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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봤습니다.

by 표류선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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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미국인, 프랑스인, 독일인이 전혀 의도치 않게 합작을 해서 나치를 개박살내는 영화.

 

 

 

[장고]도 봤겠다, 크리스토프 왈츠의 인생작이자 영화 역사상 최고의 빌런 중 하나라는 한스 란다라는 작자가 대체 어떤 캐릭터인지 호기심이 솟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 영화를 골랐고,

왈츠는 (좋은 의미로)미친 사람인 게 확실하다... 자기가 등장하는 씬에서 주위의 모두를 그 카리스마로 휘어잡아버리는데, 사람이 맞는지, 악마가 아닌지 두려움이 생길 정도...

 

 

 

[장고]의 킹 슐츠랑 이 사람이 어떻게 같은 사람일 수가 있는 거지... 인격이 반댄데.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숨통을 서서히 조이는데, 능청스러우면서도 필요할 때는 압박감 있는 카리스마를 보여줘서 영화 보는 내내 이 양반 나올 때마다 저절로 숨이 턱턱 막혔다. 괜히 영화사 최고의 빌런 중 하나이자 명배우의 명연기라고 칭송받는 게 아니었다.

 

 

 

 

 

알도 레인. 나치 킬러 부대인 개떼들 a.k.a. 바스터즈의 대장.

평소 듣던 빵아저씨의 톤과는 많이 다른 소리를 내는데, 찾아보니 테네시 사투리라고 한다. 근데 이 목소리가 묘하게 웃긴다... 바스터즈 부대가 이 영화의 (나름)코미디 담당이기 때문에 이 양반 무리가 주로 등장하는 씬에선 한스 란다가 조여놓은 긴장감이 살살 풀어진다. 완급 조절을 담당하는 역할인 동시에, 상대가 나치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머리 가죽부터 벗기고 보는 은근 사이코... 

 

 

 

헬무트 제모가 왜 여기서 나와...?

이건 이 배우 다니엘 브륄의 할리우드 커리어 초기작. 독일군을 연기했는데, 배우도 독일인이니 딱 맞는 캐스팅이 되었다.

나치의 영웅인 동시에, 영화 속 나치 입장에선 최악의 트롤러... 사랑에 눈이 멀어 나치 지도부를 화염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게 되어버렸으니... 물론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참 많이 부족한 스파이 1, 2.

아니 근데 오른쪽 양반은 여차하면 총알을 조종해서라도 탈출을 하셨어야죠. 아 이 때는 아직 각성을 못 한 때인가?

아무튼, 이 이프로 부족한 영국 스파이 듀오 덕분에 바스터즈의 작전이 죄다 꼬이게 되어버렸으니, 졸러가 독일군의 트롤러라면 이 둘은 연합군의 트롤러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관객들에게 '스파이짓을 할 거면 다방면으로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는 교훈은 남겼으니 다행이지.

 

 

 

복수의 화신 쇼산나(쇼샤나). 영어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는 캐릭터. 그런데 과연 이 사람은 라파디트를 원망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선 일절 보여주는 게 없으니...

의도치 않았지만 바스터즈의 임무 성공을 도와준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한스마저도 바스터즈 쪽에 신경을 쓰느라 쇼샤나의 계획엔 손도 안 댔으니... 마지막에 일말의 동정심 때문에 본인도 목숨을 잃었지만, 아마 졸러에게 죽지 않았어도 극장과 함께 동귀어진할 운명이었을 테니 그냥 몇 분 일찍 죽은 셈 치자. 활활 타오르는 극장에서 웃는 장면이 희미하게 비춰 나오는데 그 모습이야말로 리얼 악마같아서 꽤나 살벌했다... 복수심의 힘이라는 걸까.

 

 

 

 

 

일단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인데, 총격전 같은 액션신의 비중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2시간 30분 내내 대사로 번역가를 조지는 스타일의 영화다. 심지어 1장은 온리 대화로만 극을 이끌어가고. 그렇기 때문에 화려한 전쟁신을 기대한 사람에겐 무지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나는 [장고]보다 이게 더 볼 만했다. 물론 머리가죽 벗기는 씬에서는 슬쩍 손으로 가렸지만...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인데 영어의 비중이 정말 적다는 것도 특징. 독일어랑 프랑스어 위주로 영화가 진행되고, 영어가 나오는 때는 1장의 대화랑 바스터즈들 나올 때 정도. 전체 비율로 따지면 2~30%쯤 되는 거 같다. 영어권 배우들은 영어로, 독일 배우들은 독일어로, 프랑스 배우들은 불어로 열연한 영화.

 

대사로 꽉꽉 들어찬 영화고,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진행되는 만큼, 여기서는 외국어에 능통할수록 먹이사슬 윗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최고 권력자(?)는 한스인 것. 4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데 발음까지 깔끔하다. 언어의 힘으로 1장에서부터 유대인을 색출해내더니 마지막 장에선 스파이들의 어설픈 짓거리까지 간파해낸다. 거기에 능청스러움과 통찰력까지 더해지니 가히 죽음의 사도라고 해도 되겠지... 하지만 그런 그도 결국엔 알도에게 당해버리는데, 마지막에 방심해버려서... 다만 알도가 논리로 무장한 인간이 아닌 막가파에 가까워서 당한 것도 있다. 언어의 귀재라도 말이 안 통하는 적에겐 소용이 없는 법이다... 

 

[장고]보다 총격적의 비중이 적어서 덜 피곤했고, 다른 전쟁영화와는 굉장히 다른 전개를 보여줘서 좋았다. 타란티노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구나를 확실히 느끼게 된 영화. 다만 어쨌든 한스 때문에 제법 긴장을 하면서 봤기 때문에, 또 이 사람 영화를 보려면 쿨타임이 좀 있어야 할 거 같다. 최대한 덜 피곤한 영화로 보고 싶은데 뭐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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