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14. 00:08ㆍ본 영화
영화 시작하자마자 송영창 오달수....
각설하고, 그동안 주변에서 실컷 소문으로 들었던 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이유는 별 거 없다. 보물의 정체가 뭔지 초장부터 불어버려서다.
물론 '관객만 알고 극중 등장인물들은 모르는 상황'도 잘 써먹으면 굉장히 흥미진진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근데 이런 상황에선 아니다. 물론 중반 넘어가면서 '보물'보다는 '윤태구와 박창이의 인연'에 포커스를 맞추긴 하지만, 어쨌든 목표가 그쪽이니 영 김이 샌다. 상관에게 보물의 정체를 묻는 일본군의 대사를 자르면서 나름의 호기심을 유발해보려고 하지만, 이미 핵심 되는 단어를 만길이 내뱉은 이상, 눈치 빠른 관객들은 진작 파악하고 '보물 가져봤자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차라리 철저하게 함구하고 결국 보물 못 알아내는 엔딩으로 갔으면 맥거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텐데,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
별개로, 캐릭터들은 끝내주게 잘 뽑았다.
맘에 드는 것은 마지막의 반전. 세 배우의 연기력이 한껏 그 기량을 뽐낸 멋진 연출이었다. 말 그대로 귀기가 서린 이병헌 배우의 눈빛과, 순식간에 분위기를 휘어잡고 포스를 뿜는 송강호 배우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
그러고 보니 나는 이병헌이 나온 영화를 보는 게 이번이 2번째다. 말이 2번째지 처음 본 [밀정]이 특별출연 분량이었던 걸 생각하면 사실상 이번이 첫 경험. 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 알겠더라. 연기도 잘하고 잘생기고....
끝내준다.... 마지막 결투 직전의 장면이었는데 진짜 감탄스러웠다.
그치만 내 기준 이 영화 와꾸 원탑은 단연 정우성. 카우보이 모자, 훤칠한 기럭지, 흩날리는 코트 자락, 멋진 중저음 목소리. 의외로 어울리는 콧수염까지. 사실상 이 영화는 정우성 화보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진짜 무지막지하게 멋있다. 이 양반도 예능에서 많이 봤지 영화로는 [감시자들] 이후 2번째인데, [감시자들]을 어릴 때 봐서 잘 기억이 안 난다. 덕분에 마치 초면과도 같은 새로운 두근거림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이거는 진짜....
'굳이 안 돌려도 되는 장총을 목숨 걸고 돌려가면서 간지를 챙기는 불필요한 뽀대'가 너무 좋았다. 기본적으로 멋은 사족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잖은가. 저건 진짜 군침 흘리면서 봤다.
뭣보다, 나는 이 영화는 몰라도 '빠삐놈'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보는 내내 대체 '그 음악'이 언제 나오는 것인가 엄청 신경 쓰면서 봤다.
그런데, 황야를 질주하는 일본군, 마적단, 삼국파가 한데 뒤엉키는 마당에, 박도원이 홀로 장총 메고 뛰어들면서, 귀신 같은 사격 실력으로 적들을 하나하나 날려버리는 와중에 좌아아악 깔리는 그 음악이란....
진짜 김지운 감독이, 간지가 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미적 감각 아주 칭찬해.
근데 그거랑 별개로, 돈을 진짜 엄청나게 때려박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건비에 말 값에 화약비에.... 700만 정도 동원했으면서 본전치기밖에 못 했다던데 이해가 갔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화보를 획득했으니 좋은 것이죠. 인터넷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고 말이지.
그리고 이 영화 최고의 킬링 포인트.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여기서 나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사도 몇 줄 없이 중간에 리타이어하는 이병헌 부하로 나오는데, 지금 이 영화를 보니까 그냥 이 아저씨 존재만으로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도 힘 깨나 쓰는 캐릭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이랑 취급이 다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리하자면, 그냥저냥 재밌게 봤다. 그냥 심심할 때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다 정도? 실제로 지금 심심해서 넷플릭스에 뭐 볼 거 없나 뒤적거리다 찾은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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