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6. 17:13ㆍ본 영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지금까지의 마블 영화와는 정말로 결이 다르다.
가장 핵심적으로, 예고편이랑 내용이 정말 다르다. 솔직히 말해서 뼈대만 비슷하지 세부 내용 전개는 예고편만 봤을 때 전혀 추측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샹치] 때도 그러더니....
일단 비주얼은 기가 막힌다. 지난 마블 영화와 비교를 불허하는 어떤 '감성'이 느껴진달까. 전반적으로 정적이고 차갑다. 호주의 사막이나 아마존의 정글 등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각 환경의 색깔이 잘 드러나고 그것이 아름답게 보여진다. 도시적이고 화려한 색감이 많았던 이제까지의 마블 영화와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크다. 그리고 이 큰 차이가 잘 드러나면서 동시에 잘 묘사되었다.
셀레스티얼도 좋았다. 감히 대항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잘 심어주었고 거기에서 코스믹 호러스러운 느낌도 주었다. 특히 후반부에 티아무트가 솟아오르는 장면은 진짜 기가 막혔다. 그 거대한 손이 묘하게 오행산 느낌도 나서 더 위압감이 있었다.
이터널 캐릭터들도 좋았다. 머릿수가 많다 보니 한 명 한 명에게 몰입하는 것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자기들끼리 케미가 꽤 좋았어서, 레스토랑이 아니라 뷔페를 가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듯.
미네르바 세르시. 양자경 이후로 두 번째 배우 재탕이다. 양자경의 알레타는 비중이 적기라도 했지 젬마 찬은 나름 [캡틴 마블]에서 눈도장 찍은 사람인데 1인 2역이 괜찮은 지는 모르겠다....마는, 오히려 [캡틴 마블] 때보다 분량상으로나 캐릭터상으로나 훨씬 인상적이었다.
근데 구남친 이카리스랑 현남친 데인 휘트먼이 어째 좀 비슷하게 생긴 것이 이 캐릭터의 취향을 가늠케 한다. 수염과 헤어스타일 등....
세바스찬 스탠이랑 닮지 않았나? 각진 얼굴상도 그렇고 눈빛도 그렇고. 영화가 겨울 배경이었다면 다방면으로 배우 드립 치기 딱 좋았을듯....
이름도 그렇고, 작중 캐릭터들의 언급도 그렇고, 최후도 그렇고, 여러 모로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를 떠오르게 한다. 이카로스 이야기가 인간의 동경심을 상징하는데, 이카리스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인간에게 별 깊은 감정을 품지 않다가, 최후에서 인간들처럼 자살로(자살은 인간이나 돌고래 등의 고등 동물들이 하는 것이라는 연구를 들은 적이 있음) 마감한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
본작 최고의 신스틸러 마카리.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퀵실버가 한방에 나가리가 된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MCU 스피드스터 캐릭터다. 그리고 그때랑 비교해서 연출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는 것도 느껴졌다.
특히 스피드스터 캐릭터들의 능력을 보여줄 때 자주 써먹는 것이 슬로모션 연출이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그 유명한 장면이나, [에오울]에서 퀵실버가 싸울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터널스]는 그런 거 하나 없이 우직하게 스피드로 밀어붙인다. 후반부에 이카리스와 1대1로 붙을 때 온 몸을 던져가면서 오라오라 러쉬를 날리는 장면은, 전체적으로 액션신의 맛이 떨어지는 본작에서 최고로 멋진 액션신이라고 할 만했다.
개그캐 킨고. 처음에 영화 찍는 씬에서 얼굴을 계속 꿈틀거리는데, 묘하게 킹받아서 웃기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집사인 카룬과 함께 본작 대부분의 개그를 담당하는데, 홈런은 없지만 봐줄 만한 안타를 적절히 날려주는 정도로, 윤활유 역할을 잘 수행했다. 전투에서도 에너지 탄을 뿅뿅 발사하는 게 멋졌다. 후반부에 분량이 날아간 것은 아쉽지만....
비주얼 봐라. 진짜 문자 그대로 신의 형상이다....
