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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악 이야기

귀찮으니 한꺼번에 하는 2022년 1분기 J-POP 앨범 리뷰

by 표류선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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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야마 키이로(秋山黄色) - ONE MORE SHABON

분명 내 기준에서 제법 화려한 등장이었는데, 동시대에 히트하기 시작한 다른 신예들에 비해서 다소 성적 면에서 처지는 감이 있는 사람.... 그렇지만 음악적 역량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메이저 데뷔 이후 거의 1년에 한 번씩 정규를 내는 허슬을 보이면서도, 꾸준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이 대단하다.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나이트 댄서(ナイトダンサー), PUPA, 백야(白夜)




쿠룻뽀(cluppo) - hatofull

밴드메이드(BAND-MAID)의 서브 보컬 겸 서브 기타를 맡고 있는 쿠룻뽀의 솔로 EP. 개인적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앨범이다. 밴드마이코 같은 만우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겼었는데 몇 번 더 노래를 내더니 아예 EP까지....
그러나 그거랑 별개로 굉장히 잘 뽑힌 앨범이다. 밴드메이드(BAND-MAID)라는 밴드가 다들 괴물들이 모여 있는 밴드라, 라이브 직관을 한 번도 가본 적 없이 유튜브의 뮤비나 라이브 영상, 음원 등을 통해서만 접한 내 입장에선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 쿠룻뽀의 임팩트가 좀 약해 보였던 게 사실이었다(컨셉을 충실히 이행하는 거랑 별개로). 하지만 이번에는 전곡 작곡에 참여하고 훌륭한 보컬과 기타 리프를 뽐내면서 개인의 음악적 역량을 멋있게 증명해 냈다. 특히 제법 묵직한 사운드의 'voice'가 인상적.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Peace&love, voice, Super star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 - BAD 모드(BAD モード)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언제나 위대할 J-POP의 신. 풀 앨범을 쫙 들어보는 건 처음인데,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담백함. 그 고급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분위기는 무척 포근하다. 그래서 듣기 되게 편했다. 그러나 또 뮤직비디오는 무척이나 감각적이어서, 시청각적으로 굉장히 다채로웠다. 별로 힘을 준 거 같지 않은 느낌이 들면서도 귀를 만족시키는 스킬은 대단히 끝내줘서, 역시는 역시 역시구나 싶었다.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BAD 모드(BAD モード), One Last Kiss, PINK BLOOD, Time




미레이(milet) - visions

현재 신예들 중에서 POP과 J-POP 사이의 외줄타기를 가장 잘 하고 있는 사람.
1집 [eyes]의 경우 J-POP 입문자들에게 추천해도 될 정도의 POP성을 지녔는데, 이번 앨범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늘면 늘었지 팝적인 면모가 줄지는 않았다. 다만 가사 전체를 일본어로 쓴 'Ordinary days' 같은 노래를 통해서 본인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려는 시도 또한 빠트리지 않아서, 한층 발전한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부상하는 가수들은 그냥 아무한테나 적당히 츄라이를 해도 될 정도로, 사람들이 J-POP에 갖는 그런 고정관념스런 요소들을 탈피하는 가수들이 많은데, 미레이는 그 중 대표주자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음악성이 좋고 대중적이다. 좀 더 J-POP이 국내에 알려졌으면 하는 내 입장에선 이런 고마운 선봉장이 따로 없음.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Who I Am, On the Edge, checkmate, Wake Me Up, Ordinary days




