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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를 봤습니다.

by 표류선 202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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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감독 취향 100%인 113분짜리 디제잉 파티.

 

살다살다 BGM에 맞춰서 총격씬을 연출하는 영화는 처음이다. 이건 음악을 틀려고 영화를 찍은 수준이지. 가만 들으면 인물들의 스텝이나 문 닫는 타이밍, 행동 하나하나가 음악에 포커싱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들으면서 연기한 건지, 후시로 삽입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감독은 확실한 변태다.

 

사실 내용을 자세히 파고들어 보면 뭔가 특출나다는 것을 느끼기 힘들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은근히 개연성이 떨어지는 듯한 부분도 있고(특히 뜬금없기 짝이 없는 닥터의 막판 츤데레), 주인공의 계획도 치밀하지 못하고, 정확하게 이거다 싶은 절정 부분이 없다는 느낌도 든다. 승과 전의 사이에서 살살 간 보다가 갑자기 결로 가버리는 느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양한 문제점들을 모조리 커버치는 게 바로 음향 연출이다. 온몸으로 음악을 즐기는 베이비와, 전술했듯 음악에 딱딱 떨어지게 맞춘 동작들 등등, 음악을 통해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덕분에 보는 내내 빠져들어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포인트는 이 둘의 케미. 세상에 나는 릴리 제임스가 이렇게까지 매력 터지는 배우일 줄 몰랐다. 물론 [맘마미아 2]에서 그 매력을 한껏 느끼긴 했지만, 거기랑 여기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상쾌 청순한 이미지가 [맘마미아 2]였다면, 여기서는... 그냥 무쌍을 찍는다. 등장만으로 공기가 달라지는 듯한 느낌. 특히 묶은 머리를 풀고 찰랑거리는 그 모습은, 근래 본 영화 중에선 진짜 비교 대상이 없는 것 같다(근래 영화를 잘 안 보긴 했지만). 팍팍한 베이비의 일상에 한 줄기 환풍구와도 같은 역할을 해서 더 그랬고.

 

 

 

스토리를 물고 늘어지자면 단점을 구체적으로 캐낼 수 있겠지만, 굳이 이 영화에서 그래야 하나 싶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베이비와 데보라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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