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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

[좀비랜드]를 봤습니다.

by 표류선 2024.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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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좀비 영화다. 근데 이게 좀비 영화냐?

일단 세계관은 좀비 아포칼립스다. 살아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전미가 초토화된 엉망진창의 상황에서, 마술사 두 명과 스파이더맨 여친과 10대 꼬마 이렇게 4명이 얼레벌레 살아가는 영화다. 엉망진창인 세계관에서 엉망진창인 등장인물들이 엉망진창 행동하는, 한 마디로 맛 간 영화다.

즉, 죽여주는 영화다. 물론 실제로도 죽여준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서운 걸 못 보기 때문에 좀비 영화는 사절이지만, 이 영화는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건 무섭지 않기 때문이다. 좀비가 나오긴 나오는데 딱히 대단한 요소는 아니다. 이 영화에서 좀비의 주요 역할은 '죽는 것'이다. 물론 다른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특히나 이 점이 중요하다.
이 영화는 '좀비가 나올 때'가 제일 재미없다. 이 녀석들이 가장 영화에서 빛날 때는 '죽을 때'이다. 총과 빠따에 펑펑 쓰러져나갈 때 비로소 출연에 의의가 생긴다. 그 외에는 기껏해야 점프 스퀘어의 용도? 그것도 별로 강하지 않다. 상황에 약간의 긴박함을 부여하는 용도로 쓰일 뿐, 철저하게 이 영화에서 좀비는 '잡몹'이다.




이 영화 최고의 재미는 이 네 명이 만든다. 마초남과 너드와 통수자매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데굴데굴 살아가는 일종의 로드무비인데, 정말 인간들이 죄다 엉망진창 데굴데굴이다. 별 거 안 하는데 하고 있는 꼬라지들을 보면 상당히 웃기다. 이들의 여정에서 좀비는 사소한 문제이다. 위협은 되지만 일각을 다투진 않는다. 망한 세상에서 대충 사는데 살아진다. 보다보면 '딱히 좀비 영화가 아니어도 되잖아?' 싶기도 하다. 물론 좀비가 있기에 생기는 특징들도 있지만.




개그만 쳐대는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우디 해럴슨이 보여주는 액션도 나름 맛이 좋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특유의 찐따 연기로 밑을 잘 다져주면, 그 위에서 우디가 광기의 마초 액션으로 대가리를 터뜨리고 팔다리를 절단한다. 낮밤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쏘고 써는데 제법 볼 만하다. 특히 마지막 놀이공원에서 벌어지는 총기 액션은 건카타를 방불케 하는 쾌감이 있다. 눈도 똥글똥글하게 뜨고 다녀서 더욱 광기가 느껴진다.




여기까지 읽으면 알겠지만, 이건 좀비의 탈을 쓴 노가리 액션 코미디 영화라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비물 매니아들이 보면 오히려 실망할 수준이다. 좀비는 설정에 그칠 정도로 그닥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비 말고 다른 아포칼립스 요소로 바꿔도 대충 영화는 성립한다. 로드무비 및 가족물로서의 성질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데, 그래서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진성 좀비물이면 아예 못 봤지 나는....
또 이게 각 잡고 웃기는 것도 아니라서 대단한 개그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도 좀 별로일 수 있다. 여러 부분에서 되게 호불호 갈리는 영화인 건 확실하다. 다만, 그만큼 취향 맞는 사람들에겐 이만한 영화도 없을 것이다. 좀비를 빼고 봐도 이런 식으로 이렇게 웃기는 영화는 정말 흔치 않다.




그리고 다른 건 제쳐두고서라도, 스무살 적 엠마 스톤이 나오는데 이것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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