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5. 21:17ㆍ일본 음악 이야기
아직까지도 오리베 상이라는 호칭이 익숙한데, 이제는 스즈키 리사가 되어, '홍련화'와 '불꽃'으로 가수 인생 최고 전성기를 보내고 계신 우리의 리사님. 이제 최고의 애니송 가수라는 타이틀을 넘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 중 한 명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런 리사님의 10주년 기념 앨범 [LADYBUG].
데뷔 10주년이라고 합니다. 페이트 제로도 10년 전 애니고, 소아온 1기는 9년 전 애니고, 엔젤비트는 11년 전 애니고, 제가 'Rally Go Round'라는 노래로 리사님을 처음 접한 것도 어느새 6년 전 일이네요. 시간 겁나게 빠르다 증말.
애니 좀 봤다 하는 오타쿠들이라면 리사님 이름과 음악을 모를 수가 없을 만큼, 서브컬처 계에서 그 지위는 대단히 공고했습니다. 오프닝 엔딩을 성우에게 일임하는 현 시대에,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애니송 전문 가수'의 타이틀을 요지부동 지키고 계신 분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19년 말 '홍련화(紅蓮華)'와 20년의 '불꽃(炎)'의 대히트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리사님은 더욱 특별한 분이 되셨죠. 참고로 저는 귀멸의 칼날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쨌든, 귀칼의 돌풍은 일본을 점령했고, 리사님은 애니송 가수의 2년 연속 홍백 출장이라는 기록을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주제가를 맡게 되면서 애니송 가수라는 네임태그도 떼어내게 되었죠. 특히 작년 '불꽃(炎)'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 상승폭은 가히 경이로웠습니다. 진짜 그 위상이 많이 달라졌구나를 직접 느끼게 되었어요. 이래서 애니 히트가 중요해요. 판매량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도 어쨌든 히트하는 게 좋다니까.
아무튼 그런 빗속 폭풍같은 가공할 만한 한 해를 뒤로 하고, 데뷔 10주년을 맞이하였고, 이 EP를 내놓습니다.
다 들은 감상평은, 늘 듣던 리사님의 느낌이었어요. 여왕벌의 아부쨩이 참여한 4번 트랙 'GL'의 경우는 좀 아부쨩 느낌이 강해서 색다르게 느껴지긴 했지만, 나머지 곡들은 익숙한 그것들. 5번 트랙인 'ViVA LA MiDALA'도 게스트 보컬의 스크리밍이 들어가긴 했지만, 어쨌든 사비에선 리사님 스타일의 락 전개를 보여주었고요. 흔히 스즈키(오리베) 리사 하면 떠오르는, 청량하고 고음을 찌르는 일본식 팝 락. 특히 'Another Great Day!!' 같은 경우에는 얼른 어디 타이업으로 써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싫었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익숙해서 좋더라고요. 원래 한 번 대히트를 겪으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본인의 장기를 더욱 굳건히 지키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10주년 기념으로 신메뉴를 출시한 게 아니라, 스테디셀러 메뉴에 맛있는 양념을 이것저것 추가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요즘은 워낙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니까, 이런 정석적인 느낌의 음악이 반가웠습니다. 절로 '아, 이게 오리베 상이지' 하게 되는 것들로 채워져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SACRA MUSIC 소속인 만큼, 애니송도 계속 부르실 테지만, 이제는 이 커진 덩치로 더욱 다양한 곳에서 리사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어떤 장르의 노래가 되었든 리사님은 다 잘 소화해내실 거라는 믿음도 있고요. 10년만의 전성기인만큼 더욱 이어져서 더 좋은 모습 많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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