그리고 이런 안젤리나 졸리에게 간헐적 기억상실증을 안겨 준 것은 여러 모로 기지였다. 졸리급 배우가 메인 캐릭터로 맹활약해버리면, 분명 관객들의 시선과 기억을 앗아갈 테고, 그럼 비중 분배가 애매해져 버린다. 화려한 비주얼과 우아한 싸움으로 매력을 챙기고, 기억 잃고 폭주하는 설정으로 살짝 뒤로 빠지게 하여서 나름의 비율을 맞추려 한 노력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고고한 눈빛과 유니크한 비주얼로 결국 기억에 뽝 남아버렸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하는 행동들이 은근 귀엽기도 했고, 동석 아재랑도 케미가 잘 맞아서 인상이 깊었다.
드루이그와 함께 가장 속 많이 상했을 캐릭터. 그리고 개봉 직전 논란이 되었던 캐릭터.
뭐 오펜하이머도 죽을 때까지 괴로워했단 걸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설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출도 '비극'보다는 파스토스의 참담한 '심정'에 집중에서 크게 거슬리지 않았고.
다만, 실제 맨해튼 계획을 주도한 건 백인들인데 흑인이 괴로워하는 걸 보고 있자니 '오늘도 백인들은 회피해가는구나' 같은 느낌도 좀 들고....
손을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물건을 창조해내고, 온갖 트랩들을 이용해 이카리스의 날개를 꺾는 등 비주얼적으로도 되게 인상이 깊었다.
예고편에서부터 불꽃 싸닥션을 보여주며 한국인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우리의 동석 아재.
영화에서의 길가메시는, 딱 우리가 봐왔던 마동석 그 자체였다. 괴물 같은 힘으로 묵직하게 적들을 때려잡지만, 동시에 자상하고 귀여운 면모도 함께 갖고 있는 그것. 한마디로 우리의 마동석이 모두의 마동석이 되었다 이 말이다.
또한 정신적인 지주 역할로 모두의 호감을 산 캐릭이기도 하다. 세르시에게도 조언을 해주었고, 이카리스도 그의 힘을 인정하고, 성질 까칠한 드루이그도 테나 맡아달라는 그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니 힘적으로도 맘적으로도 의지 되는 인물었던 듯. 특히 테나를 극진하게 모시는 살림꾼으로서의 모습은, 마님과 돌쇠 같은 느낌이라 ㅋㅋㅋㅋ 영화 보기 전까지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안젤리나 졸리와 마동석의 케미가 상상 이상이었다.
이런 기둥 같은 캐릭터라, 리타이어가 더 아쉽기도 했다. 다만 끝까지 생존했다면 마지막에 이카리스랑 싸울 때 힘의 밸런스가 안 맞았을 것이고, 테나의 각성을 위해서라도 빠질 필요성은 있었어서, 나름 납득은 간다. 마 배우가 향후 몇 년간 마블과 일을 한다고도 했으니 무슨 방법으로든 훗날을 기대해 볼만도 하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캐릭터. 이렇게 빨리 리타이어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서....
처음에는 '셀마 헤이엑 정도 되는 배우한테 너무 취급이 각박한 거 아니야?'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회상 씬으로 분량을 낭낭하게 채워서 다행이었지만....
셀레스티얼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던 이였지만, 인간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많은 것이 변화한 인물로, 나름 영화의 주제를 담고 있는 캐릭터다. 분량이 좀 많았으면, 이 영화도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극한의 츤데레.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놈.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능력도 그렇고, 예고편에서 나온 모습도 그렇고, 뭔가 나쁜 캐릭터나 배신자처럼 나올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인간들을 엄청 아끼는 캐릭터였고 진짜 배신자는 따로 있었다.
비주얼이나 목소리가 되게 인상 깊었고, 전반적으로 정말 승질 드러우면서 마카리한테만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박미선 씨가 참으로 마음에 들어할 만한 관상이라고 생각했다. 최후까지 남아서 마카리랑도 함께 하게 되었으니 사실상 진정한 승리자라고 봐도 될 듯.
영생을 사는 캐릭터들이 겪는 심적 문제 중 하나가, 자기와 친한 이들이 항상 먼저 자기를 떠나면서 괴로워하는 건데, 본작에서는 그게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 친구 스프라이트가 비슷한 문제로 괴로워한다. 평생 어린아이의 모습이라 인간 사회에 제대로 녹아들 수 없고, 하지만 인간들이 좋아 그들과 함께 하고는 싶은. 분량 조절이 더 잘 되었더라면 더 좋은 묘사가 가능했을 캐릭터라 역시 아쉬움이 남는 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데인 휘트먼이다. 다만 아무것도보다 약간 더 알기는 한다. 스프라이트가 떠버리인 탓에....
