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8. 00:24ㆍ일본 음악 이야기
AAA의 메인래퍼이며, SKI-HI 명의로 솔로 래퍼 활동도 하고 있는 히다카 미츠히로(日高光啓)가 BMSG라는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재능 있는 일본의 인재들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목적으로 차렸다고 하네요.
첫 번째 멤버는 Novel Core. 위 사진의 오른쪽 사람.
지난 4월에 히다카가 피처링한 "Doze Off"라는 곡이 수록된 앨범 [WCMTW]를 발표했었습니다.
히다카 관련으로 알고리즘에 잡혀서 들어봤었는데, 꽤 인상깊었어서 좋아요도 박아놨었어요.
10월에 정식 메이저 데뷔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또 보이그룹 오디션도 진행중이라고 하니, 힙합 아티스트만 모으는 레이블로 계획하고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별개로 기존 자신의 소속사인 avex(에이벡스)와의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빅스의 라비가 떠오르네요. 라비도 젤리피쉬 소속 아이돌이면서 힙합 레이블 그루블린의 사장이니까요.
아래는 인스타그램에, BMSG 홈페이지에 올라온 BMSG 소개글 번역입니다.
"재능을 죽이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15년간, AAA 그리고 SKI-HI라는 아티스트로써 활동해왔습니다. 매니지먼트 사무소나 팬분들에게 지지받아, 축복받은 환경 속에서 해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언제 그만두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고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습니다. 자의식과 타의식의 박리,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기대, 비방으로 입한 중상이나 압박, 배신. 그것들이 저를 짓눌러버릴 뻔한 적이 몇 번이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친한 아티스트들이 목표의 절반쯤에서 그렇게 되었고요.
그것은 부득이한 것도 많았습니다. 애시당초, 사람 수에도 각자 가진 시간에도 한계가 있기에, 많은 이목을 끄는 존재 같은 것은, 거친 생존 경쟁과 정신적 압박의 끝에 만들어지죠. 그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예능계의 성공은, 재능과 운의 비율이 동등하거나, 운 쪽이 좀 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지만.
하지만, 문화, 예술, 예능을 생업으로 해서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써, 어떻게 해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2가지 있습니다.
재능이 일그러진 형태로 소비되어, 도움받지 못하는 케이스가 많다는 것.
확실한 재능을 담보로 성공을 붙잡은 사람이, 실제로 행복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너무나도 낮다는 것.
예를 들어, 노래나 댄스 등의 예능 활동 퀄리티보다도 애교나 대응에 수요가 기울었을 때에, 본인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즐겨버리면, 수요는 더욱 높아집니다. 언제부턴가 예능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인식이 진행되어버려서, 접객 서비스업이 되었습니다.
그걸 부정할 생각도, 그걸 고른 사람을 비난할 생각도, 그걸 존중하는 사람을 경멸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 곡이나 퍼포먼스의 퀄리티는 K-POP에게 도움받게 됩니다. 젊은 재능은 차차 활약의 장을 한국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들은 메시지나 스탠스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본이고, 해외는 해외다"라고 딱 잘라버릴 얘기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게, 이대로라면 10년 후의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POPS, 특히 댄스&보컬은, 어떤 형태가 되어있을까요.
예를 들어, 사실은 아티스트로써의 재능과, 개인의 인간성이라는 것은 분리해서 다루어야만 하는 것이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통째로 공격받아버립니다. 어디에 지뢰가 있을지 몰라요. 일반인으로써 살려고 한다면, 사소한 것에 재능은 간단히 살해당합니다. 그런 가운데에 살고 있으면, 주위의 사람도, 때로는 팬마저 믿을 수 없는 형태가 탄생합니다. 확실한 재능과 영혼이 담긴 작품이 몇 번이나 회수되었을까요. 작품과 관계 없는 이야기에 몇 번이나 소비되었을까요.
얼마나 많은 꿈과 재능이, 이루어지지 않고 소비되어, 짓눌리고, 죽임 당하고 불이 꺼져 왔을까요.
지금은 더는 미디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누구도 지켜주지 않아요. SNS의 흐름은, 트렌드는 너무나도 빨리 변해서, 거기에 맞추다 보면 일순간에 소비되어 사라져버립니다. 하지만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어요.
아티스트나 아이돌이 창의성을 집중에서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어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가장 어려운 난관이기도 한 것이 현 시대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회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BMSG. By Myself Group의 약자로, 즉 "나다운 채로"의 의미입니다.
아티스트가, 아이돌이, 자기답게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레이블.
인디, 메이저, 언더그라운드 힙합, 일본의 팝의 정점, 그 모든 것을 봐온 저이기에, 과제도 그 해결의 실마리도 명확히 보이고 있습니다.
보이고 있는데 시작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요.
우선은 Novel Core가 10월에 데뷔합니다.
그리고 내년, 남성 그룹을 만들어서 데뷔시킵니다.
이제까지의 매니지먼트 방법이 아닌, 먹고 살 수 있을 때까지의 과정, 뜨고 난 후의 과정, 멘탈 서포트, 고민을 드러낼 수 있는 커뮤니티 제작, 대등한 계약, 그리고 팬과의 진실된 의미의 신뢰관계의 구축・공생 등, 지금까지 필요로 했으면서도 준비되지 않았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무엇이 어디까지 잘 될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필요하니까요.
기존의 방식도,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0이냐 100이냐 같은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아티스트, 창작, 팬의 어딘가에 일그러짐이나 네거티브가 생겨나는 걸 허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한 명이라도 많은 게 좋아요. 그것은, 애초에 엔터테인먼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의 이야기니까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명언인데, 이건 음악에도 통하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재능을 지키는 것은, 세상에 새로운 표현이 생겨나는 가능성을 지키는 것. 즉, Be myself, for Ourselves. 아직 할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여기서부터 US나 K-POP에도 뒤지지 않는, 일본의 컬처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BMSG 대표이사 CEO SKY-HI
우리나라에서도 힙합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회사를 차려서 보석들을 발굴하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지만, SKI-HI는 좀 더 남다른 포부가 느껴지네요. 위에서 언급한, SKY-HI가 느낀 문제점들은 저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계속 생각해오던 것들이고요. 특히나 재능있는 젊은이들은 한국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게 느꼈어요. 최근에서야 쟈니스 등의 대형 기획사들 좀 굼뜨긴 해도 변화를 꾀하고는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선히 보이고... 제가 느끼는 것이니 고참 업계인인 히다카 상이 모를 리야 없었겠지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짜로 SKI-HI의 이 행보가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네요. 노블코어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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