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음악 이야기

2022년 3분기 J-POP 앨범 리뷰(1/2)

by 표류선 2022. 9. 19.
728x90

 

coldrain - Nonnegative

3분기가 시작하자마자 짱을 먹으려 드는 이 퀄리티.... 그 마음가짐과 결과물 모두 훌륭하다.
시작부터 스크리밍을 갈겨대며 해드뱅잉을 유도,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맞나 싶은 'Bloody Power Fame', 선공개곡인 'Before I Go', 'CALLING' 등으로 달리다가 'Boys And Girls'에서 잠깐 쉬어가준 뒤, 작년 발표한 'Paradise(Kill The Silence)'로 재점화, 이후 모든 곡의 재생이 종료될 때까지 정말 쉴 틈 없이 달린다. 정말이지 듣는 사람의 목뼈를 배려하지 않는 사악한 구성이다. 그 와중에 'Rabbit Hole'에서는 전주부터 폭주하더니 후렴에서는 슬며시 힘을 빼는 구조로 임해서 약간의 쉴 틈을 주기도 한다. 이쯤 되면 리스너를 갖고 노는 수준이다. No doubt의 명곡 'Don't speak'를 메탈로 커버하면서 감성(?)도 한 스푼 챙기고.
2분기 때 히츠지분가쿠를 극찬하긴 했지만, 역시 이런 빡센 노래들도 한 번씩 들어줘야 건강에 좋은데, 그 역할을 다른 밴드도 아닌 콜드레인이, 이런 끝내주는 앨범으로 해주니까 너무 좋다. 히츠지분가쿠와는 다른 의미로 올해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천곡: 전부






마하라쟌(マハラージャン) - 正気じゃいられない(맨정신으론 있을 수 없어)

앨범 커버 계속 보고 있으니까 저 눈빛이 무진장 킹받는다.
하여튼, 터번을 쓰고 있지만 딱히 아랍이나 인도 쪽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앨범 전체적으로, 몸을 적당히 까딱거리기 좋은 듣기 좋은 댄스 음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같은 느낌. 그런데 목소리가 훨씬 미성인. 그리고 재지하고 락킹한 사운드도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세일러☆문타로(セーラ☆ムン太郎)'를 들었을 때는 이게 뭐지 싶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믿고 듣는 블랙 뮤직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같다. 묘-하게 좋은 이 느낌.... 나쁘지 않다.

추천곡: 正気じゃいられない(맨정신으론 있을 수 없어), その気にさせないで(그런 마음 들게 하지 마), 先に言って欲しかった(먼저 말해줬음 했어)






Mrs. GREEN APPLE(미세스 그린 애플) - Unity

미세스의 페이즈 2를 알리는 신보.
확실한 성과는, 본 앨범을 통해서 앞으로 미세스가 나아가고자 하는 스타일을 잘 알 수 있었다는 것. 전 소속사에서의 독립과 멤버 교체 등 여러 모로 혼란스런 시간을 보낸 후에 나온 앨범이라 더욱 값지고, 그 퀄리티와 방향성을 뛰어나고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또한 값지다.

추천곡: ダンスホール(댄스 홀), 君を知らない(너를 몰라)






Chilli beans. - Chilli beans.

2019년 결성한 밴드의 첫 번째 정규앨범인데, 퀄리티가 굉장히 좋다. 어떤 곡은 통통 튀고, 어떤 곡은 커팅으로 고개를 까딱이게 하고, 어떤 곡은 한층 거친 기타 사운드를 선보이고. 이렇게 여러 가지 스타일을 선보이면서도 곡들이 내는 맛이 무척 깊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 있어서 마음가짐이 진지하다는 것이 느껴졌달까. 히츠지분가쿠도 그렇고 요새 이렇게 여성 보컬을 내세운 얼터락 밴드들이 음악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느낌. 특히 이 양반들은 이번이 1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한다.