생각보다 비중이 없었다. 사실 이 양반 비중을 챙겨주기엔 이터널스 10명 소개하기도 바빠서.... 대신 쿠키 영상을 통해 후속 스토리에서 활약하는 게 확정되었으니 나름 럭키다.
마카리가 전투의 씬스틸러라면, 이 양반 카룬은 코믹의 씬스틸러. 진짜 끝내주는 감초 캐릭터였다 ㅋㅋㅋㅋㅋㅋㅋ 특히 부숴도 부숴도 나오는 카메라 소환술에, 눈앞에서 괴물들이 왔다갔다 거리는데도 끝까지 취재를 놓치지 않는 워커홀릭 정신까지.... 마지막에 퇴장할 때는 인간을 대표하고 대신해서 감사 인사를 전한다는 느낌도 나서 짠하기도 했고, 하여튼 영화에 등장한 인간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사람이었다.
데인 휘트먼요? 걘 자기 단독 작품 나오겠지 뭐....
지구에 데비안츠가 등장하여 혼란이 생기고, 이를 막기 위해서 이터널스가 강림한다. 위기를 해결한 이터널스는 신으로 추앙받게 되며, 그들의 도움으로 문명 발전에 가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핑크 플로이드의 명곡 'Time'.
메소포타미아 관련 고증이 뭔가 이상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정말 기깔나게 잘 만들어진 오프닝 시퀀스다. 신과 인간이 함께 세상을 발전시켜 나가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로 인간다움이 철철 느껴지는 신들. 색다른 신화이면서 신화다운 신화이다.
신들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것은 인간 찬가이다. 그것도 한 발짝 물러나서 관찰하는 인간 찬가. 이 점이 재미있었다. 보통 이런 대립에서는 신 VS 인간의 구도가 많이 나오는데, [이터널스]는 신의 피조물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들끼리 신과 인간을 주제로 대립한다. 뜯어보면 꽤 낡은 소재지만, 내용물이 색달라서 나름의 신선함을 주는 데에 성공했다. 특히 신의 편에 섰던 캐릭터가, 인간다운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이 주제의 백미.
다만 색다름을 주기는 했으나, 인간을 주제로 싸우는 데 인간 목소리가 거의 배제되었다는 점은 아쉽다 하겠다. 그래도 카룬이라는 감초 캐릭터가 양념을 쳐주기는 하지만 그걸론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역시 분량 문제가....
분량 문제가 여러 가지로 애매하긴 한데, 사실 이만하면 제작진이 무진장 애쓴 편이다. 10명이나 되는 등장인물들 중에서, 엑스트라 마냥 쓰이고 버려진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는 확실하게 칭찬을 하고 싶다. 어떤 캐릭터를 확 띄게 하는 것보다 이런 고른 비중 분배가 훨씬 어려운 법이다. 각 캐릭터가 전부 유니크한 이런 영화에서는 더욱 그렇고.
또 하나 좋은 점은 다양성. 만약 저 캐릭터들이 모조리 백인이었다면, 그 옛날 [아마겟돈]이나 [인디펜던스 데이]와 같은 '미국 만세' 감성밖에 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여기는 외계 행성에서 날아온 인류의 구원자들이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영웅 활동을 벌이는데, 싹 다 백인 남성이다? 그 편이 더 이질적이고 오만하다. 이런 건 셀레스티얼이 행성에 맞는 센스를 발휘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일단 앞서 몇 번씩 말한 분량 문제다.
캐릭들이 많고, 모두에게 균일한 분량을 줄 수 없다. 그것은 지극하게 당연하다. 문제는 캐릭들의 과거 사연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은 몇몇 없고, 대부분 대사 몇 줄로 때운 것에 있다. 이카리스가 왜 세르시를 떠났는지, 에이잭이 무엇을 관찰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스프라이트가 성장하지 않는 자신의 몸 때문에 어떻게 괴로웠는지, 전부 몇 마디 말로 퉁 치는 바람에 우리는 각자의 상상력을 열심히 발휘해서 살을 능력껏 붙여야 한다. 캐릭터들을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들인데 영화 내에서 살리지 못한 것은 불친절한 점이고 패착이라 하겠다. 특히 드루이그를 따르고 있는 인간들은 뭣 때문에 문명을 떠나 거기서 사는지 알 수가 없다.
