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6. 23:56ㆍ일본 음악 이야기
18곡으로 꽉꽉 들어찬 푸짐한 국밥같은 앨범. 요즘 같은 시대에 참 귀합니다.
타이업이 여기저기 제법 많이 되었고, THE FIRST TAKE에도 나왔으며, 홍백에도 출장했기 때문에 이미 이름은 많이 들어본 상태였습니다.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고요.
하지만 이 앨범을 들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알고 있던 것보다 소화 가능한 스타일의 폭이 꽤 넓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곡 한 곡마다 극적인 변화 같은 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 조금씩 느낌이 다릅니다. 덕분에 언뜻 비슷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곡들이 지루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앨범 말고 몇 주 전에 나온 'checkmate'를 들었을 때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또 따스한 곡이 많아서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들을 수 있던 것도 좋았어요. 큰 부분에서 일정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통일성도 느껴져서, 그런 부분도 좋았습니다. 다양한 통일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가장 큰 특징이라면, 'J-POP스럽지 않다'라는 것이겠네요. 어떤 장르든 그 장르에서 비슷하게 느껴지는 일종의 문법이나 공식 같은 것이, 그 음악을 듣다 보면 느껴지는데, 이 앨범은 그런 느낌이 되게 적었어요. 6번 트랙 'Drown' 같은 경우는 정말로 팝송처럼 들릴 정도였고, 다른 곡들도 팝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마지막 트랙인 'The Love We've Made'는 아예 전부 영어 가사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고요. 이런 점은 일본 음악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접근성 좋은 음악으로서 다가갈 수 있겠지요.
비단 음악 스타일뿐만 아니라, milet 자신의 목소리나 창법 같은 것도 기존의 일본 음악과는 거리가 있게 들렸습니다. 되게 서양식 발음이라고 할까요. "inside you"의 경우에는 'Tell me who is inside 許されるなら'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냥 들으면 뒤에 일본어 가사도 영어 가사의 연장선처럼 들리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작사를 할 때는 영어로 먼저 쓴 다음 일본어로 바꾼다고 한 인터뷰가 있었는데, 그런 작법이 본인의 발음과 더불어서 자신만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일본어 발음까지 이국적으로 들리는 것이 요즘 놀면 뭐하니에 나오는 원슈타인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네요. 차이가 있다면 미레이는 캐나다 유학을 갔다왔다는 점?
뮤비도 아름답습니다. 'us'는 색감이 좋고, 'inside you'는 영화 보는 느낌도 들어요. 이런 분위기들도 곡의 감정을 배가시키는 요소들로 작용해서 좋습니다.
18곡 모두 균일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꿀리는 곡 없고, 취향 따라 여러 사람한테 츄라이할만한 그런 느낌. 가장 무서운 건 이게 데뷔 앨범이라는 것이겠죠. 사기적인 재능....
이유는 모르겠는데 들으면서 우타다 히카루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하긴 유려한 영어 활용 능력, 등장과 동시에 높은 음원 성적 등은 확실히 두 사람이 닮아 있네요.
오오하라 사쿠라코, 후지와라 사쿠라 등 새로운 시대의 여성 솔로 가수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지만, 미레이는 그 영역과 스타일이 뚜렷하게 구분되어서 더욱 주목받는 거 같아요. 누구에게 들려줘도 좋아하겠지만, 제이팝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제이팝이 살짝 지겨운 사람에게, '이런 것도 있다'하고 추천해도 또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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