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믹 블론드]를 봤습니다.

2020. 8. 30. 22:20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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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샤를리즈 테론의 미모가 지구를 정복할 기세라 감탄스러웠고

중반에는 예고없이 등장한 커플링에 경배의 절을 올렸고

후반에는 통수와 피칠갑이 난무하여 눈살 찌푸리고 집중했고

엔딩에는 여유롭게 들려오는 언더프레셔에 흐뭇하게 미소짓게 되는 영화.

 

다만 그거랑은 별개로, 어제 [장고]를 보고 오늘 이걸 봤는데, 이틀 연속으로 유혈이 낭자한 영화를 보니까 피곤해 죽겠다... 다음에는 좀 정신건강에 이로운 영화를 고르던가 해야지...

 

 

 

이 영화의 배경은 냉전 말기의 독일.

냉전이 거의 끝나가는 타이밍에, 스파이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얻기 위한 영국과 소련의 스파이 전쟁을 그린 영화다.

 

스파이 전쟁이라는게 무엇이냐,

필연적으로 이 영화에는 통수의 통수가 난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예측 그대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 영화는 보는 사람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추수 때 벼타작하듯이 오지겨 후드려패는데, 타이밍 예측도 쉽지 않아서 꽤 재미있었다.

 

또한 그렇게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도중 펼쳐지는 롱테이크 액션도 굉장히 좋았다. 샤를리즈 테론이 악당들 여럿과 액션을 펼치는데, 총격뿐만 아니라 온갖 잡다한 가재도구나 육탄전을 포함해 아주 화려하고 처절하게 싸운다. 보통 액션신 하면 합이 딱딱 맞춰 떨어지는 깔끔하고도 화려한 장면들을 연상하는데, 여기서는 진짜 말 그대로의 의미로 "처절하게" 싸운다. 속된 말로 표현해서 개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그만큼 많이 박살도 난다. 액션신에서 이만큼이나 많이 박살난 주인공도 흔치 않을듯...

 

아무튼 스파이 영화로서의 재미는 아주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사실성 높은 액션신도 그렇지만, 작중 스파이들이 사용하는 도구나, 영화가 그려낸 시대의 모습들도 굉장히 그럴듯해서, 보는 데 금세 집중이 되었다. 다만 악당이고 주인공이고 정말 금강불괴마냥 명줄들이 길어서, "저렇게까지 얻어터졌는데 잘도 또 일어나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들이 좀 여럿 있었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허무하게 리타이어한 델핀이 더욱 안타까웠고...

 

 

 

 

 

사심으로 사진을 4장 넣었다. 선생님 정말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셨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그리고 단언컨데 이 영화에서 제일 개고생한 사람.

물론 영화 마지막에 이러저러한 진실이 다 밝혀지긴 하는데, 어쨌든 제일 많이 고생했다. 협업하랬다고 맞춰준 인간은 수시로 배신해대고, 유일하게 마음을 나눈 파트너는 먼저 승천하고, 액션신에선 정말 온갖 것에 얻어맞고...

[매드맥스]에서도 온갖 고생하는 역할이었지만

이 영화에선 임무 시작 시의 깔끔했던 모습 때문에 더욱 후반부가 처절해보였다.

 

 

 

사진만 보면 톰 하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제임스 맥어보이다.

 

이 영화 최고의 트러블메이커. 샤를리즈 테론이 개고생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간. 그리고 덩달아 소련과 영국도 이 양반 때문에 리스트를 회수 못 하게 되었으니... 사실상 작중의 인물들에게는 최고의 민폐캐라고도 할 수 있을 듯.

그렇게 깽판을 쳐댄 목적은 단 하나, 본인의 생존을 위해서였으나, 결국 베를린 예찬 뒤 사망... 하지만 스파이글라스와 함께 작중의 진실을 향해 가장 가깝게 접근한 사람이기도 하다. 리스트를 직접 봤었으니.

 

 

 

생각보다 분량이 많이 적었던 소피아 부텔라다.

게다가 [킹스맨]에서 보여주었던 화려한 액션 같은 것도 없는, 그냥 초보 스파이 같은 캐릭터라 더욱 아쉬웠다...

대신 캐릭터 자체는 좀 호감형이긴 했다.

작중 개고생을 도맡아 하는 샤를리즈 테론의 유일한 안식처 같은 느낌이라...

그래서 사망이 더욱 아쉬웠고.

다음에 또 좋은 영화에서 보기로 해요...

 

 

 

 

 

(10월 28일 내용 추가)

뒤늦게 몇 자 추가하자면, 첩보영화 치고는 긴장감이 얕은 편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마조마하면서 보지는 않았다는 얘기. 물론 장르 특성상 최소 한 번은 뭔 일이 날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뭔가 심리적 압박 같은 걸 느끼지는 않았다. 좀 피로했던 것도 유혈이 낭자했던 액션신들 때문이었지, 심장을 조여오는 서스펜스 느낌은 약했다고 생각. 그리고 그렇게 긴장감을 많이 주는 영화가 아닌데도 이만큼의 인상을 남겼다는 건, 역시 연출과 연기가 대단하다는 뜻이겠지. 

원래 같은 영화를 여러 번 안 보는 스타일인데, 이건 다음에 또 볼 수 있을 것 같다. 첩보물 잘 안 보지만 만족스러운 첩보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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