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30. 22:24ㆍ본 영화
지금 딱 이 기분...
이 영화를 보기 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지난 몇 년간 이 영화를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나를 저주하고 싶다.
볼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으면서 굳이 클릭을 한 나를 욕하고 싶다.
실시간으로 멘탈이 털리면서도 끝내 창을 닫지 않은 나를 매도하고 싶다.
이 영화를 본 걸 진짜 전력으로 후회한다...
못 만들었다, 영화가 쓰레기다 그런 의미는 아니고.
내가 정말 못 보는 종류의 영화라... 사람 압박하고, 피 나오고, 막 그런 거.
물론 장르가 심리 스릴러라고 적혀 있는 거 뻔히 보고 클릭한 거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누굴 탓하겠느냐...
러닝타임이 1시간 48분 정도
엔딩 크레딧 빼면 대충 1시간 43분 정도
잔뜩 쫄아가지고 수시로 스킵 스킵 스킵했으니
실 관람 시간은 아마 1시간 20분 정도 되지 않을까
분위기 조여오는 장면, 피 나오는 장면 등등 다 스킵했으니...
결론적으로 이 영화 재미가 있다 없다, 잘 만들었다 아니다를 말하고 싶어도
벌벌 쫄아서 스킵한 것들이 대다수라...
아니다
일단 사람을 이딴 개쫄보 상태로 몰아붙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는 있겠다...
일단 다 보고 나서 문득 훅 떠오른 생각은
[위플래쉬]를 닮았다는 것.
[위플래쉬]가 나중에 나왔으니, [위플래쉬]가 이 영화를 닮은 거겠지만 어쨌든.
멀쩡하던 사람이 자신의 목표?에 열중하고 집착하면서 점점 미쳐간다, 뭐 그런 느낌에서 둘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좀 다르긴 하다.
[위플래쉬]에서 미쳐 날뛰는 건 플레처 교수하고 주인공 앤드류 둘인데
[블랙 스완]에서는 어머니, 토마스 단장, 릴리 등등이 니나가 미치도록 아주 들들 볶아댄다(릴리의 경우 니나의 환상 속이었던 경우가 많았지만 어쨌든).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결정적으로 내 멘탈을 더 많이 박살 낸 건 [블랙 스완]이었다.
이유는 무서웠어서...
그래도, 중간중간 스킵을 오지게 해댔지만
주인공 니나 역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진짜 좋았다.
백조와 흑조의 분장도 각각 다 잘 어울렸지만,
주위의 압박 속에 점점 미쳐가는 과정을 연기한게 정말 끝내줬다.
뱅상 카셀이 연기한 토마스 단장은...
일단 연기는 정말 잘했다.
이 ㅅㄲ 카메라에 안 나오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별개로 현실이었다면 성추행/성폭행으로 딱 징역감인 인간.
뭐 한국이라면 적당히 1~2년 살고 나오거나 집유, 보석 등으로 풀려나겠지만.
연기력 향상을 위한 거란 핑계로 니나를 몇 번이나 만져대는데,
솔직히 그 장면들이 제일 보기 불편했다...
밀라 쿠니스가 연기한 릴리.
니나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원인들 중 하나인데
릴리의 경우 니나의 환상 속에서 자주 등장해서
이게 실제적으로 니나의 심리를 압박했는지가 확실하지가 않다...(하도 스킵한 탓도 있고)
그리고 환상 속 정사씬... 갑툭튀여서 솔직히 당황스러웠음.
등장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연기도 그렇고.
자신이 못 다 이룬 꿈을 딸에게 원하는 엄마.
개인적으로 이 양반이 니나가 미쳐버린 첫 번째(가장 크다의 의미가 아니고 가장 먼저의 의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욕망을 보여준 대사나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그 짧은 모습들 속에서 충분히, 자신의 모습을 니나에게 투영하는 것, 거기서 발생하는 욕망과 집착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엄마의 존재는 어느 정도 클리셰스러운 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참으로 현실적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결론적으로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근데 절대 네버 젯타이 두 번은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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