추천곡: school, lemonade, IT's ME, This Way, neck, アンドロン, 마이 보이(マイボーイ), L.I.B., blue berry, Vacance, シェキララ





Novel Core - No Pressure

히다카 미츠히로 a.k.a. SKY-HI가 설립한 레이블 BMSG의 1호 아티스트 노벨코어의 2집이다. 전반적으로 1집 때보다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작도 그렇고 이번 작도 그렇고 참여한 프로듀서진이 정말 다양한데, 그 다채로움 속에 자신만의 것이 잘 들어있는 느낌. 한국인 프로듀서 Yosi(요시)가 만든 'No Stylist'를 통해 빡셈 한 스푼 추가하는 센스도. 말랑말랑한 곡들이 대다수인 점은 아쉽긴 한데, 또 118 같은 콜라보 곡에서는 멋진 모습 보여주기도 하니까 그걸로 만족해야 할 듯 싶다. 1집도 그렇고 정규에서는 부드러운 곡들 위주로 가는 컨셉을 잡은 듯하기도 하고.

추천곡: BABEL, No Stylist, 독창 판타지스타(独創ファンタジスタ), HAPPY TEARS feat. Alie The Shota




 

나즈나(ナズナ) - 나즈나(ナズナ)

여성 2인조 밴드의 첫 정규앨범.
핸드폰으로 들었을 때는 사운드가 상당히 들쭉날쭉이었는데, 노트북으로 다시 들으니까 좀 낫길래 '이건 무슨 경우냐' 싶었다.
곡들의 퀄리티는 전반적으로 매우 괜찮다. 신인의 정규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퀄리티다. 크레딧에 보면 '모로자키 요헤이'라는 사람이 참여한 곡들이 몇 개 있는데, 그것들이 특히 취향에 맞았다. 또한 두 멤버 모두 작곡이 가능한데, 두 사람의 스타일이 묘하게 달라서 서로 비교해가며 듣는 재미도 있다.

보컬인 NEE(네, ねー)의 목소리는 흔한 듯하면서도, 가수에게 필요한 것들은 다 적절하게 갖추고 있다. 기타 실력도 좋은데, 디스토션을 듬뿍 먹여서 갈기는 맛도 있고, 통통 스킬풀하게 치대는 맛도 있다. 건반 담당인 柊(히이라기)도 기타 사운드가 강렬한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여하튼 무척 잘 들었다. '신인'에 한정한다면 올해 발매된 앨범 중에서 손에 꼽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라이브를 무척 보고 싶은 듀오(일본 가고 싶다....).

 

추천곡: 사기 신드롬(ペテンシンドローム), パールラ, Catgirl, 싫어(嫌), 세뇌 센터(洗脳センター), 환상의 여름(幻想夏), 거짓말쟁이투성이의 밀푀유(噓つきまみれのミルフィーユ)

 

 

 

 

 

BE:FIRST - BE:1

 

위의 Novel Core와 마찬가지로 BMSG 소속인 신인 남성 아이돌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인 [THE FIRST]를 통해서 그 결성 과정이 공개되었다. 히다카가 상당한 공을 들인 아이돌인 만큼, 첫 앨범에서 제법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특히 프로듀서진이, 사장의 인맥 덕분인지 상당히 호화롭다. 일본 힙합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사람들이 한 트랙씩 자리하고 있어서, 골라듣는 맛이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강하지 않고 말랑말랑하다. KM 정도를 제외하면 빵빵하게 때려박는 곡은 없다시피하다. 강렬함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할 수 있겠지만, 곡들이 다 듣기 편하다는 장점은 존재한다. 애초에 사장부터가 달리는 스타일은 아니고, 아이돌이라면 대중의 귀를 충족시켜야 하니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각양각색의 프로듀서들이 저마다의 스타일로 참여했으면서도, 그들의 곡과 그걸 부르는 이 7인의 아이돌에게 정말 '아이돌스러움'이 물씬 느껴진다는 것. 확실히 SKY-HI가 괜찮은 아이돌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랩 파트를 맡은 친구는 히다카의 랩 스타일이 고대로 느껴져서 '잘 배웠구만'이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ㅋㅋㅋㅋ.

어쨌든 곡의 퀄리티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괄목한 만한 성과를 보여준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그룹이다.

 

추천곡: BF is..., Scream, Spin!, Brave Generation, Bye-Good-Bye

 

 

 

 

 

4s4ki(아사키) - Killer in Neverland

 

4가 A를 닮아서 '아사키'라고 읽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검색해서 찾기 편하라고 저렇게 튀게 지었다고....

어쨌든 전도유망한 신인 아티스트의 2집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초에 내놓았던 EP를 무척 좋게 들었는데, 이번 정규도 굉장히 좋은 퀄리티로 만들어주었다.

