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으니 한꺼번에 하는 2022년 2분기 J-POP 앨범 리뷰

2022. 6. 30. 22:57일본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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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츠지분가쿠(양문학)(羊文学) - our hope

올해 최고의 앨범.
설령 하반기에 엄청난 앨범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무조건 2022년 통틀어서 TOP 3 안에 들어갈 미친 작품.
과장 좀 보태서 말하자면, 근 몇 년동안 나온 일본 모던/얼터너티브 락 앨범 중 가히 최상급의 퀄리티라 할 수 있으며, 과장을 조금만 더 보태자면 일본 락 역사에 발자국 하나 찍을 수도 있을 정도. 모든 트랙에서 단 한 순간도 리스너를 실망시키지 않는, 말 그대로 육각형짜리 앨범이 튀어나왔다. 연초에 유우리의 1집을 들으면서도 '올해의 앨범급 하나가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건 그것보다 몇 배는 더하다. 제이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올해 무조건 들어야 하는 앨범.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전부




첼미코(chelmico) - gokigen

래퍼 듀오의 앨범이지만 정작 앨범의 장르는 짬뽕이다. 랩을 베이스로 온갖 장르를 다 섞어놨다. 때로는 평소의 첼미코 같으면서도, 때로는 발라드 같았다가, 어떨 때는 또 기타를 강조했다가, 팔색조 같은 앨범이다. 그러면서도 퀄리티 역시 놓치지 않은, 일류 요리사의 작품.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Roller Coaster, 3억 엔(三億円), December, COZY, bff, O・La




키타니 타츠야(キタニタツヤ) - BIPOLAR

솔직히 말하면, 기대 안 했다.
요즘 노래 길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 마음에 안 드는데, 이 양반 자꾸 1분짜리 노래 내가지고 영 거시기했었단 말이다. 근데 정작 정규 앨범을 이렇게 좋게 뽑아주니.... 눈 녹듯 사라지는 미운 마음.
이 아저씨 팬이라가지고 다소 객관성 없는 평가일 수는 있지만, 진짜로 곡들이 다 괜찮다. 'PINK'의 경우에는 [DEMAGOG]의 '하이드 앤 시크(ハイドアンドシーク)'랑 유사한 느낌이라 좀 별로긴 한데, 나머지는 다 들을 만하다.
워낙 여기저기 발 담그고 다니는 게 많은 양반인데, 그런 와중에 멋있게 개인작도 만들어주니까 팬으로서 일단 무척 고마운 마음.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차가운 소용돌이(冷たい渦), 타나토포비아(タナトフォビア), 성자의 행진(聖者の行進), 야경(夜警), Rapport, 플라네타스(プラネタス), 치하루(ちはる)




노벨브라이트(Novelbright) - Assort

근래 등장한 남성 보컬 밴드 중에서, 가장 '보컬이 주는 쾌감'이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타케나카 유다이의 단단한 성량과 폭발력, 그걸로 이끌어내는 감정 표현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쥐고 흔든다. 그런가 하면 그것을 애절함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밴드사운드와 함께 질주해내기도 하며 프런트맨 원맨쇼가 아닌 밴드로서의 면모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보컬이 강렬한 두 곡 사이에 연주곡인 'Anima'를 끼워넣은 점에서 앨범의 구성도 괜찮은 편.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seeker, 원룸(ワンルーム), 사랑이라던가 애정이라던가(愛とか恋とか), Life Squall(ライフスコール), Anima, The Warrior, 상냥함의 검(優しさの剣), Too Late




히토리에(ヒトリエ) - PHARMACY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보카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wowaka의 노래를 너무나 좋아했던 사람으로써, 계속해서 히토리에의 역사를 이어나가기로 한 세 사람의 결정과 행보가 그저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다. 누구보다도 가장 괴롭고 힘들었을 사람들이지 않나. 3인조로 개편되면서 사운드적으로 아쉬운 면이 조금 느껴지긴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이 앨범 자체가 그냥 나한테는 선물 같다.
어느새 3년을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립기만 하다. 아직 살아있었다면 프로세카나 마지미라에 곡 하나 써줬을 것만 같아서 더더욱....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게노게노게(ゲノゲノゲ), Neon Beauty, Flight Simulator, 스테레오 쥬브나일(ステレオジュブナイル)




