は), 강해졌구나, 블루(強くなっちゃったんだ、ブルー), 사랑을 알기 전까지는(愛を知るまでは)




 

더스트셀(DUSTCELL) - Hypnotize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Misumi와 여성 보컬 EMA로 이루어진 그룹이다. 요루시카 이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스타일의 그룹들 중 하나인데, 개중에서는 제법 차별화을 잘 해서 눈에 띄는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보컬인 EMA의 스타일이 굉장히 독특하다. 음색도 음색인데 긴장한 듯 비웃는 듯 울컥한 듯 달달 떨리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개성적이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확실하게 귀에 기억을 남긴다.
사운드적으로도, 락 기타와 키보드를 기반으로 잘 짜여진 설계를 들려준다. 보컬과 건반과 키보드만으로 심플한 날카로움을 보여주는 'どした?'가 특히 주목을 이끄는 편.

추천곡: 부족해(足りない), 무슨 일이야?(どした?), Void, 떠돌이(漂泊者)





야마(yama) - versus the night

'봄을 고하다(春を告げる)'의 대히트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온 야마의 2집 앨범이다. 아도의 원피스 앨범만큼이나 이쪽도 참여진이 화려한데, 바운디나 카와타니 에논, 사사노말리 등 다양한 스타일의 작곡진들의 스타일을 매력적으로 발산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트랙은 자작곡인데, 퀄리티가 괜찮아서 송라이팅의 면모도 갖춘 뮤지션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들리는 것 외적인 요소로는, 그동안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벗고 한층 밝아보이는 이미지로 변했다는 것이 있다. 궁예질을 하자면, 갑작스러운 유명세로 부담스러운 시간이었을 텐데 이제는 좀 그런 것들을 덜어내고 활기차게 나가보겠다 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좌우간 앞으로도 멋진 음악 계속해줬으면.

추천곡: 도원향(桃源郷), 홀딱 반하다(くびったけ), Lost, 그럼에도 나는(それでも僕は)





모리 칼리오페 - SHINIGAMI NOTE

홀로라이브 EN 1기 홀로미스(HoloMyth)의 사신 버튜버 모리 칼리오페다. 유니버셜과의 계약을 통해 메이저 데뷔하게 된 후 처음 내놓는 EP 앨범.
데코니나, 기가, 테디로이드, 닥터R 등 개성 강한 프로듀서들이 주축이 되어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것이 특유의 랩핑과 합쳐져서 좋은 느낌을 내고 있다. 특히 기가가 참여한 곡은 레오루님 생각도 나고 그랬다.
아무래도 안 사람이 원래부터 인디 래퍼로 활동한 경력도 있고 해서, 십덕 렌즈를 빼고 보더라도,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양질의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추천곡: Holy질투(Holy嫉妬), MERA MERA, Let's End the World




 

밴드메이드(BAND-MAID) - Unleash

역시는 역시 역시다. 힘차게 쭉쭉 뻗는 보컬, 제때제때 맛있게 갈기고 두들기는 악기들, 이 모든 게 다 조화롭고 뒤처지지 않게 들리는 깔끔한 사운드.
특히 이번 앨범은 평소보다 뮤직비디오에 더 신경을 쓴 모습이라 보는 맛도 있다. 물론 밴드메이드라는 밴드가 원래 보는 맛까지 포함해서 즐기는 밴드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 뮤비인 'Unleash!!!!!'와 울창한 자연 속에서 눈부신 카메라로 노래하는 'Influencer'가, 지난 뮤비들과 비교해도 인상적이라 감상할 만하다. 특히 'Influencer'는 사이키가 엄청나게 예쁘게 나와서 사이키 팬이라면 필수 감상.

추천곡: From Now On, Unleash!!!!!, Hate?, I'll





하가네(HAGANE) - Code;9021

2018년 결성한 신인 밴드의 1집. 퀄리티가 굉장히 뛰어난 락 앨범이다. 특히 세션 멤버들의 사운드는 도저히 신인이라고 생각 못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연주곡이 세 네곡씩 들어있는 점에서 그 자신감이 드러나는데, 결코 허세가 아닌 실력을 자랑한다. 보컬 또한 이에 뒤지지 않는데, 탄탄하고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보여주어서 듣는 맛이 좋다. 뮤비도 비주얼을 잘 뽑아서 보는 재미도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운드 조정. 'BlackCult'를 제외한 다른 보컬곡(연주곡들은 사운드가 깔끔하다)들은 어딘가 조정을 잘못한 느낌이 든다. 근데 이 정도는 뭐 나중에 리마스터하면 되는 부분이고 실력적인 하자는 없다고 봐도 된다.

추천곡: BlackCult, Train, Memories, Undress Paranoia, Sword of Judgement, ZERO

 

 

 

 

 

10월부터는 그냥 10개가 안 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씩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장 사바프로나 라스베가스 같은 걸출한 밴드들이 작품을 예약해놓은 상태이고....

그러고 보면 3분기에 여러 일들도 있었다. Ryo의 Crystal Lake 탈퇴, 후지이 카제의 '죽는 게 나아(死ぬのがいいわ)' 대히트, 엘르가든의 부활 등등.... 팬의 입장에서 참 흥미진진 만족스러운 시간들이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