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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봤습니다.

by 표류선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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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는 내내 오무가 리버랑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서치를 해보니 진짜로 리버의 디자인 모티프가 오무였다... 덕중지왕 양덕이 여기서 또...

 

이 영화는 1984년 영화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1부>보다 3년 먼저 개봉된 영화인 것이다. 대충 37년 정도 된 것이니 무지하게 옛날 영화다. 물론 [기동전사 건담]보다는 나이가 어리지만... 거기다가 지브리 스튜디오의 (비공식) 첫 작품이기도 한 만큼, 약간 예스러운 연출들이 느껴지긴 한다. 그래도 아무런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수준.

 

기본적으로 지브리 작품은 주제를 대놓고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이 영화는 대놓고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와 자연 예찬. 더 나아가면 생명에 대한 경외? 정도까지 이야기할 수 있겠다. 토르메키아의 행태를 보면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보인다. 특히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5분도 숨 쉴 수 없는 오염된 공기는 2020년 지금 굉장히 날카롭게 다가온다. 남몰래 지구를 회복하는 자연과, 그것을 모른 채 자연을, 그리고 인간을 공격하는 인간의 욕심까지. 개봉된 타이밍을 생각하면 거의 예언자 수준이 아닌지...

 

나우시카는 지브리 주인공들 중에서도 많이 눈에 띈다. 일단 무적이다. 흠 잡을 데가 없다. 인격적으로 완성되어있다. 사랑의 전도자고, 모두에게 자비롭고, 자연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인간의 탐욕을 저지하고자 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을 때 말고는 가히 보살이라 할 수 있는 행보를 보여준다. 사실상 바람계곡의 구원자이자 메시아다. 의미 부여가 과다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묘사가 그렇다. 결국 바람계곡에 전해져 오는 예언의 주인공이잖아. 여타 지브리 작품들 중 이 정도로 주인공 보정이 빵빵한 케이스는 나우시카랑 아시타카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얘기하는 주제가 비슷하군.

 

토르메키아는 나우시카와 대비된다. 페지테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어쨌든 토르메키아는 작중 가장 거대한 정복 국가이고, 인간 나라들을 병합하고 오무와 부해를 철거시켜 과거의 인간 문명을 부활시키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세계를 절멸시킨 거신병을 깨우는 것에서도 망설임이 없다. 여러 가지로 나우시카와 대립이 되는데, 크게 보면 자연과 인간의 대립으로도 읽힌다. 그렇기 때문에 러닝타임 내내 첨예하게 이 둘은 맞붙는다.

 

그렇다고 이 대립을 질질 끌지는 않는다. 어쨌든 이 영화의 주제는 전술했듯이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와 자연에 대한 예찬, 인간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기에, 최종적인 승자는 나우시카(자연)가 된다. 특히, 버섯구름을 연상케 하는 거신병의 레이저포 폭발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진을 멈추지 않는 오무 무리들에서 매우 명확하게 보여진다.

 

2시간 정도 되는 러닝타임에서 환경 문제에 대해 미야자키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대단히 깔끔하게, 직관적으로, 인상적으로 풀어냈다. 이해가 굉장히 쉽고, 그것은 나우시카라는 영웅을 통해서 더욱 잘 다가온다. 플러스로, 이 영화의 대주제는 결국 [천공의 성 라퓨타]랑 [모노노케 히메]까지 이어지니, 결국 이후 지브리 작품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친 셈이다. 여러 모로 인상적인 시발점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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