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METAL의 [BABYMETAL]을 듣고 떠오른 잡생각

2021. 5. 7. 19:43일본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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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메탈리카의 그것과 닮아있네

 

 

 

 

 

 

    저는 이 앨범을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뭐 깁미초코나 메기츠네 같은 노래들은 짤막짤막하게 들은 적이 있지만, 크게 관심이 안 갔었거든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오늘 이 양반들이 생각났고, 호기심이 솟아난 김에 처리해 버리려고 스포티파이에서 앨범 재생을 돌렸습니다.

    결론은 대만족. 왜 이제껏 들을 생각을 안 했는지 후회될 정도로 굉장히 퀄리티가 뛰어난 앨범이었습니다.

 

    일단 확실히 합시다. 베이비메탈은 메탈 그룹이 아닙니다. 메탈을 컨셉으로 잡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죠. 그런 정체성은 "Gimme choco!!" 외에도 "도키도키 모닝(ド・キ・ド・キ☆モーニング)", "이지메, 다메, 젯타이(イジメ、ダメ、ゼッタイ)" 등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런 내용을 메탈이라는 판 위에 깖으로서 무지막지하게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완성시킨 겁니다.

    중요한 건 이게 그저 일회성 컨셉으로만 써먹은 게 아니라는 거죠. 곡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대단히 뛰어납니다. 상술한 곡들은 귀여운 내용의 가사들을 거칠고 스피디한 메탈 리듬 위에서 노래함으로서 기묘한 시너지를 보여주고, "메기츠네"는 와풍 요소를 더함으로서 유니크함을 배가시킵니다. 4번 트랙 "Line"은 오토튠과 신스 음악을 더했고요. 그리고 어떤 곡을 듣던 간에 아이돌스러움을 저버리지 않는 것도 대단합니다. 양립 불가능할 것 같은 장르를 단순히 붙여놓은 게 아니라 조화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음악성이 돋보입니다.

    특히 대단한 것은 라이브로, 이 기묘하기 짝이 없는 시너지에 화룡점정을 찍어줍니다.

 

youtu.be/WIKqgE4BwAY

    거친 리프와 화려한 스피드. 그에 맞춰 움직이는 귀여운 댄스 동작과 가사. 메탈 음악을 하는 '아이돌'임을 여실히 강조하는 춤사위와 제스처를 보고 있으면, "이게 뭐지" 싶다가도 계속 보고 있으면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노래가 좋다'라는 대전제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이런 그룹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하고, 멋있게 해내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솔직히 말하면 도키도키모닝을 들을 때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뭔가 벅차오르는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정석적이고 힘찬 마지막 트랙 "Road of Resistance"도 명곡.

 

    그리고, 베이비메탈은 단순히 일본에서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3집인 [Metal Galaxy]가 빌보드 차트에서도 대단히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은, 이들의 음악이 '일본'의 특정 계층만을 겨냥한 것이 아닌, 어디에 내놔도 먹히는 음악성을 지닌 가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죠.

 

    물론, 이런 시도와 결과물은 정말이지 일본이니까 할 수 있는 짓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정말 다양한 아이돌이 있기는 해도, 이런 건 안 하잖아요(물론 뒤져보면 몇 그룹 나올 수 있습니다만 제가 국내 아이돌 노래를 잘 안 들어서... 있다면 죄송). 물론 하려고 해도 락이 대중적인 지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이니 결과물을 장담하기도 힘들겠지만요. 굳이 메탈까지 안 가도, 어쨌든 아이돌이라는 가수가 부르는 장르의 틀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게 존재하는데, 베이비메탈은 그런 틀을 깨부숨과 동시에, 이런 이질적인 융합을 훌륭하게 해내고 차트까지 점령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모법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10년째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요.

 

누가 할 쑤 있썼겠쒀!

 

    빗슈(BiSH)나 패스코드(PassCode) 등의 아이돌이 등장할 수 있던 것도 베이비메탈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 두 그룹까지 안 가도, 베이비메탈이 보고 배울 수 있었던 선배 그룹이 사실상 없었던 만큼, 신기원의 개척자이자 조상님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J-POP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봐도 좋은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일본 음악 역사에서 중요한 앨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오글거린다고 하거나 비웃을지는 몰라도, 이들의 시도와 결과물은 그 자체로 하이 퀄리티의 헤비메탈 아이돌 뮤직이고, 중요한 기점으로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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