에일(eill) - palette

처음 접했을 때는 아직 메이저 데뷔 전이었는데, 그때는 좋긴 했지만 약간 밍밍한 감이 있었다. 그랬던 사람이 발전을 거듭하더니 이런 멋있는 앨범을 내놓아 주었다.
위에 미레이 칭찬을 잔뜩 하긴 했는데, 이 양반도 한 팝 한다. 특히 '23'같은 노래는 왜인지 모르게 테일러 스위프트의 '22'가 떠오르기도 했다. 외에도 '안 돼 baby(いけないbaby)', '여기서 숨을 쉬어(ここで息をして)', 'Plastic Love'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소화하는 능력도 좋다. 특히 'Plastic Love'는 커버를 예상하지도 못했고, 이렇게 잘 어울릴 거라고도 생각 못했어서 더 좋았다. 이런 걸 데뷔 앨범으로 드랍해 주니, 앞으로의 음악성이 어떻게 만개해 나갈 지 더 기대된다.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안 돼 baby(いけないbaby), 여기서 숨을 쉬어(ここで息をして), Plastic Love, Palette




에이위치(Awich) - Queendom

[Partition]을 2020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꼽는 사람으로서, 이런 2연타석 홈런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근래 일본 힙합 씬에서 가장 폼이 좋은 사람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한다. 가사, 플로우, 태도나 메시지 등에서 정말 흠을 찾기 힘든 사람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GILA GILA' 같은 히트곡도 나와줘서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되었을 듯? 갠적으로는 가사를 분석한 다음에 몇 자 더 추가하고 싶다. 그만큼 이 사람 앨범은 듣고 할 말이 많다.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Queendom, GILA GILA(feat. JP THE WAVY, YZERR), 어느 걸로 할까(どれにしようかな), 口に出して(19금값을 하는 제목이라 번역 불가)




타케우치 안나(竹内アンナ) - TICKETS

2020년쯤에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로 만난 'Love Your Love'라는 곡을 통해서 처음 접한 아티스트인데, 그때의 그 상큼한 느낌이 참 좋아서 팬이 되었다. '후와후와'라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목소리,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듯한 목소리와 음악이 좋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보컬과 랩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곡 구성과, 그 목소리 변화. 산뜻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다가, 살짝 목소리가 낮아지며 랩 파트로 들어가는데 거기서 그냥 사람을 휘어잡더라....
아무튼 본작에는 나를 그렇게 사로잡은 'Love Your Love'를 포함한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주로 앞서 말한 그 '후와후와'의 분위기가 잘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나. 즉 듣기 편하다. 근데 단순히 듣기 편한 게 아니라, 그걸 위해서 여러 방향으로 시도하고 연구한 게 들린다. 때로는 풀밭에 앉아서 가만히 고개를 까딱거리는 느낌이었다가, 때로는 살짝씩 몸을 흔들며 듣기 좋은 느낌이었다가, 때로는 간간히 사람이 오가는 카페에서 음료 한 잔 홀짝이면서 듣는 느낌이었다가 그렇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을 참 잘 알고 있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듯.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일세일우 Feeling(一世一遇Feeling), 손바닥을 겹치면(手のひら重ねれば), YOU+ME=, ICE CREAM, No no no(It's about you), Love Your Love




Regal lily(リーガルリリー) - Cとし生けるもの

그동안 카타카나 표기만 보고 대충 '리갈리리' 정도로 읽고 있었는데, '리갈 릴리'였다....
근데 이 양반들은 뭐랄까.... 되게 설명하기 어렵다. 안 지 얼마 안 된 밴드긴 하지만, 앨범 자체는 좋게 들었다. '좋아요' 찍어 놓은 노래도 많고. 음악성도 마음에 든다. 근데 이 앨범과 이 밴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가 쉬이 감이 안 잡힌다....
일단 목소리는 절대 흔한 목소리가 아니다. 많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호소력 있는 톤이다. 스타일도 다양한데, 때로는 나름의 무게감을 실어서 때리기도 하고, 팝적인 진행을 보여주기도 하고, 능수능란하다는 게 느껴진다. 한 곡 내에서 그런 전환을 보여주면서 변화무쌍함을 강조하기도.
처음 이 밴드를 접한 게 '리켄배커(リッケンバッカー)'였는데, 그거랑 이 앨범에서 마음에 들었던 곡을 비교하자면 제법 느낌이 다르다. 하지만 묘하게 마음을 울리는 그 호소력만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역시 가사를 좀 더 찬찬히 뜯어보고 나면 좀 더 잘 떠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싸우지 않는 사자(たたかわないらいおん), 행성 트래시(惑星トラッシュ), 도쿄(東京), 예쁜 소리(きれいなおと), 바람에 닿아라(風にとどけ), 알케밀라(アルケミラ)




