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마법사 레미: 견습 마법사를 찾아서]를 봤습니다.

2021. 5. 21. 21:09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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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요약: 레미 오타쿠들의 인생 찾기

포스터에는 저렇게 나와 있지만 원작의 마법소녀 꼬마들은 나오지 않는다. 본 영화는 어렸을 때 레미를 정말정말 좋아한 3명이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고 레미에게 도움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말인 즉슨,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렸을 때 레미를 좋아했던 너, 나, 그리고 우리인 셈이다.

아무래도 성지순례가 주된 내용이다 보니, 로컬라이징도 애매할 것이라 판단해서 더빙이 되어 있지 않다. 처음에는 자막판이라는 얘길 듣고 어이가 털렸지만, 내용을 대충 듣고 납득했다. 코난 로컬라이징에도 한계가 있는데 하물며 성지순례물을 뜯어고치기엔 무리가 있지.

꼬꼬마 시절, 나는 레미의 전 시즌을 모조리 챙겨보았다. 그때는 중학생이라는 게 엄청 어른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아무튼 미취학 아동 시절에 본 거라 사실상 거의 내용을 까먹었고, 대충 캐릭터들 얼굴만 기억나는 정도라, 내용을 좔좔 꿰면서 여기저기 성지순례 다니고 주문도 외우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진성 오타쿠들이란.(그리고 제일 연장자인 미레가 "리얼타임으로 본 거 나밖에 없어?"라는 대사를 했을 때는 나도 동시에 움찔했다....)

내용은 되게 심플하다. 레미 오타쿠들이 어셈블해서 서로 덕심을 불태우고, 평소 자신들이 끌어안고 있던 힘든 부분들을 치유하는 것이 주 내용. 간단한 내용의 힐링물이다. 그런데 이제 오타쿠를 곁들인.

그리고, 곁들였다는 그 오타쿠 요소가 이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세 주인공인 미레, 소라, 레이카는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면서,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오타쿠들이다. 그리고, 마법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쓴맛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많은 관객들(어차피 이 영화 보러 올 사람들은 어릴 적에 레미 좀 본 사람들밖에 더 되겠는가)은 영화 속 인물들에 쉽게 자신들을 투영할 수 있게 된다. 100% 같은 경험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꿈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어린 시절을 진작 지나와서, 숱한 시간들을 헤쳐가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그때보다 '세상'을 알게 된 것은 비슷할 테니까. 차이가 있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레미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고 있느냐 정도?

주인공들은 다들 잘하는 것들이 있지만, 동시에 저마다 괴로움을 안고 있다. 소라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하고 있고, 미레는 회사 상사에게 푸대접을 받는다. 레이카는.... 총체적 난국이다. 그치만 이 불행들을 다루는 과정이, 그 내용이 PTSD를 일으킬 정도로 자극적이지도 않고, 소위 말하는 불행서사로 써먹지도 않는다. 이 부분이 되게 마음에 들었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불행 요소를 다루는 방식이 제법 상냥했다. 그리고 그 상냥한 해결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레미가 있다는 것이 참 이 영화답기도 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는 '일찍이 10살이었던 사람들과, 앞으로 10살이 될 사람들에게'인데, 이걸 이 영화식으로 옮겨 보면 '일찍이 레미와 마법을 꿈꾸었던 사람들에게' 정도로 칭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내용을 거의 다 까먹은 나의 눈물샘도 세차게 자극하는 명장면이었고, 레미를 극중극으로 처리하며 이야기의 대상을 우리로 돌렸기에 가능한 연출이었다.

정리하자면, 당신이 만약 어릴 때 레미를 재밌게 봤다면, 정말 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그쪽에 해당사항이 없거나, 레미 일행의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는 사람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고.

오타쿠 헌정 애니이니만큼,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오롯이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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