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2. 01:10ㆍ읽은 책
일본의 국민 작가 중 한 명이자, 추리소설계의 거장이며, 사회파 추리소설의 시초라고 불리우는 명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1958년 작품. 지극히 평범한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구글에 검색하니 최상단에 바로 책 제목이 똵 나오는 신비한 책이기도 하다. 나는 수업 시간에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작가도 책도 몰랐기에 더더욱 신기했다...
작가가 사회파 추리소설의 시조이지만, 이 작품은 사회파 추리소설과 본격 추리소설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다. yes24의 책 소개에는 본격 추리소설로 나와있긴 한데, 일단 책의 기본 뼈대는 확실하게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다만 주인공이 범인의 견고한 트릭을 해체하며, 그 전개 동안 독자가 이야기 속 두뇌 싸움에 몰입하게 되는 건 본격 추리 소설의 요소이다. 사회파의 거장이 본격의 요소를 메인으로 다뤘다는 게 희한한 점인데, 이 두 개의 기둥이 절묘하게 섞이면서 굉장한 재미를 만들어냈다.
내가 별로 머리가 좋지 않기 때문에, 범인의 트릭을 주인공 형사와 함께 파헤쳐 갈 때는 굉장히 머리가 아팠다. 진짜 드럽게 치밀하게 짜 놔서... 그만큼 그 트릭들이 파훼될 때의 쾌감도 컸다. 50년 전의 작품인데 트릭의 퀄리티는 요즘 것들 못지 않다는 게 진짜 대단하다 생각했다. 과연 거장.
초반까지는 도리카이 형사가 사건을 수사하길래 이 사람이 메인 탐정역이구나 싶었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무대를 미하라의 도쿄로 옮긴 것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바통 터치가 되게 깔끔했다. 그렇다고 해서 도리카이를 지워버린 것도 아니고, 후반부에 두 사람이 주고받는 편지에서 결국 도리카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알리바이를 위한 여러 인물들이나, 미하라가 자주 가는 카페의 사람들 등 은근히 간단하게 쓰고 버리는 캐릭터가 없었다. 그것도 좋은 점인 듯.
피해자는 희생자다. 비리 사건을 묻기 위한 희생자. 소설 내에서도 그것을 언급한다. 꼭 이런 비리 사건이 터치면 으레 과장 대리 정도의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고. 뼈가 있는 대사이다. 이후에 범인들의 행적들 또한 현실에서 있을 법하다. 형사들은 살인자를 밝혀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현실에 패배했다. 그 점이 이 소설을 사회파의 영역에 굳건히 자리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설마 이런 엔딩으로 마무리지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더욱...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거장 소리 듣는 사람들은 이유가 다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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