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 영화

[톰과 제리]를 봤습니다.

by 표류선 2021. 2. 26.
728x90

 

 

 

 

 

세세하게 따지고 보면, 까일 곳이 은근히 많다.

 

톰과 제리 영화지만, 생각보다 둘의 비중이 크지 않다. 극과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건 클로이 모레츠고, 둘은 조력자 내지는 트롤러 포지션이다. 물론 원작에서도 똑같았지만, 그게 주연일 때와 조연일 때는 느낌 차이가 엄연히 다른 법이다.

 

PC를 비꼬는 듯한 뉘앙스의 대사가 몇 차례 나온다. 그리고 그게 정말 부자연스러운 개드립이라 굉장히 거슬린다. 딱히 그쪽 스탠스로 극을 일관되게 이끌어나가는 것도 아니면서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던지니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대사는 왜 넣은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영화 속 결혼식은 인도식 결혼식이며, 주인공은 여성, 대립하는 역할의 배우는 멕시코계에 호텔 주방장은 동양계다.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만화적 요소를 섞기 위한 방법이겠지만, 동물들이 사고를 칠 때 인간들은 손도 못 쓰고 당하기만 한다. 특히 중반부에 톰+제리+스파이크의 삼위일체 깽판 장면에서는, 물러서서 발만 동동 구르는 인간들이 좀 어색했다. 그래도 뭐 '만화스러운 전개를 위한 거지'하고 넘어갈 수는 있겠으나(애초에 동물들의 깽판으로 건물에 금이 간다는 게...), 코끼리가 생쥐를 보고 겁을 먹어서 날뛰는 장면은 솔직히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전개를 위한 트롤링이 필요하다고는 해도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이 외에도 내용 전개를 위해 개연성을 희생시킨 부분들이 다수 있어서 아쉬웠다.

 

영화 문제는 아닌데, 번역이 은근 엉망이다. 스틱맨을 졸라맨이라고 번역한 건 오케이라고 하겠는데, 오늘 처음 만난 직장 동료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뉴비니 찐이니 열정 만수르니... 번역가가 자신의 어휘력을 젊어 보이게 하고 싶어서 어거지로 집어넣은 느낌이라, 많이 오글거렸다. 이게 워너 브라더스 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아마 범인은 가망이 없는 그 사람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어렸을 적 텔레비전에서 보던 톰과 제리랑은 많이 다르다. 톰과 제리 영화인데 둘이 메인 디쉬가 아니라 핵심 조미료 정도로 사용된 느낌. 개인차야 있겠지만 아마 별로라고 할 사람도 제법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는 대단히 만족했다.

 

 

 

 

 

얘네가

 

 

 

이러고

 

 

 

나오는

 

 

 

데다가

 

 

 

언제나처럼 투닥거리고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죽이 잘 맞으면서

 

 

 

실사와 만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데다가

 

 

 

오프닝부터 톰이 피아노를 친다.

 

이런 영화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 내용이 뭐가 중요하겠나. 어렸을 때 본 톰과 제리의 모습 그대로 실사 뉴욕에서 날뛰고 있는데. 게다가 우리에게는 [소닉]이라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있지 않은가. '톰'과 '제리'가 이런 비주얼로 나온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최대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을 만화식으로 표현한 것. 덕분에 새들은 노래하고, 코끼리는 날뛰고, 나비는 알록달록하고, 호랑이는 은근히 귀엽다. 아마 톰과 제리만 만화체면 어색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한 거 같은데,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고 본다. 이게 아니었더라면 이 영화의 매력은 반토막이 났을 것이다.

 

 

 

팬티는 신경쓰지 말자... 톰이 나쁜 거다

그리고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클로이 모레츠. 연기를 진짜 잘했다. 가상의 동물들을 눈 앞에 두고(?) 그런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가면서 연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인간 배우들을 대할 때에도 연기가 좋았다. 다방면으로 클로이의 능청스러움이 빛난다고 해야 할까. 영화에서 클로이를 보는 게 처음인데 이 영화 덕분에 대단히 좋은 첫인상을 갖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스토리의 부실함은 있어도 톰과 제리의 매력을 감상하기엔 매우 좋은 작품이다. 특히나 어릴 때 톰과 제리 보고 자란 사람들한테는 이만한 선물이 없을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