힙합, 락, EDM 등 온갖 것들을 섞어내서 정말 자신만의 음악을 한다. 가끔 통통 튈 때면 게임 사운드를 듣는 것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게 잡탕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력을 느낀다. 또한 (집중을 해야 들리긴 하지만)화려한 멜로디 속에서 들려오는 은근히 우울한 가사도 포인트. 뮤직비디오들 또한 범상치 않아서, 눈과 귀 양쪽의 이목을 끄는 대단한 뮤지션이다. 9번 트랙인 'Freedom kingdom'에는 한국의 래퍼 스월비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개인적으로 스월비의 팬이라서 무척 반가운 콜라보였다. 

'어떠어떠한 음악을 한다'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참 어려운 가수다. 물론 그 점이 매력이고, 그렇기 때문에 올해 발매된 앨범들 중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뿜어낸다고 생각한다. 황선업 평론가와 한 인터뷰 기사도 읽어보았는데, 이번 앨범에 대해서 많은 걸 알 수 있었던 영양가 있는 내용이었어서 본 뮤지션에게 흥미가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https://brunch.co.kr/@sunuphwang/446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곳, 그것이 중요"

아사키(4s4ki) 서면 인터뷰 | 현 시점에서 일본의 202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아사키(4s4ki)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소 이질적인 존재감이지만 결국 그것이 이

brunch.co.kr

추천곡: Cyberspace, LOG OUT, ring ring, you kill me, Cross out, paranoia, Bystander, Freedom kingdom(feat. Swervy), BOUNCE DANCE

 

 

 

 

 

퍼퓸(Perfume) - PLASMA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제이팝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거의 알고 있을 그 아이돌 그룹 퍼퓸이다. 문득 찾아보니, 메이저 데뷔 기준으로 벌써 16년차 아이돌이다.

앨범의 색은 다채롭다. 이제까지 해왔던 스타일의 곡들도 있고, 꿀렁이면서 차분한 시티팝스러운 곡들도 있고 그렇다. 16년째 날카로운 나카타 야스타카의 프로듀싱 실력에는 정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다만 앨범 커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맞는 곡들을 기대한 사람들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다채로운 만큼이나 중구난방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갠적으로도 'Time Warp'나 '재생(再生)' 정도는 뺐어도 되지 않나 싶고.

 

추천곡: 폴리곤 웨이브(ポリゴンイヴ), 재생(再生), Spinnig World, 돌아가는 거울(マワルカガミ), Drive'n The Train, 안드로이드&(アンドロイド&)

 

 

 

 

 

 

원 오크 락(ONE OK ROCK) - Luxury Disease

 

역시나, 제이팝과 제이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아는 그 밴드 원 오크 락이다.

일단 단적인 감상평은, 전작인 9집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 듣는 데에 있어서 좀 더 맛이라는 게 난다. 락 밴드로서 납득할 만한 정도의 락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얘기. 또한 서양 음악씬과 교류하면서 얻어낸 음악적인 결실들이 잘 반영되어 있기도 해서, 확실히 발전된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집과 8집에서 겪었던 일종의 시행착오들이 이번 앨범에서 완성되었다는 느낌.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이게 달랠 수 없는 종류의 아쉬움이긴 하다. 원오크락의 팬이라면, 제이락의 팬이라면 누구나 영원히 니체 신드롬을 기억하고 그리워 할테니까....ㅋㅋㅋㅋ.

근데 생각해보면, 10년 전만해도 제이락의 폭주기관차였던 양반들이, 이제는 서양 락 씬에 당당히 내밀어도 손색없는 인터내셔널 밴드가 되었다는 것은 굉장히 발전한 게 아닌가 싶다. 뭐 원옼의 지향점은 니체 신드롬 때부터 인터내셔널에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스타일이 판이하다는 점에서 분명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갠적으로 이번 앨범은 고평가하고 싶다. 이제야 새로운 원오크락의 궤도에 올랐다는 느낌이고,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간직하면서 지금의 원오크락의 모습을 응원해야 할 때라고도 생각한다.

 

추천곡: Vandalize, When They Turn the Lights On, Let Me Let You Go, Prove, Mad World, Renegades, Outta Sight

 

 

 

 

 

원래는 분기당 10개의 앨범들에 대해 감상평을 적는데, 이번 분기는 괜찮은 앨범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서, 10장 더 감상평을 적기로 했다.

계획에 없던 일이긴 한데, 듣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10장을 넘어가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