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6. 22:46ㆍ본 영화
인성 터진 인간 vs 포성 터진 포켓몬
그리고 희대의 개호구 기라티나
어렸을 때 [디아루가vs펄기아vs다크라이]랑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는 봤었는데, 유일하게 얘만 못 봤었다. 빵꾸 났던 사혼의 구슬 조각을 나이 처먹을 대로 처먹고 나서 맞추게 되다니 인생 참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거다.
일단 배경 작화가 굉장히 좋았다. 특히 제로의 전함 퀄리티가 좋은 의미로 굉장했다. 쉐이미의 비행 씬에서 보여주는 풍경도 좋았고, 날아다니는 파비코리와 코일 무리의 움직임도 좋았다. 요즘 포켓몬스터 애니를 아예 안 보니까 최근 것들과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CG나 3D가 깔끔해서 놀랐다. 이게 최신 애니가 아니라 2008년 애니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놀랍고.
스토리는.... 뭐 그냥 무난한 아동용 애니다? 어렸을 때 봤더라면 재밌었겠지만 지금 보니 괜히 태클 걸고 싶은 부분이 많다.
일단 상술했듯 기라티나가 다소 호구스러운 부분이 있다. 초반에 디아루가의 트랩에 걸려서 자의로 반전세계를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 것은 뭐 그렇다고 하겠지만, 명색이 신인데 쉐이미랑 제대로 소통도 안 되고, 인간이 만든 기계에 허무하게 잡혀버리는 것이.... 풀려나고 나서도 반전세계라는 본인의 필드 내에서 제로를 압도하지도 못했다. 물론 제로가 자신의 힘의 99퍼센트 정도를 복제했다지만, 너무 활개치게 내비둔 데다가 움직임을 봉하겠답시고 친히 몸으로 공격선의 꼬리를 움켜쥐는 것이.... 좀 모양 빠지는 모습이 많았다. 형제들은 전작에서 지들끼리 치고받으면서 시간의포효와 공간절단을 난사했는데, 하다못해 섀도다이브라도 멋지게 보여주지....
사실 전작의 다크라이처럼 얘도 나쁜 포켓몬은 아닌데 오해를 산 케이스이다. 다크라이가 종족 특성 때문에 오해를 샀다면 얘는 소통이 안 되어서.... 얘가 자기 의사만 똑바로 전달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치고받고 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전포란 녀석이 환포도 쓰는 텔레파시를 못 써서 원.
악당 제로는 상당히 중2중2한 녀석이었다. 특히 신용우 성우의 열연으로 더욱 흑염룡의 힘이 충만한 느낌. 전포나 환포의 힘을 노리는 악당들은 많았지만, DP 극장판인 아르세우스 3부작에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본인은 반전세계를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 세계는 내 것이다' 같은 대사를 치는 시점에서 글러먹었다) 움직이는 빌런은 얘 하나뿐이라 더욱 눈에 띈다. 다만 무한박사도 그렇고, 전설의 포켓몬을 생포해서 그 힘을 복제해낼 기계를 만들었다는 건 보통 천재가 아닌듯? 특히 무한박사가 설계도를 모조리 삭제한 상황에서 그걸 다 복원시킨 제로는 확실히 똑똑하긴 한 것 같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저 부담스러울 정도의 코일 사랑.... 무슨 저글링도 아니고 한무더기 바글바글 끌고 다니는데 솔직히 좀 징그러웠다. 딱히 유의미한 활약상을 보여준 적도 별로 없었고 위협용인가.
대신 일본 인터넷 역사에 큰 발자국 하나 남겼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감사 포켓몬 쉐이미.
하지만 뭐만 하면 자기한테 감사하라고 하는게, 단어의 정의가 싸가지를 만나 뒤틀렸다....
특히 사실상 지우 일행을 끌어들인 셈인데 수시로 자기에게 감사하라고 하니 이녀석 정말 포성이 나가리구나 싶기도 했다. 보고 있으면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지는 그런.... 그래도 스카이폼으로 변신하면 덜 싸가지 없어지는게 다행.
의외의 게스트 레지기가스 a.k.a. 꽁기깅깡
특전으로 얘 시리얼 코드를 뿌려서 짐작은 했지만, 등장 타이밍이 기습적이었다. 근처에 있던 신전에서 소란함을 감지하고 튀어나왔는데, 맘모꾸리들을 이끌고 내려오는 것이 심히 모양새가 괴이했다....
그래도 초대량의 빙하가 내려오는 것을 맘모꾸리들과 함께 막아내는 것으로 나름의 힘을 보여주었다. 슬로스타트 연출도 챙겼고. 다만 그러고 분량 끝.... 정말 어딜 가도 취급이 애매하구나 너는.
어쨌든 어릴 때 미완성이었던 추억 한 조각을 오늘 맞출 수 있어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냐 없었냐는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DP는 어린 시절 가장 거대한 기억의 조각이고, 영화관에서 [포켓몬스터 DP]의 로고가 떠오르는 순간 벅차올랐던 그 마음, 그거면 이 영화는 나에게 그 가치를 충분히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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