니시지마 타카히로(西島 隆弘)=닛시(Nissy) - HOCUS POCUS 3

작년에 'Get You Back'이라는 노래로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스카이하이를 통해 AAA라는 그룹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초면은 아니었지만, 솔로 작업물은 처음 들었었고, 굉장히 뛰어난 곡이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케이팝을 잘 안 듣긴 하지만, 여러모로 이 앨범은 케이팝의 느낌이 난다. 특히 맨 처음 들었던 'Get You Back'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1번 트랙인 'Trippin'도 그렇다. 또한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되게 깔끔하게 세련된 느낌이 난다. 기타장르 할당제로 '君に触れた時から', '僕にできること'같은 노래들을 통해 감성도 낭낭하게 챙기고 있고.
뮤비들도 잘 빠졌다. 갠적으로 댄스곡은 그 특성 상 노래만 들을 게 아니라 반드시 뮤비나 댄스영상도 함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돈깨나 썼을 것만 같은 비주얼들이 충분히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갠적으로 'Trippin' 뮤비를 특히 추천한다. 닛시가 거기서 제일 귀엽고 잘생기게 나왔음.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Trippin, The Ride, Get You Back, Cat & Mouse




MAN WITH A MISSION - Break and Cross the Walls 2

실토하자면 1을 아직 안 들었다.
그거랑 별개로 앨범은 되게 잘 나왔다. 그야말로 독특한 보컬의 음색, 락 사운드와 전자 사운드의 기묘한 조화, 비슷한 소리가 반복될 즈음 피처링으로 참여한 호테이의 기타가 강렬하게 귀를 쌔리고, 그렇게 환기된 사운드로부터 다시 리스너를 충족시키는 매력적인 노래가 울려퍼진다. 뭘 해도 다 잘 하고 다 잘 어울리는 신기한 밴드. 시간 나면 1도 꼭 들어봐야겠다.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Tonight, Tonight, Rock Kingdom, Rain, The Soldiers From The Start, The Victors, Dark Crow -Break and Cross the Walls ver.-




Dios - CASTLE

타나카가 이렇게 매력적인 보컬리스트였는지 이 밴드 활동을 통해 잘 알게 되었다. 이름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데....
아무튼, 타나카와 니토 이치카, 사사노말리라는 독특한 세 명의 조합이, 정말 독특한 앨범을 만들어냈다. 특히 음울한 사운드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 음울함을 한층 더 깊고 괴이하게 만들어주는 타나카의 음색과 창법이 금상첨화. 묘하게 기분을 자극하면서도, 가성을 때려박을 땐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도. 장르를 한 가지로 규정하기 힘들다는 것이 더 매력을 준다. 보카로P 출신이 멤버에 있지만 딱히 보카로스럽지 않다는 점도 그렇고.
하여튼 이런 소리는 최근 나오는 앨범들에서는 잘 들어보지 못한 것이라 그것만으로도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 4곡 정도를 제외하면 기존에 발매했던 노래들을 엮어놓은 수준이라는 것이 아쉽긴 한데, 그 4곡 중에서 보석같은 것들이 있어서 괜찮았음.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천국(天国, Heaven), 시제품(試作機, Prototype), Bloom, 단면(断面, Integral), 귀신이여(鬼よ, My Inner Demons), 도피행(逃避行, Runaway), 종이비행기(紙飛行機, Paper Plane)




마르시(マルシィ, Marcy) - MEMORY

알고리즘이 인도해준 2020년 신예의 1집.
개인적으로 이런 소년계 보이스는 그닥 취향이 아니다. 우타이테 팔 때부터 이어져 온,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변치 않는 취향 중 하나.
하지만 때로는 그런 취향을 뛰어넘어서 '좋다'고 느껴지는 노래들이 있는 법이다. 이 앨범도 그렇다. 특히 나긋나긋한 보이스 사이사이에 가끔씩 거친 기타 소리가 끼어드는 점이 마음에 든다. 또 목소리가 취향이 아닐 뿐이지 감정표현도 좋았음.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꽃잎(花びら), 플라네타리움(プラネタリウム), 러브스토리(ラブストーリー), 최저최악(最低最悪), 엄니(牙), 흰 눈(白雪)




amazarashi(아마자라시) - 7호선 로스트 보이즈(七号線ロストボーイズ)

반드시 가사와 함께 들어야 하는 현대의 시인.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정말 가사들이 마음을 후벼판다.
초반부에는 뭔가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는, 약간 애매한 것들이 좀 있었는데, 점점 진행될수록 내가 알고 있던 그 아키타 히로무의 맛이 나오기 시작해서 '역시는 역시 역시다'라는 걸 절로 느끼게 되었다.
참.... 항상 느끼지만 이 양반처럼 호소력이 강력한 보컬도 드문 것 같다. 그 호소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절절한 가사도 그렇고.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로스트 보이즈(ロストボーイズ), 예전에 불타버린 마을(かつて焼け落ちた町), 아오모리 얼터너티브(アオモリオルタナティブ), 1.0





이번 분기에 인상깊었던 앨범들은 대충 이렇게 10장 정도 추려봤다.
개인적으로 3분기가 기대되는데, coldrain, 4s4ki(아사키), B'z 등 믿고 듣는 아티스트들 여럿이 앨범 예고를 한 상태라.... 특히 아사키는 요즘 다시 폼이 오르는 중이라 한층 더 기대가 된다. 보니까 앨범 커버도 요상하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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