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를 읽었습니다.

2020. 8. 30. 22:28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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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한 2년? 전쯤 개봉했는데

그 타이밍 맞춰서 샀던 걸로 기억.

근데 영화도 안 보고 책은 짱박아놓고...

오늘 처음 읽었다.

<몽환화> 이후로 히가시노의 책을 처음 읽어보는 거였는데

오랜만이라 그랬는지, 소재가 좋아서 그랬는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히가시노가 공대생 출신의 작가인데

오랜만에 물리학도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라고 생각.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이후로는 거의 처음인 거 같다.(내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특히, 초능력처럼 묘사되는 켄토와 마도카의 능력이,

뇌 수술을 통한 인위적인 힘이라는 게 색다르게 다가왔다.

미래 예언이 아닌 미래 예측.

초능력을 과학으로 자연스레 연출해냈다는 점이 1번 특기 포인트.

그리고 과학 지식으로 무장한 소설이지만, 그걸 일반 독자들이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놓은 것도 대단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물론 막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내용이 아니긴 했지만, 전문용어들을 그럴듯하게 사용하면서도 글을 읽음에 막힘이 없도록 하는 것은 좋은 글재주니까. 늘 그렇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장 큰 장점이 이거라고 생각한다. 잘 읽히도록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초반까지만 해도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사건들이 그려지는데, 내용을 진행해가며 그 모든 일들을 하나의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엮어가는 것도 좋았다. 이런 식의 연출은 <신참자>에서 한 번 써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출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밝혀지는 아마카스 사이세이의 반전도 소소한 즐거움거리. 물론 앞부분에 떡밥이 약간 있기는 했는데 그 사이즈가 좀 작기도 했고, 나한테는 꽤 놀랍게 다가온 반전이었다.

다만 그 이후, 사이세이의 범행 동기는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다. 쥐 실험 이야기를 하면서 당위성의 보충을 시도하긴 했는데, 그래도 약간 어거지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자신에게 완벽하지 못했기에 살해했다니, 코난 극장판 1기의 빌런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애초에 이해해서는 안되는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기는 하다만.

그리고 켄토 역시 사이세이와 같은 결락을 갖고 있다면, 어느 정도 사이세이와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지 않나? 실제로 마도카의 회상 속에서 그런 묘사가 있었고. 그런데 마지막 사이세이와의 대면에서, 어째서 이혼하지 않았냐고 물을 때는 약간 의문스러웠다. 그 질문은 결락이 없는 마도카의 질문과 같았다. 그걸 결락이 있는 켄토 역시 했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결락과 관계없을 정도로 사이세이라는 사람이 엇나가 있었다는 얘기인 것 같다. 애초에 켄토 역시 사이세이의 범행을 '머리가 돌아버린 인간의 이기적인 범죄'라고 표현했으니까. 부성의 결락과 이성에의 집착이 낳은 결과물...

역시, 범죄자에게 상식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이 소설 역시 그걸 보여주고 있고.

또, 나카오카 형사라는 캐릭터가 아쉽다. 물론 그의 위치상, 진실에 끝까지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쓰다 만 캐릭터라는 느낌은 아직 지울 수 없다. 아오에 교수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축 중의 하나였는데, 최후반부에는 강제로 역할에서 잘려나간 느낌...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주연들 중에서 진실에 도달하지 못한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고.

아무튼, 후반부가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하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프리퀄 소설도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시퀄이 나왔으면 좋겠다. 마도카가 라플라스 계획에 참가하기로 한 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이유였으니까. 사람들을 돕는 내용의 시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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