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러브 앤 썬더]를 봤습니다.

2022. 7. 9. 15:50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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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사실상 2시간짜리 건즈앤로지스 콘서트다. 주요 장면들마다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는 'Sweet Child O' Mine'과 'Welcome To The Jungle', 게다가 엔딩 크레딧에서 시원하게 울려퍼지는 'Paradise City'까지, 완벽한 브금 선정과 적재적소 배치까지, 타이카 와이티티는 '락'을 아는 감독이다. 2022년에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락뽕이 차오르는 경험을 하게 되다니 정말 감격 그 자체다. [미즈 마블]에서도 'Livin' on a Prayer'를 써먹긴 했지만 임팩트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어떻게 해야 맛있게 힘을 줄 수 있는지 아는 이 자는 가히 일류다.

 

 

 

락빠 기질이 객관성을 실시간으로 무너뜨리고 있지만, 브금을 빼고 봐도 잘 만든 부분들이 존재한다.

특히 여기, 등장하는 씬마다 찬란하게 빛이 나는 제인 포스터 a.k.a. 마이티 토르.

 

토르 1편과 2편의 작살난 완성도 때문에(특히 2편), 제인과 토르의 지난 서사는 불완전하게 끝나버렸다. [라그나로크]에서 한 마디 정도로 정리한 후 일절 언급이 없었음에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러브라인의 개연성도 완성도도 모두 부족했다. 이걸 와이티티가 다시 살려낸 건데, 연결이 꽤나 자연스럽다. 토르와 제인이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 제인이 어떻게 묠니르를 들게 되었는지에 대해 관객들이 잘 납득하게 설명을 했고, 마무리 퇴장까지 깔끔하게 시켜줌으로써 제인 포스터라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지었다. 여러 모로 토르 1, 2편에 대한 보수 공사로도 느껴졌고, 그걸 잘 해냈다.

 

 

 

분량이 좀 적은 게 흠이긴 하지만, 기독교 베일의 신살자 연기는 가히 일품이었다. 알록달록한 영화 속에서 홀로 칠흑의 포스를 뿜는 카리스마는 MCU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강렬한 것이었다. 원작보다 좀 단축된 느낌이 있지만 그가 신 도살자로 각성하게 되는 과정도 영화 시작하자마자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빠르게 사로잡는다.

또한 MCU 빌런들 중에서는 독특한 최후를 맞았는데, 그 자신은 사망했지만 결론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게 된 희한한 케이스이다. 마지막에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덕에 해내게 된 것이고, 제인과 토르의 사랑, 고르와 딸의 사랑이 연결되며 영화의 주제를 강화시켜 준다.

 

 

 

 

 

다만 아쉬운 점도 많다.

 

특히 개드립들. 드립을 너무 많이 친다. 너무. 특히 토르가 정말 숨 쉬는 것처럼 드립을 치는데, 얘가 좀 유머러스한 친구기는 해도, MCU 히어로들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비극적인 친구라 좀 진중한 면모도 보여줘야 할 텐데 이 영화에서 그런 게 거의 없다. 반대편의 고르가 살벌한 포스를 풍기고, 또다른 주인공 제인이 탄탄한 서사로 극을 이끄는 데 얘가 이러니까 균형이 좀 안 맞는다. 시프랑 만났을 때도 애들을 만났을 때도 혓바닥 놀리는 걸 멈추질 않으니 이게 토르인지 스파이더맨인지....

 

그리고 액션신의 경우, CG가 잘 나와서 화려하게 보는 맛은 있는데, 시원시원하지는 않다. 무기가 바뀌어서 망치를 붕붕 날려대는 그 느낌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육탄전도 영 별로다. 비주얼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내실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다른 문제인데, 원래 '바이프로스트'라고 번역했었나? 내 기억에는 분명 비프로스트였던 거 같은데.... 이걸 딱히 오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번역에 개연성이 없다고는 할 수 있겠지.

그리고 토르가 된 지 얼마 안 된 제인을 '토린이'라고 하는 등 괴상한 번역도 존재한다. 아마 가망이 없는 그 양반이 한 거 같은데.... 제발 일 좀 하자 디코야 눈치도 기르고.

 

 

 

러셀 크로우의 제우스 연기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정말이지 방탕하고 오만한 권력자 그 자체였다.

처음에 쓰러질 때는 이만한 배우와 이만한 캐릭터를 일회용으로 쓰고 마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쿠키 영상을 보고 대만족했다. 토르를 향한 적개심을 불태우는 모습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헤라클레스를 무척 좋아하는데 마침내 MCU에서 볼 수 있게 된 것도 좋았다. 특히 헤라클레스는 사이드킥으로 아마데우스 조를 데리고 다니는 녀석이라, 조만간 아마데우스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도 될 것같다.

....서준 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나이대가 안 맞잖아....

 

 

 

 

 

아무튼 나는 만족했는데, 왜 호불호가 갈리는지도 이해했고, 안 좋게 보는 시선들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여름에 보기 딱 좋은 쾌활한 오락 영화'로서는 그 역할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닥스 2]가 진입장벽 높은 다크한 영화라는 비판을 받은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진입장벽도 낮고, 가볍게 보기 좋고,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기기 좋은 친절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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