두 번째는 데비안츠. 예고편에선 분명 처치해야 할 메인 빌런처럼 여겨졌지만, 진짜 적은 따로 있었고, 그로 인해 취급이 상당히 애매해져버렸다.
물론 예고편을 안 보고 간 사람 입장에서는 좀 낫기야 하겠다. 그치만 그걸 감안해도 데비안츠의 리더 크로의 퇴장은 정말로 허무했다. 에이잭의 힐링 능력에 길가메시의 괴력, 인간스런 형태에 나름의 지성까지 갖춘, 페니와이즈의 절대완전체 진화형 캐릭터인데 테나의 속검에 허무하게 썰려버리니....
이 영화의 본질적인 대립은 인간을 주제로 한 이터널스끼리의 대립이니, 데비안츠의 그런 포지션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근데 그러면 예고편을 그렇게 만들지 말던가. 이것저것 많은 걸 숨기려다가 한 종족 자체를 애매하게 만들어버렸다.
세 번째로, 액션이 좀 심심하다.
특히 직전 영화 [샹치]에서 화려한 육탄전과 MCU식 CG 전투씬을 아주 맛나게 즐기고 온 터라 더욱 밍밍했다. 마동석의 육중한 펀치와, 이카리스의 레이저 쇼, 킨고의 나선환과 마카리의 오라오라 러쉬 등, 볼만한 장면들이 더러 있었지만 그 정도 뿐. 영화 자체가 좀 차분한 편이어서 액션신도 덩달아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때문에 화려함을 선호하는 관객에게는 이 점에서 특히 마이너스 포인트를 얻었을 것.
그래도 나는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마카리 덕분에 볼 만했다. 원래 스피드스터 능력을 좋아하는데 아주 맛깔나게 보여주어서 만족. [에오울]에서 퀵실버의 퇴장에 아쉬움을 느꼈을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번 영화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으리라 장담한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지만, 메소포타미아 관련 고증은 많이 아쉽다. 초반부는 간지를 위해 희생된 면이 있다고 쳐도 신바빌론 묘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신바빌론은 엄연히 왕정 국가였고, 공중정원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꽤 견실한 형태를 지닌 국가였다. 이스라엘을 멸망시켜 유대인들을 갈군 죄목 때문에 구약 성경의 대표적인 빌런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바로 이들이다. 그런데 본작에서 등장하는 바빌론은 뭐가 되게 없다. 왕조 관련 묘사는 문자 그대로 0이고,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세르시와 이카리스가 사랑을 나눌 뿐이다. 에이잭이 공중정원을 거니는 장면이 있었으니 네부카드네자르 시대 혹은 그 이후라는 뜻인데, 외계 괴물의 공격을 막아낸 신적 존재에게 공경을 표하는 왕가의 모습이 없다? 뭔가 대단히 어색하다. 진짜 막말로 표현하자면, 페이트 그랜드 오더 1부 7장 「절대마수전선 바빌로니아」보다 더 부실하다. 그쪽은 제목만 바빌로니아고 실제 도시는 우루크인데, 여기는 찐 바빌론이지 않나. 심지어 우루크와 신바빌론은 대략 3000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는데, 둘다 감상한 내 입장에선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근데 또 막판에 등장한, 지구에 탄생한 셀레스티얼의 이름이 티아무트인 점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티아마트를 떠올리게 한다. 신들을 멸하고 인간 세상의 씨앗이 된 혼돈의 존재인데, 그런 점에서 보면 나름 제작진이 공부를 하고 신경을 쓴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티아마트가 워낙 유명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어차피 판타지 영역의 영화인데 그런 걸 일일히 신경 쓸 필요가 있느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현실성'이었지 않은가. 물론 그 기조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기점으로 많이 무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인류의 기원과 역사를 함께 따라가는 영화다. 이런 부분에서 부실한 면모를 보여주면 무척 거슬릴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볼 만했다. 다만 무엇을 기대하고 가느냐에 따라 의견이 상당히 대립될 만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나 같은 경우는 '이 영화 별로다'라는 감상평을 많이 듣고 간 편이어서 기대감이 다소 낮아진 상태였고, 그래서 그랬는지 되게 만족스럽게 보았다. 또한 쿠키 영상 2개가 모두 차후 전개를 위한 떡밥용이었고, 전개나 묘사 등이 앞으로 마블 영화가 어떤 식으로 나아갈 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정립한 영화이기도 해서,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데에는 또 성공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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