아타라요(あたらよ) - 極夜において月は語らず

'여름 안개(夏霞)' 때 처음 알았고, '되게 좋은 노래 하는 밴드네'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때마침 그 즈음에 THE FIRST TAKE 출연을 계기로 각인하게 된 밴드다. 그러고 보면 참 퍼스트 테이크가 나한테는 너무 소중한 유튜브 채널이다. SONY의 공이 크오....
'슬픔을 먹고 자라는 밴드'라는 소개글에서도 엿보이듯, 애달픈 감성을 노래하는 밴드이다. 그런데 노래의 구성은 발라드가 아니라는 게 나름의 특이점. 때로는 애절하고 때로는 격정적이고 여러 사운드를 넘나드는데, '슬픔'이라는 키워드는 잘 간직하고 있다. 또한 보컬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진다. 담담하고 서글픈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10월 과묵한 너를 잊었다(10月無口な君を忘れる)' 등이 대표적. 악기를 다루는 것도 능숙한데, 'outcry' 중반부에 기타를 갈기는 소리는 거의 절규와도 같은 소리를 낸다. 그렇게 표현해낸 감정을 사람 마음속 깊숙이 박아넣는 힘도 가지고 있다.
2021년 첫 싱글을 발표한 밴드인 걸 감안해도 굉장히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고, 성장세도 좋다. 몇몇 곡의 경우 기성 밴드들 느낌도 나지만, '마음을 울리는 힘'은 이들만의 것이고 타 뮤지션들에 뒤지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밴드.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교차점(交差点), 여름 안개(夏霞), 극야(極夜), 삭월(朔月), outcry, 10월 과묵한 너를 잊었다(10月無口な君を忘れる), 차이(差異)




쿠도 하루카(工藤晴香) - 유성열차(流星列車)

뱅드림(BanG Dream!)의 히카와 사요 성우. 캐릭터가 기타리스트라 노래 부르는 걸 들어볼 일이 없었고, 별로 기대도 안 했었는데, 첫 싱글인 'MY VOICE'의 사운드가 굉장히 강렬해서 확 관심이 갔고, 지금은 완전히 팬이 되었다.
이번 앨범의 대단한 점은 전곡을 본인이 작곡했다는 것. 그 퀄리티도 제법 좋다. 모든 곡들이 꽤 본격적인 락 성향을 띄고 있고, 사운드도 상당히 탄탄하다. 특히 노래하는 목소리가 본인의 캐릭터인 사요와는 전혀 딴판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무척 개성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를 무척 많이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성우들이 가수 겸업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자기가 모든 곡을 다 작곡한 락킹한 앨범을 들고 오는 케이스는 흔치 않은 경우라, 그 점에서 이미 유니크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노래도 좋고. 뱅드림은 접은 지 좀 되어서 노래만 듣고 있는 형국이 되었는데, 진짜로 정말 좋아서, 앞으로도 가수로서 멋진 노래 자주 내줬으면 한다.

본작에서 추천하는 노래: Supernatural, 귀로(家路), ROCK STAR"s Brand new song





외에도 다른 좋은 앨범들도 많이 나왔는데, 유우리(優里)는 따로 얘기했고, 녹황색사회(緑黄色野菜)랑 iri 앨범은 멘탈 작살났을 때 대충 들어서 그런가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시간 나면 다시 복기해야지.

이걸로 2022년도 4분의 1이 지나갔다. 시간이 더럽게 빠른 건 둘째치고, 작년 연말부터 예고되었던 앨범들이 많았어서 갠적으로 기대감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2분기는 아직 소식 들은 게 뭐 없어서 좀 더 꼼꼼히 체크하고 있어야 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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